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팀 "대기오염·플라스틱 영향"
세계 인구가 80억명을 넘어섰지만 남성의 생식능력이 위기에 몰리고 있고, 이는 환경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왔다.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 하가이 레빈(Hagai Levine) 교수 연구팀은 1973년~2018년 전세계 남성의 정자 밀도가 밀리리터당 1억1120만개에서 4900만개로 51.6% 감소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53개국이 실시한 223건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5만7000여명의 남성 정자 수를 분석했다. 이는 지난 2017년 이루어진 북미·유럽·호주·뉴질랜드 남성에 대한 정자 분석 이후 최대 규모다.
분석 결과, 이전 연구에서 표본으로 다루지 않았던 중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1972년 이후 남성 정자 수는 전 대륙에서 매년 1.16%씩 감소했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는 연평균 정자 감소율이 2.64%로 악화되고 있다.
논문의 주요 저자 레빈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지구에 무언가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또 하나의 방증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따라서 이같은 상황은 위기로 인식할 필요가 있고, 돌이킬 수 없는 임계점을 지나기 전에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자들은 정자의 밀도가 밀리리터당 4000만개 이하로 떨어질 경우 생식능력에 문제가 생기는 '임계점'으로 간주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자료로 미뤄봤을 때 아직 평균밀도는 4900만개로 임계점을 웃돌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밀리리터당 1500만개 이상의 정자 수를 정상수치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치이며, 여기 미치지 못해 생식능력에 문제가 생기는 남성들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표본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영국 셰필드대학교의 앨런 페이시(Allan Pacey) 교수는 "지난 2017년 연구에 쓰인 데이터가 검체채취 이전 남성의 마지막 사정 시점, 남성의 나이, 정자의 질, 불임환자 여부 등 정확한 기준이 명시되지 않았다"며 "정자 수가 지난 40년간 줄어들었다기보다 정자 수를 보다 더 정확하게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비판 의견에 스코틀랜드 던디대학교 사라 마르틴스 다 실바 생식의학 수석 교수는 "어찌됐건 일관된 숫자의 흐름이 보이고 있고, 최근 들어 감소하는 경향이 더 심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무시할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실바 교수는 "비만, 흡연, 음주, 약물 등의 잘못된 개인의 생활방식 등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환경오염, 플라스틱 폐기물에의 지속적인 노출과 같은 환경적 요인이 원인이 됐을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중국 퉁지대학교 연구팀이 지난 2월 인공수정을 시도한 부부 3만3876쌍을 분석한 결과 대기오염이 정자의 운동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닐스 스카케베크(Niels E. Skakkebæk) 교수는 저출산과 불임 문제가 사회·경제적 요인에 가려져 환경적 요인이 종종 무시된다며 화학물질과 불임의 연관관계가 있다고 짚었다.
인류가 화석연료를 사용한 이래 혈액, 소변, 정액, 태반, 모유, 지방조직 등에서 화석연료에서 유래한 내분비계 교란물질이 검출되고 있다. 임신중절 수술건수는 수년간 줄어들고 있는데, 의도하지 않은 유산은 1990년 이후 오히려 1~2% 증가하고 있고, 고환암 발병률이 연평균 7만4000건에 달한다.
스사케베크 교수는 "피임약이 출시되기 전부터 출산율은 지난 50년간 꾸준히 감소했다"며 "플라스틱이나 화학물질이 생식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한 경우는 수없이 많다. 사람을 같은 조건에 노출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경각심을 가져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점은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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