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전력 보상받는 시장기반 마련해야
에너지위기를 극복하고, 신산업 기회를 잡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전력 생산지역과 소비지역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분산에너지'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분산에너지 정책동향과 지역 연계전략'에서 김창섭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는 "최근 분산에너지 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법적 근거는 생겼지만, 구체적으로 분산에너지가 확대될 수 있도록 하는 정치적 합의가 없다"며 "에너지수급의 안정화, 탄소중립 등을 위해 분산화는 불가피하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방안이 빠르게 도입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분산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력소비자 인근에 설치되는 소규모 에너지원을 말한다. 전세계적으로 분산에너지는 각국의 탄소중립 이행노력과 함께 확대되는 추세다. 송전 과정에서 에너지가 상당부분 소실되는 탓에 효율이 떨어지는 기존 중앙집중식 발전방식과 달리, 분산에너지는 전력 수요지와 생산지가 가까워 에너지 소실이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태양광을 중심으로 분산에너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2020년 전세계적으로 1억가구에 134기가와트(GW) 규모 분산형 태양광 패널이 설치됐다. 2030년에는 분산형 태양광 패널 설치 규모가 630GW로 4배 증가해 관련 시장도 크게 확대된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전세계 전력소비량이 8위에 달하는 한국은 분산에너지 확산이 매우 더딘 상황이다. 2022년 기준 분산에너지원으로 쓰일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8%에 불과한 데 비해, 원전과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게다가 전력소비가 이뤄지는 곳과 발전소가 위치한 곳의 거리가 너무 멀다. 일례로 수도권은 전체 전력소비의 40%를 차지하지만, 발전소는 대부분 해안가에 위치해 있다. 장거리 송전망을 통해 전력을 수급해야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다. 지방분권 차원에서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광역지자체별 전력자급률을 보면 서울은 9%에 불과한데, 부산과 충남, 인천 등지는 200%가 넘는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전기요금은 동일하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분산에너지 특별법'이 마련돼 내년 6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은 지자체나 사업자 등에 '전력자립률'을 정해 분산에너지 설치를 의무화하고, 분산에너지 특구를 지정해 특혜를 주거나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법제화가 됐음에도 산업기반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에 분산에너지 확대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카본프리 아일랜드' 정책을 추진중인 제주도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서 전력수요와 공급이 불균형을 이루는 바람에 올들어 지난 10월까지 110번 재생에너지 출력을 제한해야 했다. 전력수요가 낮은 봄과 가을에 잉여전력이 생기는 탓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로는 이 잉여전력을 저장하는데 한계가 있어 멀쩡한 전력을 그대로 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관련 사업을 키워 잉여전력을 적정가격으로 보상할 수 있는 시장기반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전력을 수소나 열 등 다른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섹터 커플링'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은 "분산에너지 특구를 지정하는 절차도 복잡하고, 내년 6월 특별법이 자리잡기까지 기다리면 전력 생산지역과 소비지역의 간극이 점점 벌어진다"며 "궁극적으로 전지역이 분산에너지로 가야 하기 때문에 특구를 지정하기보다 정부차원에서 잘하는 지역에 인센티브나 세제혜택을 주는 등 명확한 가격시그널을 통해 하루빨리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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