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바다에 '대게' 씨가 말랐다...이유는?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10-23 13:07:13
  • -
  • +
  • 인쇄
알래스카에 들이닥친 '해양열파'
칼로리 소모량 늘고 먹이사슬 붕괴
▲미국 시애틀 한 시장 진열대에 놓인 알래스카산 대게

최근 수년간 알래스카 대게 수십억마리가 사라진 원인은 기후위기로 인한 '아사'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소속 알래스카수산과학센터(AFSC) 연구팀은 베링해 인근 대게 개체수가 지난 2018년 80억마리에서 2021년 10억마리로 급감한 이상현상에 대해 동부 베링해에서 발생한 '해양열파'와 상당한 연관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지난 6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어업·수렵 당국은 대게 개체수 회복의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는 이유로 대게 수확철을 맞은 대게 어장을 폐쇄시켰다. 지난 2022년 사상 처음으로 대게 수확을 금지한 데 이어 이번이 두번째 조치다. 어업 종사자들은 대게의 '남획'을 원인으로 짚고 있지만, '남획'은 당국의 보호조처를 발동시키는 용어일 뿐 실제 대게 개체수 붕괴의 원인은 따로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이 지목한 대게 집단실종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해양열파'다. 해양열파는 바다 수온이 역대 관측치의 상위 10%를 5일 이상 웃도는 바다의 폭염이다. 지난 2018년 11월 발생한 해양열파로 베링해 해저온도는 처음으로 4°C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통상 2℃ 이하의 해역에 서식하는 냉수종인 대게의 칼로리 소모량이 급증했다.

연구팀이 추산한 2018년 대게군의 에너지 소모량은 2017년 대비 4배 늘었다. 해수온도가 오르면서 신진대사를 유지하는 데 더 많은 칼로리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대게만큼은 아니지만 10℃ 이하의 차가운 해역에 서식하는 대구가 높아진 수온에 따라 태평양에서부터 북진하면서 대게의 서식지를 침범했다. 대구와 대게는 연체동물, 작은 갑각류 및 벌레 등 비슷한 먹이를 공유하기 때문에 대게의 식량난이 가중됐다.

결국 해수온도 상승에 따른 높아진 칼로리 수요와 먹이사슬의 붕괴가 맞물리면서 대게들이 집단으로 굶어죽었다는 결론이다.

연구팀은 근본적으로는 '기후위기'가 원인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바다는 인간활동으로 발생한 온실가스로 지구에 초과공급된 열의 90%를 흡수한다. 기후위기가 계속 진행됨에 따라 해양열파의 빈도와 강도도 급증하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 10일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심해 카메라에 난류성 어종으로 분류되는 오징어가 발견되기도 하고, 북위 80도 부근 동시베리아해역에서 해빙이 예년에 비해 눈에 띄는 수준으로 더 녹아내리면서 비교적 따뜻한 베링해에서 서식하는 대게가 북극해 통발에 잡히는 이례적인 현상도 관측됐다. 수온이 점차 상승하면서 추운 장소를 찾아 북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연구논문의 주요 저자인 AFSC 소속 생물학자 코디 스즈왈스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2021년 처음 대게 개체수에 대한 충격적인 조사 데이터를 받았을 땐 모두들 수치상의 오류이고, 내년에 더 많은 대게를 볼 수 있기를 기도했지만 2022년 데이터를 확인하곤 이 추세가 길게 이어질 것이라는 낙담에 빠졌다"고 밝혔다.

NOAA는 이번 사태를 여태까지 보고된 해양열파에 의한 이동가능한 대형 해양동물 집단폐사 사례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스즈왈스키 연구원은 "북극 얼음의 후퇴와 함께 대게는 계속해서 북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베링해 동부에서 대게를 보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연구논문은 지난 1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한국노총·민주당·쿠팡 '한자리'..."택배산업 발전 위해 소통" 다짐

택배산업 발전을 통해 노사가 윈윈하기 위해 노사정이 머리를 맞댔다.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김사성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 위원장,

'참붕어빵' 제품에서 곰팡이...오리온 "전량 회수조치"

오리온 '참붕어빵' 제품 일부에서 곰팡이가 검출돼 전량 회수 조치가 내려졌다.오리온은 참붕어빵 제품 일부에서 곰팡이 발생 사례가 확인돼 시중에

F1 '넷제로' 향한 질주 5년만에 탄소배출량 26% 줄였다

영화 'F1 더 무비' 개봉과 함께 서킷 위 스피드에 열광하는 팬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포뮬러1(F1)은 탄소중립을 향한 질주도 이어가고 있다. F1은 2019년 '20

수자원공사, 재난구호용 식수페트병 '100% 재생원료'로 전환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재난구호용으로 지급하는 식수페트병을 100% 재생원료로 만든 소재를 사용한다고 23일 밝혔다. 수자원공사가 제공하는 이 생

친환경 사면 포인트 적립...현대이지웰 '그린카드' 온라인으로 확대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의 토탈복지솔루션기업 현대이지웰이 녹색소비생활을 촉진하기 위해 친환경 구매시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그린카드 적립서비스

SK AX, ASEIC과 51개국 제조업 탄소중립 전환 나서

SK AX가 'ASEIC'과 손잡고 국내외 51개국 중소·중견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공급망 탄소관리, 기후공시 등 탄소중립 전환을 돕는다. SK AX은 ASEIC(아셈중

기후/환경

+

'양산' 쓰는 남자가 늘고 있다..."사막같은 햇빛 그늘막으로 제격"

여자들만 주로 사용하던 '양산'이 38℃를 넘나드는 폭염에 남자들도 여름 필수템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패션 플랫폼 무신사

AI로 탄소포집하는 콘크리트 찾아냈다

수백 년간 공기 중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콘크리트 소재를 인공지능(AI)를 활용해 찾아냈다.23일(현지시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비터비공과대

불볕더위 '아차'하면 온열질환에 쓰러져...폭염 안전수칙은?

전국 곳곳에 폭염경보 혹은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온열질환을 예방하려면 폭염 안전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폭염주의보는 최고 체감온도 33

EU·중국 '기후리더십' 주도권 노리나?…'기후협력' 공동성명 채택

미국과 대척점에 서있는 중국과 유럽연합(EU)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녹색기술을 공동보급하기로 하는 등 협력관계를 더욱 밀착시키고 있다.24일(

산불 1년만에 한달 두차례 홍수...美 뉴멕시코주 마을의 수난

미국 뉴멕시코주 루이도소 마을이 또 물에 잠겼다. 이달에만 벌써 두번째 홍수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루이도소 일

폭염에 차량 방치하면 실내온도 90℃까지...화재·폭발 막으려면?

차량이 직사광선에 노출되면 실내온도가 90℃까지 치솟으면서 화재나 폭발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폭염시 차량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25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