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뚝 떨어지는 탄소배출권 가격..."배출권 이월제한 완화해야"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9-13 10:00:31
  • -
  • +
  • 인쇄
배출권 소멸 우려로 매도량 급증·가격 급락
가격 급등락 부담으로 민간 감축활동 저해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 동향 (자료=카본아이)


계속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은 민간 탄소감축 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탄소배출권 시장안정화를 위해 '이월제한 조처'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3일 발간한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가격동향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월 8640원으로 첫 거래가 시작된 국내 배출권거래제 가격은 2020년초 4만2500원까지 상승했다가 2020년 4월부터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올 7월에는 역대 최저치인 7020원까지 하락했다.

배출권거래제 대상 기업은 정부가 할당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초과하거나 미달하면 탄소배출권을 사고팔 수 없다. 또 배출권 순매도량의 2배까지만 다음해로 이월할 수 있다. 문제는 순매도량의 2배로 이월이 제한되다보니 이월하지 못하는 배출권이 소멸될까 우려해서 과도하게 배출권을 매도하면서 가격급락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의 배출권 이월제한 조치는 배출권 가격이 계속 오를 때 기업들이 이를 판매하지 않고 보유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며 "배출권 이월제한 조치를 완화하지 않으면 탄소가격이 급락하는 문제는 매년 반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국내 배출권 가격이 하락하는 원인으로 코로나19에 따른 배출량 감소를 지목했지만, 주요 원인은 될 수 없다는 게 대한상의의 설명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보다 10% 하락한 6억5500만톤으로 잠정 집계됐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주요국도 배출량이 감소했지만, 2020년 4월 이후 유럽은 400% 이상, 미국은 150% 가까이 배출권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020년 4월 이후 주요국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 변동 (자료=대한상공회의소)


이에 대한상의는 △배출권 이월제한 완화 △근본적인 시장안정화조치 도입 △정부 예비분의 이월 및 활용을 통한 시장안정화 지원방안을 촉구했다.

우선 현재 시장에 유통되는 배출권이 충분한만큼 2019년 이전 기준(배출권 순매도량의 3배)을 참고해 이월제한 기준을 단계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대한상의는 이월제한 완화 이후 향후 배출권의 수요와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에 대비해 이를 보완할 근본적인 시장안정화조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현재 미국과 EU는 배출권 가격 또는 물량 기준을 사전에 제시해 배출권 가격의 안정화를 꾀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상의는 특히 EU 방식의 시장안정화 조치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U는 2019년부터 배출권 가격 안정화를 위해 시장에 공급되는 배출권 물량을 일정 범위에서 조절해 시장에서 유통되는 배출권 물량을 4억~8억3300만톤톤 범위에서 유지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공급 물량이 4억톤 이하로 떨어지면 정부가 보유한 예비분을 추가로 공급하고, 8.33억 톤 이상 올라가면 할당량을 삭감해 가격 안정을 꾀하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EU의 시장안정화 정책은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하면서 기업이 필요하면 언제든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 구매 경쟁 가열로 인한 가격 급등을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EU와 같은 물량 기준의 시장안정화 조치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충분한 배출권 예비물량을 확보해야하기 때문에 정부가 계획기간별 잔여 예비분을 폐기하지 말고 다음 계획기간으로 이월해 가격안정화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2050 탄소중립과 2030년 국가 감축목표(NDC)가 결정된 만큼 앞으로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필요성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기업의 감축투자 의사결정을 위해 배출권 가격이 시장 매커니즘에 따라 예측가능하게 작동하도록 시장안정화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셀트리온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친환경 포장재 71% 전환

셀트리온은 지속가능한 경영 활동 및 성과를 담은 '셀트리온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4-2025'를 27일 발간했다.셀트리온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

넷마블, CSRD 반영한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넷마블이 재생에너지 도입, 기술혁신 및 연구개발, 정보보안 등 ESG 경영 주요 성과를 공개했다.넷마블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과 지

배출권 구매하고 온실가스 감축?...소송 당하는 기업들 급증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온실가스를 상쇄했다고 주장한 기업들이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기후소송이 그만큼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런던정경대(LSE

엔씨, 탄소배출량 절반으로 감축…'ESG 플레이북 2024' 발간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탄소배출량을 전년 대비 50% 수준으로 감축했다.엔씨소프트가 지난해 ESG 경영 성과를 담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ESG 플레이북(PLAY

우리금융, 다문화 장학생 1000명 대상 18.9억 장학금 지원

우리금융이 올해 다문화 장학생 1000명을 선발하고, 18억90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한다고 26일 밝혔다. 우리금융은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의 '다문화 장학사

계면활성제 대체제 나오나...LG전자 '유리파우더' 실증 나선다

LG전자가 세탁세제 원료인 계면활성제를 대체할 수 있는 기능성 신소재 유리파우더 '미네랄 워시(Mineral Wash)'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실증에 나선다.LG

기후/환경

+

덴마크가 의장국 되는 EU...'그린딜' 후퇴 제동 걸리나?

덴마크가 오는 7월부터 유럽연합(EU) 이사회 의장국에 오르며, 자국의 기후정책을 농업 분야까지 확대시키려는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최근 환경규제

경기도, 전국 최초 '기후격차 해소 기본조례' 제정

경기도가 기후위기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기후격차 해소에 관한 기본조례'를 전국 최초로 제정했다.경기도는 기후격차 등

[주말날씨] 대부분 지역에 '비'...'후텁지근' 체감온도 30℃ 이상

이번 주말에는 장맛비가 전국적으로 오라가락한다. 남부 내륙은 30℃를 웃도는 무더위가 덮치겠다.토요일인 28일은 전국이 대체로 흐린 가운데 대부분

챗GPT로 학교숙제?..."원자력으로 계산기만 쓰는 격"

인공지능(AI)의 탄소배출량이 모델 및 질문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질문 수준에 따라 최대 6배, AI 모델 수준에 따라서는 최대 50배까지도

배출권 구매하고 온실가스 감축?...소송 당하는 기업들 급증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온실가스를 상쇄했다고 주장한 기업들이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기후소송이 그만큼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런던정경대(LSE

"대구가 작아졌다"…1990년대 이후 몸집 절반 줄어든 이유

1990년대 이후 대구의 몸길이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이유가 인간의 포획활동을 회피하기 위한 유전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인간이 몸집이 큰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