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 안전하다고? "세슘보다 훨씬 위험"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4-27 16:5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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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삼중수소 포함된 후쿠시마 오염수 그대로 방류
먹이사슬, 세대 넘어 축적되면서 유전자 변형 우려
▲27일 그린피스 주최로 서울 전경련회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티머시 무쏘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생물학 교수가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newstree

일본 정부가 삼중수소(OBT)가 포함돼 있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삼중수소 베타선이 체내 축적되면 인체를 투과하는 세슘 감마선보다 피폭량이 2배 이상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티머시 무쏘(Timothy Mousseau)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생물학 교수와 숀 버니(Shaun Burnie) 그린피스 동아시아 원자력 수석 전문위원은 그린피스코리아 주최로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삼중수소의 위험성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삼중수소'는 저에너지 베타입자를 방출하는 방사성 물질로 태양의 방사선과 대기 상층부 기체의 반응으로 자연발생하기도 하지만 원자력 발전소, 특히 중수로 원전 운영과정에서 대량생산된다. 냉전 시대에 원자폭탄 실험과정에서 대량의 삼중수소가 생성됐으며 초르노빌(체르노빌의 우크라이나식 발음),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에도 대량의 삼중수소가 방출됐다.

현재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의 지상탱크에는 약 130만톤의 오염수가 저장돼 있다. 일본은 오는 7월말 이 오염수를 방류할 예정이다. 일본 측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수십 종의 핵종을 걸러낸다고 하지만, 삼중수소는 걸러낼 수 없어 바닷물로 희석한 뒤 그대로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도쿄전력은 "삼중수소가 방출하는 베타선은 피부도 뚫지 못할 정도로 약해서 주변 생태계에 생물학적 영향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무쏘 교수의 주장은 다르다. 무쏘 교수는 1950년대부터 2022년까지 발표된 논문 70만건 가운데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영향력을 다룬 논문 250여건을 확인한 결과, 삼중수소가 다른 방사성 물질보다도 더 강한 생물학적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저에너지 방사체인 삼중수소는 전자가 느리게 움직이기 때문에 세슘 등 전자 활동이 빠른 고에너지 방사체보다 투과율이 약하며 대기중에서는 멀리 퍼져나가지 못한다. 따라서 외부에서는 크게 위험하지 않다. 하지만, 체내에 들어갈 경우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흡입이나 섭취 등으로 삼중수소가 체내에 유입되면 저에너지라는 특성 때문에 방사선이 오히려 인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내부 피폭을 일으켜 더 큰 피해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무쏘 교수는 도쿄전력의 주장과 달리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효과비(RBE: 방사선이 생물에 미치는 손상의 정도)가 세슘 감마선보다도 2~6배 높다고 경고했다. 투과력이 강한 감마선은 순간적으로 DNA나 세포에 영향을 미치면서 곧바로 몸밖으로 빠져나가지만 투과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삼중수소 베타선은 세포조직이나 장기 내부를 벗어나지 못하고 내부 피폭을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내부 피폭될 경우 베타선이 DNA를 직·간접적으로 손상시키는 등 유전자 및 신진대사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 정자의 생산·운동과 난자 수정력을 저하시키고 식물의 종자 발아율도 떨어뜨린다.

무쏘 교수는 "삼중수소에 피폭된 실험쥐에서 정자와 난자, 생식기 손상, 유전인자 변이도 관찰됐으며 체르노빌 원전사고 지역의 떠돌이 개 등을 관찰한 결과 다른 지역 개들과는 전혀 다른 유전정보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할 경우 주변 생태계 생물들의 유전정보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더욱이 삼중수소가 먹이사슬을 통해, 혹은 수 세대에 걸쳐 생체 내에 축적되면 종 유전자를 변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무쏘 교수는 살충제 DDT 사례를 들며 "극미량의 삼중수소라도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되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고기와 설치류 등의 체내에 흡수된 DDT가 먹이사슬을 따라 대머리독수리, 물수리, 펠리컨 같은 최상위 포식자에게 축적되면서 이들 개체수가 감소하고 심지어 일부는 멸종위기를 맞은 사례가 있다. 마찬가지로 삼중수소도 어패류 등을 거쳐 인간의 건강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무쏘 교수는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너지라는 이유로 도쿄전력, 미 원자력발전위원회 등에서 삼중수소를 약한 방사선원이라고 인식해 위험성을 간과하고 있으며, 그 생물학적 영향도 거의 연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쏘 교수는 삼중수소가 약한 변이유발물질이라는 개념은 내부 피폭 영향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베타선의 저에너지가 약한 방사능원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베타선의 에너지가 낮기 때문에 도리어 큰 유전적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도쿄전력의 연구는 장기적인 생태계 영향을 판단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고 무쏘 교수는 평가했다. 도쿄전력이 도다리와 전복, 해초 3종을 ALPS로 처리한 뒤 바닷물로 희석한 오염수에서 키우며 생물학적 영향을 평가하는 것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폐사 여부와 발육 상태, 삼중수소 농도 등만을 살펴보는 현재 방식은 과학적 상식에 비춰보면 보여주기식 연구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다.

