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대면행사로 열린 IT·가전 전시회 'CES 2023'이 8일(현지시간) 4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Be in it'(빠져들어라)를 슬로건으로 내건 'CES 2023'은 173개국에서 3000여개 기업이 참가했다. 지난해보다 1000곳이 더 늘었다. 행사 주최측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올해 관람객이 11만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예상했던 10만명을 뛰어넘는 것으로 역대 최대로 기록됐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탓에 반쪽짜리 전시회였던 것에 비해 올해는 지난해 불참했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비롯해 여러 기업들이 복귀하면서 볼거리가 한층 풍부해졌다. 또 삼성전자, LG전자, SK, 현대모비스 등 국내 기업들도 미국 다음으로 많이 참가해 글로벌 무대에서 신기술을 전시했다.
AI 가전과 메타버스, 모빌리티, 게임, 환경 등 18만6000평방미터(㎡)에 달하는 드넓은 전시장을 수놓았던 수많은 신기술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았던 기술들을 정리해봤다.
◇ 무선 'LG 올레드M' 최고제품 등극
CES 2023에서 가장 눈길을 끈 가전제품은 LG전자가 공개한 세계 최초 무선전송이 가능한 'LG 시그니처 올레드M'이었다.
현존 최대 크기인 97형 올레드TV 본체와 약 10m 이내 거리에서 4K·120㎐ 고화질 영상을 무선전송할 수 있는 AV전송용 '제로 커넥트 박스'(Zero Connect Box)로 구성된 이 제품은 전원선을 제외한 모든 선이 사라져 TV 주변공간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CES 2023 공식 어워드 파트너 '엔가젯(Engadget)'은 LG 시그니처 올레드 M을 홈시어터부문 최고상을 수여했다. 엔가젯은 특히 무선전송기술에 주목하며 "이 기술을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차원의 다양함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평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첨단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들을 대거 선보였다. 특히 폴더블과 슬라이더블, 두 가지 혁신기술이 집약된 '플렉스 하이브리드'(Flex Hybrid)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플렉스 하이브리드는 화면 좌측과 우측에 각각 폴더블 기술과 슬라이더블 기술이 적용됐다. 왼쪽을 펼치면 10.5형 4:3비율의 화면을, 오른쪽 화면까지 당기면 12.4형 16:10비율의 대화면 디스플레이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촉각에 후각까지···몰입감 배가된 '메타버스'
전통적인 카메라 시장의 강자 '캐논'(Cannon)은 가상현실 통화 소프트웨어인 '코코모'(KOKOMO)와 바로 눈 앞에서 제조 작업·기기 전시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혼합현실(MR) 헤드셋 '엠리얼 엑스1'(MREAL X1)을 선보였다.
코코모는 캐논 카메라가 부착된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착용해 영상통화를 하면 상대방이 실제 눈앞에 있는 것처럼 전신을 3차원 영상으로 구현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화면을 통해 얼굴만 보이던 영상통화보다 직접 앞에서 대화하는 느낌을 줘 통화의 몰입감을 높여준다.
엠리얼 엑스1은 마치 실제 물건이나 인물이 눈 앞에 있는 것처럼 보여주고 이를 직접 조작할 수 있는 MR 헤드셋이다. 제이슨 윌리엄스 캐논USA MR 프로젝트 어드바이저는 직접 기기를 쓰고 가상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거나 가상 차를 타고 시동을 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미국의 테크기업 'OVR 테크놀로지스'는 시각에서 한발 더 나아가 후각까지 느낄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 '아이온2'와 '아이온3'을 공개했다.
VR헤드셋과 바로 아래 아이온2를 부착하면 액체 센서가 보이는 사물에 따라 각기 다른 향을 뿜어낸다. 예를 들어, 꽃 냄새를 맡으면 장치가 꽃의 향기를 생성하고 상점이나 식당을 지나갈 때 맛있는 음식 냄새를 맡게 해준다. 아이온3는 귀걸이형 이어폰과 비슷한 모양으로 코에 닿는 젤리 센서를 통해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국내 기업 '비햅틱스'(bHaptics)는 가상현실의 촉각을 느낄 수 있는 VR기기 '택트수트'와 '택트글러브'를 소개했다. VR기기를 착용하고 가상현실 속 물체를 직접 만지거나 몸에 닿으면 진동을 통해 촉감을 느낄 수 있다. 소리와 연동하면 마치 직접 옆에서 큰 소리를 듣는 것처럼 미세한 떨림을 느낄 수 있어 몰입감을 크게 향상시킨다.
