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국제가스가격 에너지안보 위협
한국의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에 대한 과잉투자로 좌초자산 리스크가 커졌고, 이는 탄소중립 목표와 에너지안보까지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9일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가 발간한 '한국의 LNG 과다 확충'(South Korea's LNG Overbuild)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계획중이거나 건설중인 LNG터미널은 공공이 6개, 민간이 5개로 총 11개에 이른다. 투입된 자금만 11조3000억원에 달한다.
포스코와 SK 등 에너지 기업부터 한국전력공사의 발전자회사는 물론 HDC그룹과 한양 등 에너지에 큰 경험이 없었던 건설사까지 LNG 터미널 확충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과잉투자라는 비판이 나온다. 보고서의 저자이자 IEEFA의 한국 에너지금융전문가인 김채원 연구위원은 "자체 터미널을 확보하려는 기업간의 경쟁으로 신규 터미널끼리 매우 밀접하게 붙어있어 비효율적"이라며 "LNG터미널들이 인접해 있으면 앞으로 사용자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충청남도 당진에서는 한국가스공사가 민간발전사 등과 대규모 터미널 신설을 놓고 경쟁하고 있고, 충청남도 보령에서는 발전공기업과 민간발전사간에 터미널 신∙증설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스를 포함한 화석연료 가격변동도 불안요소로 꼽힌다. 김 연구위원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같은 예측할 수 없는 위기 그리고 이로 인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충격이 발생하면 가스 가격은 앞으로 또다시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국제 가스가격 상승은 LNG 터미널의 가동률을 감소시켜 비효율적 자산운용 및 좌초자산 위험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국제가스연맹(IGU) 데이터에 따르면 수입 LNG를 에너지로 사용하기 위해 가스화시키는 국내 '재기화시설' 이용률은 33%에 그쳤다. 전세계(41%)나 아시아(52.4%) 이용률보다 낮은 수준이다. IEEFA 예측에 따르면 미사용 LNG 재기화 용량은 올해 1억790만톤에서 2036년 1억5280만톤으로 늘어나 2036년 이용률이 19.8%까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관련기업들은 기존 LNG 인프라 용도를 바꾸고 재조정해서 향후 천연가스에서 블루수소를 생산하고 탄소포집∙활용∙저장(CCUS)을 통해 온실가스를 채집하는 방식으로 좌초자산 위험성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CCUS 기술이 아직 시기상조이며,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것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짚었다.
IEEFA는 LNG 설비의 좌초자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2030 국가온실가스 배출목표'(NDC)에 맞게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효율적으로 LNG 설비를 활용하도록 노력하는 한편 LNG 사용을 연장하는 기술이나 서비스를 홍보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김 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로의 빠른 전환만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변동성이 큰 화석연료 발전비용을 줄이고 앞으로 한국의 에너지안보를 강화하는 방안"이라며 "LNG 인프라에 무리하게 과잉투자하는 것은 국내에서 생산 가능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늦춰 에너지 자립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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