기후재난으로 3760만명 극심한 빈곤 겪을듯
인간활동이 기후위기를 재촉하면서 2030년에 이르면 전세계적으로 날마다 1.5번의 재난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6일(현지시간) 유엔재해위험감소사무국(UNDRR)이 오는 5월 개최될 예정인 '재난위험 감소 글로벌 플랫폼 회의'에 앞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글로벌평가보고서'(GAR·Global Assessment Report)를 공개했다. GAR은 국제적 재난(주로 자연재해)에 대한 피해와 재난손실 그리고 사회·경제적 혼란을 경감시키기 위해 격년으로 발간된다.
보고서는 지난 20년간 연평균 350~500여개의 중간규모 및 대형 재난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2000~2030년 사이 가뭄의 빈도는 30%가 증가하고, 극한기온 현상은 2001~2030년 사이 3배 늘어나면서 생물다양성과 자연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이대로 2030년에 이르면 한해동안 벌어지는 재난의 수는 560번, 하루 단위로 쪼개면 날마다 1.5건의 재난이 벌어지는 셈이다.
UNDRR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이 빈번해지면서 2030년까지 3760만명이 추가로 극심한 빈곤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또 지난 10년간 전세계에서 재난에 따른 비용으로 매년 약 1700억달러(약 213조원)가 발생했다.
아미나 모하메드 유엔 사무부총장은 "우리가 삶을 영위하고, 건물을 짓고, 투자를 하는 방식이 인류를 자멸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전세계는 재난위협을 더 많이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전세계는 2015년 3월 개최된 제3차 세계재난위험경감총회에서 합의한 '센다이 강령'에 따라 재난의 영향을 받거나 숨지는 희생자의 수를 줄여왔다. 하지만 지난 5년간 기후위기가 점차 확대되면서 재난 역시 규모와 빈도가 늘어났고, 이에 따라 더 많은 희생자가 생겨나고 있다. 게다가 재난은 불평등을 가중시킨다. 선진국은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0.3%가 재난에 따른 비용으로 지출되는 반면 개발도상국의 경우 1%에 달했다.
재난복구 노력을 위한 보험설계도 부족해 장기적인 피해도 가중시켰다. 1980년 이래 재난관련 손실의 40%만이 보험을 적용받았고, 이마저도 개발도상국의 경우 10%에 불과했다. 마미 미즈토리 UNDRR 특별대표는 "재해는 예방될 수 있다"면서 "각국이 재난의 위협을 이해하고 경감하기 위해 시간과 자원을 투입한다면 말이다"고 밝혔다.
그는 "의도적으로 리스크를 무시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하지 못함으로써 인류는 아주 효율적으로 자멸을 위한 자금공급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마미 대표는 이어 "중앙정부, 산업개발, 금융서비스 등 주요 부문에서 재난 위협을 받아들이고 대응하는 방식을 시급히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기후위기 방지를 위해 기후적응노력을 촉진하려면 정책입안자들이 국가예산을 편성할 때 기후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반영하고, 리스크 완화에 제도적·금융적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일례로 코스타리카는 1997년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경제활동에 3.5%의 탄소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거둬들인 세금으로는 산림보호기금 조성했다. 이를 통해 재난위협의 주요 원인이었던 산림벌채를 근절했고, 2018년에는 국가 전체 전력의 98%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기에 이르렀다.
마미 대표는 "이번 보고서가 △재난위기 이해 △재난위기 거버넌스 강화 △재난위기 경감 투자 △재난위기 준비태세 강화 등 센다이 강령의 4가지 우선사항을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각국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며 "다행스러운 점은 재난위기의 가장 큰 원인제공자는 우리 인류이고, 따라서 인류 전체, 그 가운데 특히 가장 취약한 이들에 대한 위협을 상당부분 경감할 수 있는 힘을 우리 스스로 갖췄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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