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격리·식량안보 차원 '감시체계' 구축
유럽연합(EU)이 기후·식량위기 대응을 위해 '토양건강'을 관리감독하는 규제를 추진한다.
5일(현지시간) EU집행위원회는 '토양 감시와 복원력에 관한 지침' 법안을 발의했다. 이는 '2030년 EU 토양전략'의 일환으로 도입되고 있는 패키지 법안의 하나로, 토양에 대기나 수질과 같은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후위기로 식량과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그 기반이 되는 '토양'을 복원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토양은 유용한 탄소흡수원이다. 전세계 농지 절반가량에 화학비료와 제초제 사용량을 줄여 토양 내 미생물 활동을 촉진시키는 방식으로 탄소흡수량을 1%만 늘리더라도 매년 31만기가톤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할 수 있다.
31만기가톤은 유엔환경계획(UNEP)이 전세계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로 제한하기 위해 2030년까지 매년 줄여야 하는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치로 제시한 32만기가톤에 근접한 수치다.
하지만 현재까지 EU 지역의 토양은 최소 61%가 스스로 복원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훼손된 상태다. 이에 따라 식량, 사료, 목재, 탄소흡수, 감염병, 물순환, 가뭄·홍수 취약성 증가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피해가 발생하면서 가장 보수적인 추산으로도 매년 500억유로(약 71조원) 규모의 손실액이 발생하고 있다.
토양 훼손은 EU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변화가 진행됨에 따라 농작물 피해도 잇따르면서 20년뒤 전세계 식량 생산량은 40%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유엔인구기금(UNFPA)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는 그와 반비례해 93억명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EU는 이번 지침 마련을 통해 '토양건강'의 기준을 정의하고, 토양건강 감시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기준이 마련되면 역내 회원국들은 토양 훼손이 의심되는 280만여곳을 공개적으로 열람 가능하도록 지도형태로 등록하고, 인체 유해성을 조사해 대응에 나서야 한다.
다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맹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지침'은 권고 수준에 머무는 요구사항에 불과하고, 직접적인 효력을 지니려면 '규정'으로 격상돼야 하기 때문이다.
캐롤라인 헤인젤 유럽환경사무소 정책기획관은 "토양의 기능적인 역할을 충분히 인정하지도 않았고, 법적 구속력이 있는 목표나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계획도 없다"며 "기후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토양생태계는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생명줄임에도 이번 법안은 기대에 한참 모자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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