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라도 잡는 북극곰들...해빙 녹자 담수얼음에 터전꾸린 무리 발견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6-17 14: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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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워싱턴대 극지과학센터 연구결과
▲그린란드 남동부의 담수 빙하를 건너는 어미 북극곰과 한살배기 북극곰들 (사진=워싱턴대학교)


북극해빙이 녹아내리면서 멸종위기에 처한 북극곰들 가운데 담수 얼음에 의존해 새로운 터전을 꾸린 무리가 발견됐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극지과학센터의 크리스틴 라이드러 박사 연구팀은 북극에서 한참 떨어진 그린란드 남동쪽 덴마크 해협에서 고립된 북극곰 개체군을 찾아냈다. 이 북극곰들은 북극 해빙이 아닌 그린란드 빙상과 피오르 지형 등 육지에서 녹아 떨어져 나온 담수 얼음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었다.

그간 북극 해빙은 북극곰들의 생존에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북극곰들의 주식은 물개인데, 얼음이 없으면 사냥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물개들은 털갈이를 하거나 짝짓기를 할 때, 혹은 숨을 쉬러 올라올 때 얼음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북극곰들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낚아챈다.

북극곰들이 물개를 통해 지방을 섭취하지 못하면 극지방의 추위를 견딜 수 없고, 수분을 섭취할 방법도 없다. 어는 점이 바닷물에 비해 높은 담수는 극지방에서 마실 수 있는 형태로 남아있는 경우가 없어 북극곰들은 섭취한 지방의 부산물인 '대사성 수분'으로 물을 충당한다.

북극지역의 얼음은 초여름에 녹아 그해 겨울 다시 얼어붙는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북극의 겨울 얼음은 3분의 1가량 소실됐고, 10년마다 13%씩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북극곰은 말 그대로 딛고 설 자리를 잃어버리면서 멸종위기에 처했고, 현재 남아있는 개체수는 2만6000여마리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번에 덴마크 해협 부근에서 발견된 북극곰 무리는 유전적으로도, 지리적으로도 기존 북극곰 집단과 유리돼 이전에 기록된 바가 없었다. 이제껏 북극곰의 하위 집단은 총 19개가 있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됐지만, 이번 발견으로 북극곰의 하위 집단은 20개로 늘어났다.

▲그린란드 남동부의 피오르 지형. 1년중 해빙이 형성되지 않는 기간이 250일 이상이라는 이유로 북극곰들의 서식지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여겨졌다.  (사진=워싱턴대학교)


연구팀에 의해 이번에 발견된 북극곰 무리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생활 방식이다. 그린란드 남동쪽 해안지역은 한해동안 250일 이상 이렇다 할 해빙이 나타나지 않는 곳이다. 또 북극곰들이 동면에 들어가게 되면 매일 약 907g가량 지방 손실이 일어나기 때문에 단식을 오래 지속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이 근방의 북극곰의 개체수는 수백마리에 달했다.

생존의 비결로 연구팀은 그린란드 빙상에서 컨베이어벨트처럼 흘러내려오는 빙하 조각을 꼽았다. 이 빙하조각이 땅끝에서 뚝 떨어져 바다에 이르면 다시 작은 얼음 조각들로 부서지는데, 이 얼음 위로 북극곰들이 올라타면서 사냥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이같은 현상을 마냥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우선 이번 연구가 매우 특별한 환경이 아닌 바에야 북극곰들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린란드 빙상은 매년 약 2340억톤씩 줄어들고 있어 이마저도 언제까지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서식 환경이 아니다. 또 해당 북극곰 무리의 출생률이 현저히 낮고, 개체 크기도 일반적인 북극곰에 비해 작다는 점에 비춰볼 때 무리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 또 좁은 지역에 몰려 살다보니 근친교배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라이드러 박사는 "이번 연구로 사람들이 희망적인 메시지를 찾고 싶어하는 것 같지만, 이제 막 학계에 보고했을 뿐 명확히 해당 북극곰들이 얼마나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면서 "해빙이 아닌 육지 빙하에 의존해 사는 북극곰들 역시 지구온난화로 위험에 처한 것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들을 추적·관찰하고 개체수가 안정적으로 보존될 수 있도록 추이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연구논문은 1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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