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리 소모량 늘고 먹이사슬 붕괴
최근 수년간 알래스카 대게 수십억마리가 사라진 원인은 기후위기로 인한 '아사'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소속 알래스카수산과학센터(AFSC) 연구팀은 베링해 인근 대게 개체수가 지난 2018년 80억마리에서 2021년 10억마리로 급감한 이상현상에 대해 동부 베링해에서 발생한 '해양열파'와 상당한 연관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지난 6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어업·수렵 당국은 대게 개체수 회복의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는 이유로 대게 수확철을 맞은 대게 어장을 폐쇄시켰다. 지난 2022년 사상 처음으로 대게 수확을 금지한 데 이어 이번이 두번째 조치다. 어업 종사자들은 대게의 '남획'을 원인으로 짚고 있지만, '남획'은 당국의 보호조처를 발동시키는 용어일 뿐 실제 대게 개체수 붕괴의 원인은 따로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이 지목한 대게 집단실종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해양열파'다. 해양열파는 바다 수온이 역대 관측치의 상위 10%를 5일 이상 웃도는 바다의 폭염이다. 지난 2018년 11월 발생한 해양열파로 베링해 해저온도는 처음으로 4°C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통상 2℃ 이하의 해역에 서식하는 냉수종인 대게의 칼로리 소모량이 급증했다.
연구팀이 추산한 2018년 대게군의 에너지 소모량은 2017년 대비 4배 늘었다. 해수온도가 오르면서 신진대사를 유지하는 데 더 많은 칼로리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대게만큼은 아니지만 10℃ 이하의 차가운 해역에 서식하는 대구가 높아진 수온에 따라 태평양에서부터 북진하면서 대게의 서식지를 침범했다. 대구와 대게는 연체동물, 작은 갑각류 및 벌레 등 비슷한 먹이를 공유하기 때문에 대게의 식량난이 가중됐다.
결국 해수온도 상승에 따른 높아진 칼로리 수요와 먹이사슬의 붕괴가 맞물리면서 대게들이 집단으로 굶어죽었다는 결론이다.
연구팀은 근본적으로는 '기후위기'가 원인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바다는 인간활동으로 발생한 온실가스로 지구에 초과공급된 열의 90%를 흡수한다. 기후위기가 계속 진행됨에 따라 해양열파의 빈도와 강도도 급증하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 10일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심해 카메라에 난류성 어종으로 분류되는 오징어가 발견되기도 하고, 북위 80도 부근 동시베리아해역에서 해빙이 예년에 비해 눈에 띄는 수준으로 더 녹아내리면서 비교적 따뜻한 베링해에서 서식하는 대게가 북극해 통발에 잡히는 이례적인 현상도 관측됐다. 수온이 점차 상승하면서 추운 장소를 찾아 북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연구논문의 주요 저자인 AFSC 소속 생물학자 코디 스즈왈스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2021년 처음 대게 개체수에 대한 충격적인 조사 데이터를 받았을 땐 모두들 수치상의 오류이고, 내년에 더 많은 대게를 볼 수 있기를 기도했지만 2022년 데이터를 확인하곤 이 추세가 길게 이어질 것이라는 낙담에 빠졌다"고 밝혔다.
NOAA는 이번 사태를 여태까지 보고된 해양열파에 의한 이동가능한 대형 해양동물 집단폐사 사례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스즈왈스키 연구원은 "북극 얼음의 후퇴와 함께 대게는 계속해서 북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베링해 동부에서 대게를 보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연구논문은 지난 1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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