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런'에 파산한 SVB...1550개 기후테크 스타트업 '돈줄' 막혔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3-14 11:27:11
  • -
  • +
  • 인쇄
청정기술 스타트업 1550개사와 협력
주요투자 단행 어려워...기후대응 차질
▲금융규제 당국의 예금자 보호조치로 예금 접근이 가능해진 13일 오전(현지시간) SVB 본사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서 예금 인출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뱅크런'으로 하루아침에 파산해버리면서 기후변화 관련한 스타트업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SVB의 붕괴로 태양광 발전소, 탄소포집기술 등 기후위기 대응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커다란 공백이 생기면서 기후대응 스타트업들의 운영규모 확대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SVB는 태양광·풍력 발전, 배터리 저장장치 등을 개발하는 1550개 이상의 청정기술 및 지속가능한 발전 스타트업과 협력해왔다. 특히 SVB는 저소득층 주거지역에 주로 공급되는 소규모 지역사회 태양광 발전 사업에 대한 융자 거래의 62%에 참여했는데, 금액으로 따지면 32억달러(약 4조2000억원)에 달한다.

한창 성장 분위기가 무르익던 온실가스 감축기술 신생업체들도 위기에 놓였다. 미 연방정부는 이 분야 기업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수십억달러의 세금우대 조치를 내놓은 터였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홀론IQ'에 따르면 작년 기후기술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된 액수는 전년보다 급증해 280억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최대 지역사회 태양광 관리업체인 아카디아의 키란 바트라주 최고경영자는 "실리콘밸리은행은 여러 면에서 '기후은행'이었다"면서도 "시장 금융의 대부분을 한 기관이 담당하게 되면 부수적인 피해가 많이 발생하게 된다"고 밝혔다.

SVB 사태로 비상이 걸린 스타트업들은 필요한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기후기술 전문 벤처캐피탈 '프렐류드 벤처스'의 가브리엘라 크라 매니징 디렉터는 SVB에 예금한 기업들의 급한 현금 수요를 계산하느라 지난 주말을 다 보냈다며 "임금 지급도 못할 위기에 있는 회사들에 며칠 안에 유동성을 제공하려고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중 탄소제거 장치를 만드는 '캡처6'의 이선 코언-콜 CEO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제공한 보험금 덕분에 직원들 월급 문제는 해결했지만, 돈이 계속 묶이면 공급사나 협력사와 관계가 틀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기에 놓인 스타트업들은 연구실 운영과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걱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협력사들에 불신을 심어줄 수 있다. SVB 사태로 인한 스타트업의 위기가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마련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사태로 타격을 받은 회사 중 다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세금 공제를 받을 예정이었다.

재생에너지 전력회사 '오르스테드'의 간부인 바룬 시바람은 "기후기술 기업들은 시범사업이나 연구개발 등 주요 투자를 단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SVB를 통한 투자자금들은) IRA의 혜택을 받아 최대한 빨리 사업을 확장시키고, 안정화하기 위한 투자자금이었다"며 기후위기 대응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BP, 기후전환 실패에 '주주 반발'...주주 24.3%가 회장 연임 반대

BP의 친환경 전환 전략이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가디언, CNBC 등 외신들은 17일(현지시간) 열린 BP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약 4분의 1

포스코 '그린워싱'으로 공정위 제재...허위·과장 광고

객관적인 근거없이 철강 자재를 '친환경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등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 환경주의)'을 한 포스코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동물성 식재료 쏙 뺐더니...탄소배출 확 줄어든 '지속가능한 한끼'

지속가능한 식단을 직접 먹어보면서 알아보는 특별한 토크콘서트가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열렸다. 기후솔루션 주최로 16일 오후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카카오' 사용한다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카카오가 사용된다.롯데웰푸드는 대표 제품인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가나산 카카오

셀트리온, 글로벌 ESG평가 생명공학 부문 상위 5%에 선정

셀트리온은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S&P글로벌이 주관하는 '기업지속가능성평가'(Corporate Sustainability Assessment, 이하 CSA) 생명공학 부문에서 국내 바이오

[최남수의 ESG풍향계] 논란의 DEI '한국은 낙제점'

최근 ESG 이슈 중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이다. 직장에서 성별, 인종 등 기준에 따른 차별을 없애자는 내용

기후/환경

+

한여름엔 어쩌라고?...4월 중순인데 벌써 49℃ '살인폭염'

몬순 우기를 앞둔 인도와 파키스탄이 벌써부터 살인폭염에 시달리고 있다.보통 5~6월에 폭염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인데 이 지역은 4월에 벌써부터 연일

전세계 농경지 15% '중금속 범벅'...14억명이 위험지역 거주

전세계 농경지의 약 15%가 중금속에 오염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금속 위험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14억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다.17일(현지

[영상] 홍수로 물바다 됐는데...'나홀로' 멀쩡한 집

미국의 한 마을 전체가 홍수로 물에 잠겼는데 나홀로 멀쩡한 집 한채가 화제다. 이 집은 마치 호수에 떠있는 듯했다.미국 남부와 중서부 지역에 지난 2

끝없이 떠밀려오는 '미역 더미'...제주 해수욕장 '날벼락'

제주시 유명 해수욕장인 이호해수욕장이 미역 쓰나미가 덮쳤다.최근 이호해수욕장 해변으로 엄청난 양의 미역더미가 떠밀려오면서 이를 치우는데 고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서 '생수병 반입금지'..."당황했지만 오히려 좋아"

8년만에 국내에서 열린 영국 4인조 록밴드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에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 반입이 금지돼 화제다. 콜드플레이는 지난 16일부터 오는 25

산림청, 경북 산불피해 4.5만여ha라더니...9만ha 넘게 '잿더미'

의성에서 시작돼 인근 지역까지 번진 경북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가 9만헥타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초 산림청이 추산한 피해규모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