그는 도쿄전력에서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 종합적인 연구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대상을 생태계 전체로 확대하고 주기적으로 유전정보를 채취해 비교하며 초국경적이고 포괄적인 수준의 생물학 영향 평가를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덧붙여 이 과정은 당국과 독립된 연구팀에 의해 수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표에 나선 버니 전문위원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사고원전을 30년 내에 폐로하고, 오염수 방류를 완료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허구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버니 위원에 따르면 사고 원전 부지에 여전히 지하수가 유입되고 있는 데다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냉각수가 투입돼 매일 약 100톤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인 원자로 3개에 남은 핵연료를 제거하지 않고서는 폐로가 불가능해 금세기 내 폐로가 완료된다는 보장이 없으며 오염수도 무기한 방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최근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후쿠시마 원전 1호기의 원자로 압력용기(RPV)를 지지하는 콘크리트 받침대가 파괴되면서 구멍 난 원자로 바닥의 영상을 공개하고, 핵연료 파편의 열로 인해 구멍이 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버니 위원은 "약 37년 전 일어난 초르노빌 원전사고 처리과정을 살펴볼 때 후쿠시마 원전의 재앙은 현재 진행형일 뿐 아니라 지속되는 원자력 위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버니 위원은 도쿄전력이 '방사선 영향평가'(RIA) 및 홍보자료에서 삼중수소가 안전하다고 선전하며 내부 피폭 위험성을 제대로 언급하지 않고, 오염수 방류 이전과 비교한 환경 평가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종이 한 장도 통과할 수 없는 저에너지 방사체라며 정작 체내 침투 시 영향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있다고 그는 일침했다.

오염수 방류 결정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책임도 있다. 결정적으로 IAEA 측에서 이를 승인했으며 2021년 오염수 방류계획 발표 당시 사무총장이 환영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에 버니 위원은 IEA 측에서도 삼중수소가 미치는 내부 피폭 영향에 관한 정보가 미비하며, 도쿄전력 측의 문서나 데이터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유엔 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UNSCEAR) 보고서에서도 삼중수소의 영향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버니 위원은 도쿄전력 및 IAEA 측에서 UNSCEAR의 권고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RIA가 '유엔해양법협약'(IUNCLOS)을 포함한 국제법에서 요구하는 포괄적인 환경영향평가(EIA)가 아니라는 점을 짚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국제법도 위반한다고 밝혔다. 유엔해양법협약은 국가 관할권을 벗어난 지역이나 다른 국가에 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입히지 않아야 한다는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국제해양법을 비준한 일본 정부는 초국경적으로 미칠 생물학적 환경 영향을 사전에 충실히 검토할 의무가 있다"며 일본과 한국, 태평양도서국을 비롯해 전세계 시민 수억 명의 생명 보호를 위해 생물학적 안전성 검토가 결여된 오염수 방류 계획은 전면 재고돼야 함을 강조했다.

장 캠페이너는 "ALPS 처리 후 많은 양의 물을 섞어도 삼중수소와 탄소14는 전량 바다로 흘러나오고, 나머지 62종 방사성 물질도 제대로 처리된다는 객관적 검증이 없는 상황"이라며, "도쿄전력과 IAEA의 방사선 영향평가 및 검증 조치는 국제해양법이 강조하는 '사전예방의 원칙'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국제해양재판소를 통해 방류계획 중단과 같은 강제적 잠정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미칠 영향에 직접 노출된 태평양 도서국과 일본, 한국 시민들의 오염수 방류 반대 의견을 모아 각국 정부와 도쿄전력 등에 전달하는 캠페인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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