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고의로 살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농약에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야생조류가 잇따라 희생되고 있다.
환경부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야생조류 집단폐사 46건을 분석한 결과 11건(23.9%)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고 13일 밝혔다.
농약 중독으로 죽은 야생조류는 총 164마리로 집비둘기(42마리), 까치(38마리), 멧비둘기(16마리), 가창오리(13마리), 쑥새(10마리) 등이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큰기러기(6마리), 흑두루미(5마리), 독수리(5마리), 새매(2마리)도 농약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방지를 위해 조류인플루엔자 검사를 실시하는데, 한 장소에서 5마리 이상 폐사하는 집단폐사가 발생한 상황에서 AI 바이러스가 음성일 경우 농약중독 검사를 실시한다. 농약으로 인한 야생조류 집단폐사는 해당 개체의 생명을 앗아갈 뿐만 아니라 농약에 중독된 폐사체를 먹는 상위포식자의 2차 피해로까지 이어진다.
그런데 야생조류는 먹이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물과 땅에 남아있는 농약을 미량 섭취하게 되지만 이는 치사량까지 도달하진 않는다. 이에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이들 야생조류의 폐사가 '농약 고의 살포'로 인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지난달 13일 강원 고성군에서 폐사한 독수리 7마리 사례를 비롯해 4건의 집단폐사 사례도 농약 중독으로 보고 관련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환경부는 "일부러 농약을 볍씨에 섞어 살포하는 경우 고농도의 농약을 한꺼번에 섭취해 폐사한다"며 '상위포식자인 독수리나 새매 등도 농약 중독으로 폐사한 사체를 먹고 중독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설명했다.
음독 사건에 여러 차례 쓰여 지난 2015년부터 사용을 금지한 '메소밀'과 높은 잔류성과 생물농축 특성 때문에 2012년부터 생산이 금지된 '엔도설판'이 검출된 점도 눈에 띈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관계자는 "농약이 묻은 볍씨 등을 고의로 살포하는 것은 야생생물법을 위반하는 불법행위"라면서 "앞으로도 야생조류 집단폐사 원인을 분석해 지자체에 통보하고 엄중히 조치하도록 요청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현행 야생생물법은 유독물·농약 등으로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죽인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에, 멸종위기종이 아닌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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