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법재판소 '기후정의' 규정한다...각국 기후대응에 '법적 권고'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3-30 14:12:02
  • -
  • +
  • 인쇄
유엔 총회 결의안 120여개국 지지로 채택
태평양도서국 제안...미국은 지지국서 빠져
▲유엔 총회에서 연설중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사진=UN)

기후위기 대응에 관한 국가의 책임을 국제법적으로 명시하도록 하는 유엔결의안이 채택됐다.

29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기후위기 직격탄을 맞고 있는 오세아니아의 섬나라 바누아투를 필두로 한 결의안이 120여개국의 지지를 받아 채택됐다. 결의안은 각국의 기후위기 대응 의무와 무대응시 처벌규정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ICJ)의 법률의견을 묻도록 하고 있다.

ICJ는 결의안에 따라 "온실가스의 인위적 배출로부터 기후변화와 다른 환경분야를 보호하기 위해 각 나라가 국제법에 따라 해야 할 의무가 무엇인지" 등을 규정하게 된다. 결의안은 또 선진국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020년까지 해마다 1000억달러(약 130조원)의 기금을 내놓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성실한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이번 결의안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바누아투의 법과대학생들이다. 바누아투는 기후위기로 인해 국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지난달 2개의 4등급 허리케인이 72시간 터울로 바누아투를 강타하면서 식수와 전력 공급이 수일간 끊어졌다. 4등급 허리케인의 풍속은 시속 209~251km에 달한다.

바누아투 법과대학생들은 지난 4년간 선진국들이 유발한 기후위기 책임에 대해 ICJ의 법률 의견을 요구해왔고, 이같은 움직임은 바누아투와 마찬가지로 수몰 위기에 처한 18개국 태평양 도서국가들의 청년연합으로 확대됐다.

ICJ의 법률 의견은 실질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명목상 모든 유엔회원국의 최고 법원인만큼 상당한 법적·도덕적 비중을 차지해 각국 법원이 판결에서 고려하기 때문에 기후소송에 있어 법적인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 급증하는 기후위기 관련 소송에서 유력한 판단기준이나 증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현재 기후위기 관련으로 제소된 소송은 전세계적으로 2000건이 넘는다. 환경법 전문가인 마이클 제라드 컬럼비아 로스쿨 교수는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은 기후변화 관련 재판에서 매우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ICJ의 권고는 막대한 영향력을 가졌고, 유엔 총회와 유엔 회원국들로 하여금 더 강력하고 과감한 기후행동에 나서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결의안을 지지하지 않았다. 이날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멕시코만에서 7300만에이커(약 30만㎢) 규모의 해상 석유·가스 시추 경매를 시작했고, 지난 13일에는 대선 공약을 파기하고 알래스카 국립석유보호구역(NPR)에 대한 대규모 유전 개발 사업인 '윌로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미국은 "국제사법체제가 아니라 외교가 기후변화 대응에 효과적이라고 믿는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기후위기는 사람, 문화, 국가, 세대간 협력을 통해서만 극복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기후부정의를 계속해서 악화시키면 분열을 낳고 기후행동을 마비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하려면 '농민·농업' 중심 정책 일관돼야"

영농형 태양광을 활성화하려면 농민과 농업을 중심으로 일관되게 단계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이 나왔다.최근 정부는 농촌 인구소멸과 에너지

포스코이앤씨 감전사고 外근로자 8일만에 깨어나..."음식물도 섭취"

포스코이앤씨 고속도로 연장 공사현장에서 감전을 당해 의식불명에 빠졌던 30대 미얀마인 근로자가 건강을 회복했다는 소식이다.21일 연합뉴스에 따르

쿠팡 물류센터 50대 근로자 사망...쿠팡 산재로 번질까 '화들짝'

연일 35℃에 달하는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21일 연합

하이브 레이블 어도어, 이도경 신임 대표이사 선임

하이브 뮤직그룹의 레이블 어도어(ADOR)는 20일 이도경 부대표(VP)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어도어는 이 신임 대표의 선임 배경에 대해 음

남양유업, 종이팩·멸균팩 재활용한 백판지 '포장지로 사용'

남양유업이 멸균팩을 재활용해서 만든 포장지를 사용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를 위해 남앙유업은 지난 5월 천안시, 제지업체 등 8개 기관∙업체와 '종이

빵부터 트럭 20대까지...SPC, 푸드뱅크에 3200억 기부

푸드뱅크에 빵과 아이스크림 등을 기부해온 SPC그룹이 기부식품 배송용 차량도 앞으로 5년간 계속 기부하기로 했다.SPC그룹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전국

기후/환경

+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하려면 '농민·농업' 중심 정책 일관돼야"

영농형 태양광을 활성화하려면 농민과 농업을 중심으로 일관되게 단계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이 나왔다.최근 정부는 농촌 인구소멸과 에너지

씻을 물은커녕 마실 물도 부족...가뭄에 메말라가는 강릉

수도권과 남부지역은 집중호우로 물난리를 겪은 것과 달리, 강원도 강릉은 심각한 가뭄으로 현재 물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21일 농촌영수종합정보시

열대 조류, 70년간 폭염으로 38% 줄었다

전세계적으로 평균 기온이 오르고 폭염이 심각해지면서 사람뿐 아니라 동물들도 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더욱이 동물은 사람과 달리 더위를 식힐 방법

[날씨] '처서 매직' 실종…주말까지 36℃ '찜통더위'

더위가 가시고 선선한 가을이 다가오는 것을 알리는 '처서'인 23일까지 전국이 36℃에 달하는 '찜통더위'에 시달릴 전망이다.21일 기상청에 따르면 북태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분해하는 새 촉매 개발

국내 연구진이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쉽게 분해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를 개발했다.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CCS연구단 이신근 박사 연구

내연기관차 '전기차'로 전환하면 보조금...내년 400만원까지 확대

내년부터 내연기관 차를 전기자동차로 전환할 때도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전기차보조금은 1대당 평균 400만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김성환 환경부 장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