◇PC 넘보는 모빌리티 '뉴디바이스' 등극
이번 CES에선 기존 자동차 OME사뿐 아니라 전자 및 테크기업까지 모빌리티 기술시연에 가세했다. 특히 자율주행을 전제로 한 각종 편의 기능과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이목을 끌었다.
BMW가 공개한 차세대 전기차 콘셉트 모델 'BMW i 비전 디'(BMW i Vision Dee)는 '똑똑한 전기차'를 표방했다. 디 모델은 음성 언어로 운전자와 대화할 수 있고 전조등 등을 활용해 기쁨, 놀람과 같은 감정표현이 가능하다.
지난해 공개했던 E 잉크 기술이 한층 더 발전해 차량 외관 색상을 순식간에 32가지로 바꿀 수 있어 유행과 희소성에 민감한 신세대 소비자들의 욕구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소니와 혼다가 합작해 공개한 전기차 '아필라'는 '탈 수 있는 게임기'로 주목받았다. 주행 중 게임 및 영화 등의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데 초점을 맞춰 설계됐기 때문이다.
소니는 최신 자율주행 플랫폼 등을 갖춘 퀄컴의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를 적용해 자율주행 기능을 확보했다.
또 차량 실내는 원형이 아닌 'ㄷ'자 형태의 스티어링 휠, 조수석까지 이어지는 대형 디스플레이, 2열 탑승자 전용 모니터 등 콘텐츠 몰입에 최적화됐다.
삼성전자는 하만과 협업해 운전자 상태에 따라 안정적인 주행 환경을 제공하는 '레디 케어'를 공개했다. 레디 케어는 차량 내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운전자의 표정, 시선, 눈 뜬 정도 등을 감지해 머신러닝 기술로 상태를 판단한다. 이어 운전자의 상태에 따라 경고메시지, 음향, 조명, 공조 장치 등 차량 안 환경을 변화시켜 주의를 환기한다.
◇ 일상생활에 녹아든 '로봇'
이번 CES에서 로봇업계의 주류 관심사였던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보다 일상생활을 돕는 로봇들의 등장이 두드러졌다.
미국 로봇배송업체 '오토노미'(Autonomy)는 완전 자율주행 배송로봇 '오토봇 예티'를 선보였다. 3차원 라이다 센서와 카메라가 탑재돼 목적지를 설정하면 스스로 장애물을 피해 이동할 수 있다.
미국 피츠버그 공항과 노르웨이 우정청 등 실제 현장에서 필드 테스트까지 마쳐 상용화를 코앞에 두고 있어 더욱 주목받았다. 배송로봇으로서 완전 자율주행을 달성한 건 이 제품이 최초다.
국내 자율주행 로봇 스타트업 '뉴빌리티'도 자율주행 로봇 '뉴비'로 CES2023 스마트시티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뉴비는 값비싼 라이다 센서 대신 멀티 카메라 기반 V-SLAM(비전 인식 라이다)을 적용해 생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췄다.
배송용 로봇의 가장 큰 장애물로 여겨지던 비용문제를 해결할 만큼 빠른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 '자가진단형' 디지털 헬스케어
코로나19를 계기로 자가 진단형으로 진화한 헬스케어 제품들도 눈길을 끌었다.
SK바이오팜이 공개한 '제로 글래스'(Zero glass)는 안경 모양의 고글을 쓰면 자동으로 뇌파와 심전도 움직임 등 복합 생체 신호를 측정해 환자 개인이 손쉽게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 '덱스콤'(DexCom)은 피를 뽑지 않고도 몸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혈당 수치를 측정할 수 있는 측정기를, 프랑스 '위딩스'(Withings)는 변기에 설치하고 소변을 자동으로 검사해 앱을 통해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제품을 공개했다.
국내 라텍스 매트리스 1위 기업 '럭스나인'(LUXNINE)은 세계 최초 헬스케어 매트리스 '바디로그'(Bodylog)를 선보였다.
바디로그는 위에 누워있기만 해도 호흡·체온·맥박 등 건강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위험을 감지하는 첨단 매트리스다. 복잡한 전극 연결 없이 환자가 가진 내과 질환 정보를 장시간 추적해 의료진에게 제공하는 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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