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이 기후취약국을 지원하는 '손실과 피해' 보상 기금에 합의했지만 '기후악당'으로 불리는 우리나라는 기금 지원국에서 제외됐다.
20일(현지시간)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 의장인 사메 수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은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조성 등의 내용을 담은 총회 결정문이 당사국 합의로 채택됐다고 밝혔다. 30개국이 채 안되는 선진국이 130개국이 넘는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를 가속화한만큼 이를 보상해야 한다는 게 취지다.
선진국은 산업화를 먼저 이룩하면서 대량의 화석연료를 사용했다. 그 결과 2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했고, 이는 세계의 기후변화 유발 비중이 적은 개도국의 기후변화를 초래했다. 미국은 1991년부터 지난해까지 전세계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2위 밑으로 떨어져 본 적이 없다.
올해 파키스탄은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대홍수로 1700여명이 목숨을 잃고 수십조원의 피해를 입었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Oxfam)에 따르면 20년동안 기후재해를 복구하는데 필요한 자금이 800% 이상 증가했지만 필요한 자금의 절반 정도만 부유국에 의해서 충당되고 있다.
COP27의 '손실과 피해' 보상 기금은 선진국이 기후변화 초래의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기금 조성의 구체적 방법과 시기 등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이번 합의가 '상징적 선언' 외에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이산화탄소 배출량 8위를 기록한 한국은 '손실과 피해' 기금 지원국에 포함되지 않았다. 1992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채택 당시 선진국만 의무 부담 국가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23년동안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10위권에 늘 들었던 한국의 책임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향후 기금을 지원하게 될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총회에서는 한국이 직접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경제규모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안할 때 향후 한국 책임에 대한 언급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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