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빛으로 폐플라스틱에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 김대형 부연구단장, 현택환 연구단장, 김민호 교수 공동연구팀은 햇빛만으로 폐페트병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친환경 고효율 광촉매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팀은 폐페트병을 광촉매에 의해 분해해 햇빛 아래 1m²의 넓은 면적에서 실험을 진행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10~100m² 규모로 확장한 시뮬레이션과 경제성 분석에서도 온실가스 배출 없이 저비용으로 수소 생산이 가능함을 증명했다. 바닷물, 수돗물 등 다양한 수질 환경에서도 수소 생산이 가능해 실용성과 확장성 측면에서도 매우 우수함을 입증했다.
'광촉매 기반 수소 생산 기술'은 무한한 에너지원인 태양에너지를 사용하고 온실가스의 배출이 적어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메테인 수증기 개질 방식'의 한계를 극복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수소는 고온고압 조건에서 메테인(CH4)을 수증기(H2O)와 반응시켜 수소를 생산하는 '메테인 수증기 개질 방식'으로 주로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온실기체인 일산화탄소(CO)가 다량 발생하며, 고온 조건 유지를 위한 에너지 사용량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이 생산 방식으로 발생한 수소를 그레이수소(Gray hydrogen)라고 한다.
광촉매 기반 수소 생산 기술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지만 고효율 광촉매의 경우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반응조건이 고온, 강한 빛, 염기성 등 극단적이다보니 촉매의 안정성과 수명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진은 광촉매를 고분자 네트워크로 안정시키고, 반응을 빛이 잘 닿는 물-공기 경계면에서 유도하는 새로운 전략을 제안했다.
광촉매는 물속에 분산된 분말 형태로 사용되는데, 분말 촉매에 빛을 쬐면 물 속에서 수소가 생성된다. 그런데 공기와 만나는 물 위 표면에서 반응을 유도함으로써 빛 투과율을 높인 것이다. 기존 분말 촉매의 손실이나 반응 저하 없이 수소 생산성과 내구성을 동시 확보하는 것에 성공했다. 강알칼리 조건에서도 두 달 이상 성능을 유지해 높은 내구성을 입증했다.
김대형 부연구단장은 "폐플라스틱을 에너지 자원으로 전환하는 기술로 환경 문제 해결과 청정에너지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며 "재료 설계부터 반응 환경까지 통합적으로 접근함으로써 친환경 촉매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한층 앞당긴 성과"라고 평가했다.
현택환 연구단장은 "자연광과 폐기물, 다양한 수질 환경 등 실제 조건에서도 고효율, 고내구성을 유지할 수 있음을 입증한 매우 드문 사례"라며 "기초과학 기반의 혁신 기술이 산업적 확장성과 사회적 파급력을 동시에 갖춘 단계로 발전한 만큼 수소 기반 탄소중립 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 6월 11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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