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기후위기와 전쟁에서 유일한 동맹"
기온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2025년까지 '자연기반해법'에 해마다 3840억달러(약 500조원)를 투입해야 한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1일(현지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오는 7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되는 '제15차 유엔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를 앞두고 이같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공공부문 투자가 3~7배가량 높게 나타났다며, 해당 자금의 상당 부분을 '자연기반해법'로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연기반해법'은 이미 훼손된 자연을 생태계 서비스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재복원해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방편으로 지난 2008년 세계은행(WB)이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자연적인 빗물순환관리, 도심 녹지공간 조성, 흙에 탄소를 가두는 탄소농업, 해양탄소흡수량을 늘리기 위한 갯벌 정비 사업, 산불위험을 최소화한 조림사업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자연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자연이 이산화탄소 흡수원으로 기능하며 저감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체의 54%에 달한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자연손실을 야기하고, 자연손실은 또 다시 기후위기를 부채질한다. 이에 따라 국제적으로 자연파괴와 기후위기는 함께 해결해야 할 상호 연관된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시각이 강화되고 있다.
일례로 유엔은 2022년부터 향후 10년을 '상처받은 지구치료기간'(UN Decade on Ecosystem Restoration)으로 정해 대한민국 면적의 약 35배에 달하는 면적을 생태적으로 복원하여 13~26기가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계획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주요 7개국(G7)도 2030년까지 전세계 토양과 해양의 30%를 복원하기로 공약한 바 있다. 지난 11월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의 최종합의안에 자연기반해법이 최초로 포함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UNEP 보고서에 따르면 자연기반해법을 위한 자금 투자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UNEP는 인류 생존을 위한 마지노선으로 알려진 '1.5℃ 목표'를 지키려면 2025년까지 적어도 연간 3840억달러(약 500조원)를 투입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행 투자규모는 절반도 못미치는 1540억달러(약 200조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3년은 글로벌 경제에 가장 어두운 시기가 될 것으로 경고한 바 있다. 보고서는 이같은 전망이 경제의 상당부분이 자연과 연계돼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GDP를 끌어올리기 위한 단기성과에만 집착한 결과라고 짚었다. 다만 UNEP의 기후금융 부서 책임자 이보 멀더(Ivo Mulder)는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0%는 건강하게 기능하는 생태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량을 늘리는 게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민간영역의 투자를 강조했다. 현행 투자규모에서 민간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17%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UNEP는 민간영역이 '넷-제로'와 '네이처 포지티브'를 결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네이처 포지티브는 탄소중립, 넷-제로에 이어 환경 분야의 주요 주제로 대두된 개념이다. 자연의 손실을 멈추고 생물다양성이 증대되는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지구와 사회의 회복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말한다.
끝으로 보고서는 해양 생태계에 대한 투자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해양은 지표면의 70%를 차지하고, 전체 이산화탄소의 25%를 흡수하며, 전세계 단백질 소비량의 17%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연기반해법 전체 투자액의 9%만이 해양환경 개선에 투입되고 있다.
이날 보고서에 대해 세계자연기금(WWF) 게빈 에드워즈(Gavin Edwards) 글로벌 네이처포지티브 이니셔티브 국장은 "자연은 기후위기와의 전쟁에 있어 유일한 동맹"이라면서 "정책적인 틀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목표가 이행되는 데에는 금융이 핵심적인 실현 요인"이라며 자연기반해법과 금융의 역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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