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서 퍼진 항아리곰팡이 때문으로 밝혀져
한반도에 서식하던 '항아리곰팡이'(Bd)가 중미 대륙으로 퍼지면서 해당 국가에서 양서류 개체수가 줄고, 이로 인해 말라리아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학(UC 데이비스) 마이클 스프링본(Michael Springborn) 환경과학정책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중미 국가인 코스타리카와 파나마에서 항아리곰팡이 때문에 양서류가 감소하고 말라리아 환자가 연간 1000명당 1명꼴로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를 20일 '환경연구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항아리곰팡이' 또는 'Bd'로 불리는 이 균으로 인해 전세계 90종 이상의 양서류가 거의 절멸하다시피 했다. 또 400여종의 양서류는 개체수가 90%까지 줄었다. 포자의 형태가 항아리와 닮아 항아리곰팡이로 불리는 이 균은 유전자 분석에서 한반도에서 기원돼 퍼져나갔다는 연구논문이 지난 2018년 5월에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되기도 했다.
양서류는 말라리아를 옮기는 매개체인 모기의 유충과 알을 먹잇감으로 삼고 있다. 이번 연구는 항아리곰팡이의 영향으로 양서류가 급감한 것과 말라리아 환자가 급증한 것의 연관성을 분석한 것이다. 양서류가 항아리곰팡이로 인해 급격히 감소하면서 결국 인간의 건강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는 결론이다.
연구팀이 양서류 생태 자료와 공공의료 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 항아리곰팡이가 확인된 시기와 장소가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한 시기 및 장소와 분명히 연관된 것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다른 변수가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양서류가 사라진 뒤 말라리아 환자 증가를 유발하는 다른 요인에 대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스프링본 교수는 "안정적 생태계는 질병 예방과 보건의 중요한 과정을 포함한 인간 복지의 모든 면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며 "생태계가 파괴되도록 방치한다면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고 통제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인간의 건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국제 야생동물 거래를 통해 항아리곰팡이처럼 치명적일 수 있는 균이 확산하는 것을 우려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면서, 이런 균들을 퍼뜨릴 수 있는 종을 구체화해 규제하는 등 예방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미시간대학의 존 밴더미어(John Vandermeer) 생태·진화생물학 교수는 "이 논문은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며 "생물다양성을 잃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복지, 이번 경우에는 인간의 건강에 2차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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