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후위기 결부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중요
기후위기가 다양한 경로로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운데 각 지방자치단체 실정에 맞는 '건강도시' 설계를 중심으로 전방위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4일 보코서울강남호텔에서 보건복지부, 한국건강증진개발원과 함께 '기후위기가 내 삶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개최한 '제7차 미래 건강전략 공개토론회'에서 기후위기에 따른 보건대책의 필요성과 권역별 기후나 인프라에 따라 각 도시가 맞춤형 기후복원력을 갖춘 '건강도시'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후변화는 자연재해로 인한 물리적 피해(hazard), 이에 대한 노출도(exposure), 특정지역의 취약도(vulnerability) 등이 합쳐져 현재는 '기후위기'라는 용어로 굳어지고 있고, 특히 인체 건강에 대한 전방위적인 위협으로 대두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물리적 상해뿐 아니라 온열·한랭질환, 팬데믹, 탈수나 체온조절로 무리가 가면서 발샐하는 신장질환이나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 위험도 대폭 증가시킨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거리두기와 같은 사회생활의 제약,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취약계층의 부담이 늘어나는 빈곤과 불평등으로 인한 생활수준의 문제나 정신질환 등 2차피해도 극심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2050년 기후위기로 25만명 추가 사망자가 발생하고, 이에 따른 건강 피해액은 2030년 20억~40억달러(약 2조6000억~5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후위기로 인한 보건문제는 각 지방에서 이미 현실화돼 구체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도는 봄 및 여름일수 증가로 환경성 질환이나 말라리아와 같은 매개체 감염병 환자가 북한과 접경한 지역을 중심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지역의 경우 무더위가 가을까지 지속되면서 대청호, 충주호 등 주요 호소에 녹조 발생 취약성이 높아지고, 수질오염으로 인한 주민들의 건강 위협이 증대되고 있다.
이처럼 기후위기가 보건위기로 직결되면서 각종 지구과학 및 사회경제적 여건까지 다양한 감시체계를 필요로 하고, 각 권역별마다 특수한 현상으로 발현되는 보건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건강도시'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건강도시'는 단순히 보건정책을 인체건강의 좁은 의미로만 다루지 않고, 소득과 교육, 수명 등 인간개발의 관점에서 물리적, 사회적 환경을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가는 도시를 의미한다.
일례로 '부산광역시 기후위기 대응 사례발표'를 맡은 권정미 부산광역시 기후변화대응팀장은 "부산시는 최근 100년을 기준으로 온도가 1.6℃ 증가했다"며 "이에 부산시 버스승강장에 냉·온열의자를 설치하고, 지난 2년간 취약계층 466개소에 태양광의 65%를 반사하는 '쿨루프' 등 실내·외 환경 개선사업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부산시는 전기 사용량, 물 사용량, 도시가스 사용량, 쓰레기 감축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매년 7개 아파트를 선정하는 '그린아파트 인증제'를 통해 주민들의 인식개선 및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어진 토론에서 패널로 참석한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는 "기후변화로 도심 내 공기가 정체되면서 '요리매연'이 주요 초미세먼지 발생원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대부분 맛있는 냄새로 인식하며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며 "나의 건강문제와 연결시키는 것만큼 강한 동기부여가 없기 때문에 기후위기와 건강을 연결시키는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호장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기후변화 대응 사회체계로 가지 않으면 휘발유값, 전기요금 등 모든 게 인상되면서 직접적인 건강영향 외에도 2차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건강도시'를 빠르게 구축하는 게 가장 좋은 대응방법"이라며 "모든 건강정책을 기후변화 관점에서 스크리닝하고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전세계적으로 건강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서 '건강도시' 관점에서 부산시의 탄소중립 선언을 추진하면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확률이 굉장히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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