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파괴되면 원자재 수급 차질...사업도 타격"
90개가 넘는 유럽 기업들이 유럽연합(EU) 자연복원법(EU Nature Restoration Law) 통과를 촉구했다. '자연복원법'은 각국 정부가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법적구속력이 있는 목표를 설정하도록 한 법안이다. 그러나 이 법안에 대해 인민당(EPP) 소속 유럽의회 의원들이 당론으로 반대를 결정하면서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이에 기업들이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12일(현지시간) 네슬레(Nestlé)와 유니레버(Unilever), 이케아(IKEA) 등 유럽의 주요 기업들은 '우리의 사업, 우리의 미래'(Our business, Our future)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서를 통해 "자연을 보호하려는 새로운 노력이 식량시스템을 보존하고 경제안보를 제공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유럽연합 자연복원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연복원법은 오는 15일(현지시간) 유럽의회 환경·공중보건 및 식품안전(ENVI)위원회에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법안은 큰 틀에서 2030년까지 유럽지역 육지와 해역의 생태계를 최소 20% 복원조치하는 것을 단기 목표로 삼고, 2050년까지 모든 생태계를 복원해 생물다양성과 자연의 회복력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장기 목표로 삼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2030년까지 화학살충제 사용을 50% 줄이고, 꿀벌과 같은 수분매개자 개체수 감소를 회복시키고 도심녹지를 보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생물다양성이 회복될 수 있도록 유럽의 모든 도시와 마을, 교외에 있는 나무 가운데 최소 10%에 캐노피를 조성하는 등의 세부내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자연이 파괴되면 원자재 수급에 지대한 차질이 생겨 사업에도 타격을 준다"며 자연복원법 통과를 촉구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네슬레의 ESG담당 바트 반데베터(Bart Vandewaeter) 부사장은 "자연이 압박을 받으면 우리의 식품시스템도 압박을 받게 된다"며 "예를 들면 기온상승으로 2050년까지 커피 재배면적이 50%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연복원과 식량안보는 상호 의존적이며, 우리는 원료를 생산하기 위해 자연에 의존하고 있다"며 "자연복원법 시행은 유럽에서 재생농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시켜 농부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토양의 건강을 개선하고 물순환을 복원해 생물다양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뿐만 아니라 현지 농부들과 환경단체들도 자연복원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스페인에서 과일농사를 하는 어니스트 마스(Ernest Mas)씨는 "지속가능성에 비용이 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지속가능하지 않은 것은 더 많은 비용이 든다"며 "우리는 농작물을 생산해야 하고, 사람들에게 식량을 공급해야 하지만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자연기금(WWF) 유럽정책사무소의 사비앙 리만스(Sabien Leemans) 생물다양성 정책담당 수석은 "유럽의회와 EU 회원국은 이러한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유럽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자연과 기후위기 해결에 적합한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 성명은 우리 모두의 경제 활동, 인간 건강 및 지구를 위해 회복력 있는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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