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철강' 조달 계획 세워야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기후·인권 대응이 유럽연합(EU)과 북미 경쟁사에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완성차업체들의 공급망 탈탄소 및 인권경영 독려 캠페인 '리드더차지'(Lead the Charge)가 전세계 18개 완성차업체들의 기후·인권 대응을 분석해 공개한 순위에서 현대자동차는 10위, 기아는 13위를 기록했다. 전기자동차 판매량은 많지만, 저탄소 철강 조달계획이 전무하다는 점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차원에서 전기차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자동차 공급망 탈탄소가 시급한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경우 전체 탄소배출량의 77%가 매연에서 배출됐지만, 전기차는 철강자재, 배터리 광물 채굴 등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이 91%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에 북미와 EU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 공급망 탈탄소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날 공개된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포드의 경우 2030년까지 탄소중립 철강을 10%로 늘리고, 이를 위해 철강 생산업체들과 저탄소 철강 공급 협약을 맺었다. 테슬라는 업계 최초로 철강, 알루미늄 및 배터리 생산별로 구분된 공급망 배출량을 공개하는 등 노력을 인정받아 3위를 기록했다.
녹색철강을 조달하겠다고 공표한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등도 각각 2위, 4위를 기록하며 전반적으로 EU와 북미 완성차업체들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미국과 EU 업체들의 평균 총점은 각각 28점과 31점으로 비슷했다. 반면 국내 기업의 경우 현대차는 15점, 기아는 8점으로 상위권 업체들과 큰 격차를 보였다.
특히 현대차는 지난 2023년 미국 조지아주와 앨라배마주의 노동단체로부터 지역사회와 혜택협약을 체결할 것을 촉구당한 바 있다. 또 이들로부터 노동자의 권리침해와 관련한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이에 대해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아, 이 점도 점수에 반영됐다.
이에 따라 수출에 의존적인 국내업체들은 적극적인 공급망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EU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같은 통상규제를 간과할 수 없고, ESG공시에서도 인권경영이 한 축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원주민·지역주민 고려없이 공급망을 조성할 경우 소송이나 광산의 생산중단 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1월 SK온의 미국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는 미국 조지아주 공장의 안전규정 위반으로 75만달러(약 1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핵심광물 조달시 지역적인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소송, 시위 등으로 투자금 조달이나 광산 생산중단 등 예기치못한 공급망 대란에 맞닥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광산 생산이 1주일 연기될 때마다 20만달러 (약 27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기후솔루션 철강팀 이명주 책임은 이날 발표내용과 관련한 미디어브리핑에서 "전세계 자동차업체 가운데 제철소를 보유한 곳은 현대차가 유일하다"며 "공급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미국, 유럽, 심지어 중국 등지의 민첩하고 기민한 경쟁업체에 뒤처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철강업계의 RE100이라고 할 수 있는 퍼스트무버연합 및 스틸제로와 같은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고, 현대제철 및 포스코와 같은 공급업체와 저탄소 철강 조달에 대한 논의를 강화해 진정한 미래의 친환경 자동차를 제조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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