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찌르레기·카페인 피라미...약물에 찌든 야생동물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06-07 16:49:53
  • -
  • +
  • 인쇄

메탐페타민(각성제의 일종)에 중독된 브라운송어부터 우울증 약물로 포식자에 대한 두려움을 잃은 유라시아민물농어까지, 야생동물들이 약물에 찌들고 있다.

5일(현지시간) 스웨덴 농업과학대학의 마이클 버트람 조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기후위기, 서식지 파괴에 더해 활성 의약품(API) 오염이 생물다양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버트람 교수는 "활성 의약품 성분은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유기체를 포함해 전세계 수로에서 발견된다"며 약물 노출이 일부 동물의 행동과 해부학적 구조에 예상치 못한 변화를 일으킨다고 경고했다.

카페인, 항불안제, 항우울제 등 정신질환 약물부터 코카인, 필로폰 등 마약류까지 모두 생태계에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버트람 교수는 "사람이 약을 복용한 후, 몸 안에서 완전히 분해되지 않은 약물은 배설물을 통해 환경으로 방출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현대 의약품 폐기물이 야생동물에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부메랑이 되어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가령 항우울제에 노출된 찌르레기 암컷은 짝에게 매력도가 떨어지며, 수컷은 더 공격적으로 행동하고 노래를 덜 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임약은 일부 어류 개체군에서 성전환을 일으켜 개체수의 붕괴와 국지적 멸종으로 이어졌다.

버트람 교수는 1992~2007년 사이에 남아시아에서 소에게 일상적으로 투여됐던 항염증제인 디클로페낙으로 인해 인도의 독수리 개체수가 97% 이상 감소한 사례를 지적했다. 이후 소의 사체를 먹은 들개들로부터 광견병 사례가 급증했다.

이밖에도 버트람 교수는 카페인에 노출돼 불안 증세를 보이는 팻헤드 미노우와 미생물에 영향을 미치는 항생제 오염 등을 들었다.

또다른 연구에 따르면 104개국 1052개 지역의 강에서 채취한 61가지 약물을 측정한 결과, 지역의 43.5%에서 생태학적 건강에 안전한 수준보다 높은 수준의 약물이 최소 1개 이상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제약업계가 시급히 의약품 설계를 친환경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의약품 수명주기를 개혁해 생태계에 미치는 파급력을 억제할 수 있다며 약물을 사용 후 더 쉽게 분해되도록 설계하고 약물이 환경에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폐수 처리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약사, 의사, 간호사 및 수의사 등은 의약품이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에 대해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서스테인러빌리티'(Nature Sustainability) 학술지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삼천리 70년' 나눔과 봉사 실천..."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삼천리는 지역사회 곳곳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면서 나눔상생을 실천하고 있다.20일 삼

네이버, 2024년 재생에너지 사용 통해 온실가스 9144톤 감축

네이버가 지난해 탄소배출량을 3만925톤(tCO2eq) 절감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통해 감축한 온실가스가 9144톤에 달했다.네이버는 20일 발간한 '2024 통합보

사외이사 안건 찬성률 95.3%...상장사 이사회는 '거수기'로 전락?

사외이사 이사회 안건 찬성률이 95.3%에 달하는 등 올 상반기 국내 상장사들의 이사회 기능과 감사 독립성이 전반적으로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손기원의 ESG인사이드] 보여주기식 'ESG공시' 벗어나려면?

ESG 공시는 더이상 선택이 아니다. 지속가능성 정보가 자본과 규제의 흐름을 결정짓는 시대,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 수준을 점검하고 공시 역량을 평가

노동자 사망사고·압수수색 이후...SPC '컴플라이언스 위원회' 출범

노동자 끼임 사망 사고로 압수수색을 받았던 SPC그룹이 윤리·준법 체계를 감독하는 상설독립기구인 'SPC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를 구성하고 19일 출

틱톡, 광고 제작과정 탄소배출까지 체크한다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이 송출되는 광고는 물론, 해당 광고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측정한다.16일 틱톡에 따르면, 플랫폼 내 광고 캠

기후/환경

+

올해도 미국은 '열돔'에 갇혔다...다음주까지 폭염 시달려

올해도 미국의 폭염은 더 뜨겁고 길어질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NWS)에 따르면 이번 주말 중서부에서 동부 연안에 이르는 지역에 열돔 현

환경공익사업 지원금을 로비에 활용?...EU, NGO 자금조사 착수

환경 등 공익사업을 수행하라고 지급된 유럽연합(EU)의 보조금이 NGO들의 정치적 로비에 활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EU가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

퍼붓다 그쳤다 반복...수도권 '국지성 폭우'로 피해 속출

인천 등 수도권 곳곳에 강한 비가 쏟아졌다 그쳤다는 반복하는 국지성 호우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기상청은 일부 지역을 제외한 인천 전역과 경기

우리 바다 북태평양보다 2배 빠르게 산성화...원인은?

우리나라 바다가 빠르게 산성화·온난화되고 있다.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포항공과대학교(POSTECH)와 동해, 서해, 남해 전역을 대상으로 2015

시속 210km로 강타...멕시코, 때이른 허리케인에 '쑥대밭'

멕시코 서부해안이 6월에 보기드문 초강력 허리케인이 강타하면서 쑥대밭이 됐다.19일 새벽(현지시간) 멕시코 서부 해안에 허리케인 '에릭'(Erick)이 상

기후대응 위해 '도시숲'은 필수…조성계획은 지역마다 '중구난방'

우리나라가 '2050 탄소중립' 실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탄소중립 목표와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에 본지는 각 지자체별로 온실가스 배출 실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