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투자 단행 어려워...기후대응 차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뱅크런'으로 하루아침에 파산해버리면서 기후변화 관련한 스타트업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SVB의 붕괴로 태양광 발전소, 탄소포집기술 등 기후위기 대응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커다란 공백이 생기면서 기후대응 스타트업들의 운영규모 확대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SVB는 태양광·풍력 발전, 배터리 저장장치 등을 개발하는 1550개 이상의 청정기술 및 지속가능한 발전 스타트업과 협력해왔다. 특히 SVB는 저소득층 주거지역에 주로 공급되는 소규모 지역사회 태양광 발전 사업에 대한 융자 거래의 62%에 참여했는데, 금액으로 따지면 32억달러(약 4조2000억원)에 달한다.
한창 성장 분위기가 무르익던 온실가스 감축기술 신생업체들도 위기에 놓였다. 미 연방정부는 이 분야 기업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수십억달러의 세금우대 조치를 내놓은 터였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홀론IQ'에 따르면 작년 기후기술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된 액수는 전년보다 급증해 280억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최대 지역사회 태양광 관리업체인 아카디아의 키란 바트라주 최고경영자는 "실리콘밸리은행은 여러 면에서 '기후은행'이었다"면서도 "시장 금융의 대부분을 한 기관이 담당하게 되면 부수적인 피해가 많이 발생하게 된다"고 밝혔다.
SVB 사태로 비상이 걸린 스타트업들은 필요한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기후기술 전문 벤처캐피탈 '프렐류드 벤처스'의 가브리엘라 크라 매니징 디렉터는 SVB에 예금한 기업들의 급한 현금 수요를 계산하느라 지난 주말을 다 보냈다며 "임금 지급도 못할 위기에 있는 회사들에 며칠 안에 유동성을 제공하려고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중 탄소제거 장치를 만드는 '캡처6'의 이선 코언-콜 CEO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제공한 보험금 덕분에 직원들 월급 문제는 해결했지만, 돈이 계속 묶이면 공급사나 협력사와 관계가 틀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기에 놓인 스타트업들은 연구실 운영과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걱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협력사들에 불신을 심어줄 수 있다. SVB 사태로 인한 스타트업의 위기가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마련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사태로 타격을 받은 회사 중 다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세금 공제를 받을 예정이었다.
재생에너지 전력회사 '오르스테드'의 간부인 바룬 시바람은 "기후기술 기업들은 시범사업이나 연구개발 등 주요 투자를 단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SVB를 통한 투자자금들은) IRA의 혜택을 받아 최대한 빨리 사업을 확장시키고, 안정화하기 위한 투자자금이었다"며 기후위기 대응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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