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경영으로 차별적 우위·고유 정체성 창출
정유회사로 시작한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그린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독특한 연구개발(R&D) 경영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8일 오후 SK서린빌딩 수펙스홀에서 개최한 'SK이노베이션 R&D경영 40주년 성과 분석 심포지엄'에서 국내 대표적인 기업경영 전문가 송재용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와 이지환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가 'SK이노베이션의 40년 R&D 경영'을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를 공유했다.
두 교수는 SK이노베이션의 경영모델을 △경영철학과 도전(Entrepreneurship) △기존사업 경쟁력 강화(Exploitation) △미래형 신사업개발(Exploration) △기술역량(Expertise) 등 '4E'로 함축했다.
교수들은 SK이노베이션의 R&D 경영의 성공 이유로 장기간 투자를 이끌어가는 '경영철학과 도전'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분석했다. R&D에 대한 인식이 희박했던 1983년 최종현 선대회장은 유공 인수 직후 기술개발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종합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고, 2021년 이후 환경과학기술원을 출범하면서 친환경, 탄소중립경영 가속화를 위한 플랫폼이 구축됐다는 것이다.
이같은 R&D 플랫폼을 통해 여러 산업에 공통적용 가능한 기반기술에 집중해 각 계열사별 시너지를 창출해내면서 '기존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형 신사업개발'이 가능했다는 게 두 교수의 평가다. 일례로 정유화학 분야의 연구를 기반으로 바이오산업 분야를 개척했고, 20년간 비디오테이프 제조를 통해 축적된 세계최고 수준의 기술을 통해 세계에서 3번째로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리튬이온전지 분리막(LiBS)을 개발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현재의 '기술역량'을 확보해 꾸준히 기존 사업을 개선하고, 신사업을 발굴해나가는 양손잡이 조직 균형을 확보했다. 실제로 SK그룹은 ESG경영을 선도하고 있고, 미래 핵심 먹거리산업으로 알려진 'BBC'(배터리, 바이오, 반도체 칩)를 모두 확보한 상태다. 그 결과, 2021년말 SK이노베이션의 시가총액은 1999년말 4조1000억원 수준에서 22조2000억원으로 5.77배 뛰었다. 종합주가지수는 2.17배 늘었다.
이지환 교수는 SK이노베이션의 가장 큰 혁신사례로 '배터리'를 꼽았다. 그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은 자사내 계열사 등 소형배터리에 대한 종속 구매처인 '캡티브 유저'가 있었지만, SK이노베이션은 그런 게 전혀 없었고, 휴대폰이나 자동차의 부품 소재가 아닌 '에너지'로 접근해 분리막과 폴리머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교수는 "아직까지 전체 매출액의 70%가 석유사업에서 발생하고 있고, 배터리사업이 흑자전환을 한 상황은 아니다"며 "그만큼 기후전환을 이행하는 게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딜레마를 극복하는 게 관건이 될 것이지만, 이미 이 방향으로 갔을 때 구성원과 이해관계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근거를 R&D를 통해 제시하는 귀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바람직한 리더십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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