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 낮고 식량위기 부추겨…"탄소감축이 더 중요"
각국의 기후공약이 '나무심기'에 의존하는 정도가 지나치게 커 모두 이행되려면 한반도보다 54배 더 큰 면적의 숲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호주 멜버른대학교와 20여명의 국제 연구팀은 1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을 담은 '토지격차보고서'(Land Gap Report)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전세계 193개국의 현행 기후공약을 종합했을 때 신규 조림사업에 필요한 부지는 6억3300만헥타르(㏊), 삼림 복원사업에 5억5100만㏊로 총 12억㏊가량의 부지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각국은 2050년 '넷-제로'(net-zero: 지구온난화 유발 6대 온실가스 순배출량 '0')를 달성하기 위해 대기중으로부터 이산화탄소를 거둬들이는 '탄소제거'(CDR)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장 화석연료로부터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어렵다고 판단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안 첩(Ian Chubb) 전 수석연구원은 "과학자들이 화학적으로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려는 여러 시도를 하고 있지만 지금 현실적으로 적정 규모의 온실가스를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CDR 메커니즘은 '광합성' 뿐이다"며 "더 많은 식물을 보호하거나 심는 방법으로 광합성 총량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각국의 현행 기후공약이 위험할정도로 과도하게 CDR 사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보고서의 주요 저자 케이트 둘리(Kate Dooley) 연구원은 "12억㏊는 지구 전체의 농경지 면적과 맞먹는다"며 "호주 국토면적보다도 크다"고 밝혔다. 척박한 얼음과 바위로 이뤄진 지역을 제외하면 전세계 토지 면적은 130억㏊다. 전세계 땅의 10분의 1 크기 면적에 새로 나무를 심어야 하는 셈이다.
물리적으로 이행하기 어려운 점을 떠나 이행하더라도 다른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조림사업 면적 6억3300만㏊의 대부분은 단일종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이행 계획들은 주변 식생과의 화합에 대한 언급 없이 모호하다. 이대로 사업이 진행될 경우 생태계 균형을 파괴하고, 식량위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둘리 연구원은 "각종 연구결과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세계는 탄소배출량 자체를 80~95% 줄여야 하고, 마지막 5~15%를 CDR로 처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하지만 각국의 현행 넷-제로 기후공약은 95%의 노력을 CDR에 기울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삼림 복원을 할 때에도 단일종 식재를 할 경우 새로 심은 나무는 유의미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까지 시간이 오래걸리며, 기존 숲의 생태계를 파괴하면서 오히려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이산화탄소는 누적되면서 영향력이 더 커지기 때문에 애초에 배출을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이 때문에 당장 전세계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멈춘다 해도 지구온난화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둘리 연구원은 "현행 탄소 측정법은 이산화탄소의 누적 영향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단순히 나무를 새로 심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탄소 측정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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