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규정 층간소음 기준보다 더 높아
환경부가 공동주택 층간소음 기준을 강화하면서 층간소음 문제를 입주민들에게 전가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아파트 층간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건축기준을 강화해야 하는데 정부가 이 문제는 제쳐두고 층간소음 기준만 강화한데서 비롯된 불만이다.
2일부터 시행되는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 및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걷거나 뛰는 소리, 문 여닫는 소리 등이 낮에는 39데시벨(dB), 밤에는 34dB을 넘으면 층간소음으로 인정된다. 물론 이 소음은 소음기로 1분간 측정한 소리의 평균값이다. 기존에는 낮에 43dB, 밤에 38dB이었는데 이번에 규칙이 개정되면서 낮과 밤 모두 4dB씩 낮아졌다. 일반적으로 어른이 발뒤꿈치로 걷는 소리는 40dB, 아이들이 뛰는 소리는 50dB 정도로 측정된다.
층간소음에 대한 데시벨 기준이 낮아지면서 이로인한 이웃간 분쟁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쿵쿵 거리며 걷거나 뛰어도 안되고, 문을 여닫을 때도 조심해야 한다. 운동기구나 부억 조리기구, 청소기, 안마기를 사용할 때도 바닥에 매트를 깔아 소음이 아랫층에 전달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TV소리나 피아노같은 악기소리도 층간소음 대상이다.
환경부는 "직접 충격소음 최고소음도의 현재 기준값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수준을 충족한다"며 "공기전달 소음은 전체 민원의 1.5% 정도로 비중이 낮아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층간소음 기준을 강화하기에 앞서 건축관련 법령부터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층간소음에 대한 현행 건축기준은 공동주택 층간 바닥슬래브 두께 210㎜ 이상이다. 또 지난해 8월 개정된 '주택법'에 따라 공동주택 시공 후 바닥충격음 성능검사를 실시하도록 돼 있다. 바닥충격음 기준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상관없이 49dB 이하를 충족해야 한다. 그런데 이 기준은 환경부가 정한 층간소음 기준인 낮 39dB, 밤 34dB보다 높다. 건축기준과 생활속 층간소음의 기준이 '엇박자'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바닥충격음 성능검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검사는 완공된 공동주택 건물을 대상으로 층간소음을 측정해 기준미달일 경우 건설사에게 보완시공·손해배상 등을 권고하는 '사후확인' 방식이다. 그러나 완공된 건물 중 고작 2~5%의 샘플만 확인해 검사를 실시하고 있어 실효성이 별로 없다.
윤은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간사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건축과정부터 층간소음을 최소화하도록 주택법·공동주택관리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소음차단 기준을 지키지 못한 건설사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한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건축된 공동주택도 문제다. 기존 건물에 대한 뚜렷한 대책 없이 층간소음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소음으로 인정되는 기준이 낮아지면서 법적분쟁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소송이 벌어졌을 때 윗층이 더 불리해질 수도 있다.
이를 두고 한 네티즌은 "대안도 없이 소음기준을 낮추면 어떡하라는 것인가"라며 "주민들간의 분쟁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불만을 토해냈다. 또다른 네티즌은 "층간소음의 책임을 왜 입주자들에게 전가하냐"면서 "건설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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