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끝나면 산더미처럼 쌓이는 폐기물...해결책 없나?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05-16 14: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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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용품 재사용하고 온라인 행사개최 늘려야"


전시회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전시물품을 재사용하고 온라인 전시회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혜련 가보샵 대표는 지난 1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2 전시디자인트렌드 국제포럼'에서 전시산업의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전시물품 '재사용' 방안을 제시했다. 김혜련 대표는 "9m² 크기의 부스 1개에서 나오는 폐기물의 양은 270kg에 달한다"며 "부스의 절반만 재활용한다고 해도 180kg의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시회로 인해 발생하는 폐기물에 대한 문제는 심각하다. 전시회를 마치면 수백톤의 종이, 목재, 가죽, 나일론, 스티로폼, 플라스틱 등 전시 기자재로 사용됐던 물건들은 일반쓰레기로 버려진다. 대부분 매립되거나 소각되는데, 소각과정에서 다이옥신, 납, 수은 등의 독성물질이 발생한다.

김혜련 대표는 "국내에서 열리는 전시회·이벤트는 연간 1000건 이상"이라며 "이 전시회에 사용됐던 물건들이 대부분 폐기물로 처리된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에서 발생하는 전시폐기물은 1회당 평균 20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는 "전시회 예산 가운데 21.3%가 설치·철거비용"이라며 "전시물품을 재활용한다면 이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폐기물 감축으로 탄소배출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전시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혜련 대표는 "도쿄 대규모 전시장의 경우 연간 250건 이상의 전시회가 열리고 850만명이 방문한다"며 "이 전시장에서 1년에 일반쓰레기로 처리되는 폐기물이 486톤에 달한다"고 말했다. 전시물품을 재활용하는 것만으로도 폐기물의 양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김 대표는 주장했다.

기후변화연구소의 톰 보우만(Tom Bowman) 대표도 "부스와 진열대를 한번 사용하고 버리지 말고 새로 도색해서 재사용하면 몇 십년동안 사용할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각 전시회마다 탄소발자국을 3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전시물품 재사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시물품을 재사용한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개최된 서울시립미술관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 전시회다. 당시 이 전시회는 다른 전시회에서 사용했던 가벽과 전시대, 버려진 책상 등을 가져다가 이용했다.

▲ '전시디자인트렌드 국제포럼'에 참석한 패널들 ©Newstree


전시회로 인한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온라인 전시회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 전시회가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증가했는데 탄소감축 차원에서 앞으로 이를 더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인환 주성디자인랩 대표는 "전시공간과 사물인터넷(IoT)을 결합한 고객중심의 전시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되어야 한다"며 "온라인 전시회를 통해 전시 폐기물을 줄이고 관람객의 이동거리 감소로 인한 탄소배출량 감소 또한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전시'도 지속가능한 전시산업의 키워드로 제시됐다. 김인환 대표는 "인쇄·출판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유해성분을 최소화해야 하고, 전시장 폐기물도 최소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인환 대표는 "지난 4일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미술관' 전시회는 작품의 제작·포장·운송·설치·철거 등 전시 전반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시도한 사례"라고 밝혔다.

해외운송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톰 보우만 대표는 "전시 장치물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서울까지 9584km의 거리를 항공으로 운반하면 약 161톤의 탄소가 배출된다"면서 "전시회가 끝나면 관련 물품을 다시 LA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같은 양의 탄소가 배출되는데 이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단 장치물 이송뿐만 아니라 직원의 이동, 숙박시설 사용 등 전시회를 위한 모든 활동에서 탄소배출이 발생한다. 이에 보우만 대표는 "해외 운송을 줄이기 위해 전시관련 장치물과 장비를 모두 현지에서 조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시물품 운송과 직원의 이동 등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보우만 대표는 "이따른 연구에서 전시장치물운송과 직원이동이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영역이었다"며 "해외 운송을 줄이기 위해 전시임대장비를 모두 현지에서 조달하는 시스템이 구축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번 행사의 기조연설을 맡은 대한전시디자인학회 이정화 회장은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도 상승했다"면서 "지구온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탄소배출이 많은 전시산업이 지속가능한 전시회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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