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보다 저렴해 재생에너지 신소재로 적합
시멘트와 탄소분말 '카본 블랙'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건물 벽면과 도로가 거대한 배터리 역할을 할 날이 머지 않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토목환경공학과 연구팀은 카본 블랙과 시멘트로 슈퍼커패시터(거대 축전지)를 개발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카본 블랙은 탄소계 화합물의 불완전 연소로 생산되는 물질로, 쉽게 말해 그을음이다. 전세계를 막론하고 흔한 소재다보니 가격대도 높지 않고 전도성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연구팀은 이 소재들을 물과 결합해 대체배터리 슈퍼커패시터를 만들어 이를 건물이나 주차장 콘크리트에 적용하면 일상에서 전력을 쉽게 공급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슈퍼커패시터를 도로에 적용하면 전기자동차가 그 위를 달릴 때 자동으로 전력을 공급해 충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커패시터'는 이온 전도성 전해질과 멤브레인으로 분리된 2개의 전기 전도성판으로 구성돼 있다. 커패시터에 전압이 가해지면 음전하판에 전해질의 양전하 이온이 축적되고 양전하 판에는 음전하 이온이 축적된다. 이것이 분리막 사이에 전기장을 생성해 커패시터를 충전시킨다.
축전기가 저장할 수 있는 전력량은 전도판의 총 표면적에 따라 달라진다. 전도판은 충전된 전력을 오랜 기간 유지하며 충전 및 방전 속도가 기존 배터리보다 훨씬 빠르다.
슈퍼커패시터는 전력 저장용량이 큰 커패시터로, 차세대 저비용 에너지저장시스템으로서 안전성이 높고 에너지 저장 및 공급이 안정적이다. 태양광, 풍력 등 공급이 불안정한 재생에너지원의 사용을 용이하게 해 전기를 무한공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과학자들은 슈퍼커패시터를 만들기 위해 콘크리트나 탄소복합재 등 소재를 활용할 방법을 연구중이지만, 시멘트는 전도성이 약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고자 전도성이 높은 탄소를 첨가한 건축용 슈퍼커패시터가 개발됐지만 가격이 비싸 대량생산이 어려운 문제점도 있다.
연구팀은 전도성이 높은 카본블랙과 시멘트, 물을 혼합해 내부 전도성 물질의 표면적을 높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해당 콘크리트 소재로 만들어진 두 전극은 절연층에 의해 분리돼 매우 강력한 슈퍼커패시터를 형성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굳힌 콘크리트를 두께 1mm 넓이 1cm의 작은 판으로 자른 후, 염화칼륨 전해질 막과 물을 추가해 샌드위치 구조를 만들고 밀봉했다. 여기에 3볼트짜리 발광다이오드(LED)를 연결해 불을 켜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45㎥ 크기의 카본블랙 콘크리트블록이 일일 가정 공급량인 10kWh(킬로와트시)를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 제조비용도 저렴하다.
또 활용처에 따라 혼합물을 조정해 충전·방전 속도 등을 조정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도로에서 전기차를 충전하는 데 쓰려면 그만큼 충전·방전 속도가 빨라야 하지만, 가정에서는 충전시간이 매우 여유롭기 때문에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식이다. 에너지 저장 외에도 전기 공급을 통해 난방에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상용화하려면 장치 크기를 키워도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관건이다. 크기가 커질 경우 전기 전도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도성을 높이려 카본 블랙의 비율을 높이면 시멘트 강도가 약해지는 맹점도 있다. 연구팀은 장치 크기를 확장하는 방법을 찾으면 전력을 저렴하게 지속 공급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를 이끈 프란츠 요제프 울름(Franz-Josef Ulm) MIT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슈퍼캐퍼시티는 재생에너지 전환 잠재력을 지닌 다기능 소재"라며 "어디에나 있는 시멘트로 만들어져 가격이 높고 공급이 제한적인 기존 리튬 배터리의 대안으로 유망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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