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 정비해 계통안정성부터 확보해야
반도체 산업 규모로 커가는 태양광발전 시장기회를 잡고,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태양광 발전설비를 빠르게 늘려야 하지만, 매년 신규 태양광 발전설비 보급률이 줄고 있어 이를 가로막는 이격거리, 계통연결 문제 등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기후위기 탈탄소 경제포럼' 발족식과 함께 진행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태양광의 역할과 필요성'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에너지경제연구원 조상민 실장은 "지난해 전세계 태양광발전 시장규모는 3900억달러로 전년대비 12% 상승했다"며 "반도체 시장규모가 5000~6000억달러인 것에 비춰볼 때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빠르게 시장규모가 확대되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태양광은 이제 가장 발전단가가 저렴한 에너지원이 돼 에너지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련 산업의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국내에서만 16만여명이 태양광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경제 뿐 아니라 에너지 94%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안보 차원에서도 태양광발전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 태양광 보급률은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17위로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태양광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신규설비 보급용량은 2021년 4.5기가와트(GW)에서 2022년 3.8GW로 줄었고,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2023년 보급량을 2.8GW로 추산하고 있다. 올해 역시 보급량이 2GW를 겨우 넘기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의 태양광 잠재량이 부족한 상황도 아니다. '질서있고 체계적인 태양광 보급확대'를 주제로 발제를 맡은 한국에너지공단 태양광사업실 유영선 실장은 "전국 산업단지 태양광 보급 잠재량은 12.2GW, 건물일체형 태양광은 35.8GW, 수상태양광은 4.2~8.7GW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합산하면 56.7GW로, 2022년 국내 전체 발전설비용량인 134.5GW의 3분의 1 남짓인데, 부지를 새롭게 할애하지 않더라도 상당량의 태양광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태양광 확대를 가로막는 건 물리적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역 에너지전환을 저해하는 법제도 현황과 개선방향'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경기시민발전협동조합협의회 안명균 회장은 "단순한 선언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재생에너지 목표치를 법으로 명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목표가 법률로 정해지지 않다보니 산업통상자원부는 태양광 이격거리 완화 문제를 지자체가 조례로 완화하도록 떠넘기고 있고, 이격거리 외에도 각종 시행령에 대해 공무원마다 해석을 달리하면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례로 지난해부터 30개 태양광협동조합이 경기관광공사와 함께 추진중인 파주평화누리주차장 태양광발전사업은 노외주차장의 경우 주차 외 용도면적이 20%를 초과해서는 안된다는 '주차장법 시행규칙', 군사시설보호구역에 해당해 '군 작전성 검토협의', 사업부지가 관광지임으로 '관광지 조성계획 변경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인허가 문제로 지연되고 있다. 이밖에도 한국에너지공단에서는 아파트 옥상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지원사업을 신청받고 있지만, 매년 미달이다. 태양광 발전이 공동주택법 상 용도 외의 사용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아 아파트 소유자 70%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조건들을 모두 뚫고 어렵사리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더라도 한국전력공사는 계통불안이라는 이유로 전력공급이 과잉될 때마다 태양광 발전설비의 계통연결을 끊어버리고 있다. 계통을 끊는 시설을 세우는 비용도 태양광 발전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안명균 회장은 "사업자가 손해보는 시설을 스스로 설치하지 않으면 계통에 연결시켜주지 않겠다고 한다"며 "2030년까지 21.6%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로 했으면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계통망을 마련하는 게 국가의 책임"이라면서 "계통연결도 법률로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선교 한국과학기술평가원 전략정책기술센터 연구위원은 "2019년 태양광 설비규모가 2GW였던 미국 텍사스주는 2024년 5월 기준 23.4GW로 캘리포니아주를 제치고 최대 태양광 설비규모를 확보하게 됐는데, 비결은 계통 인프라에 전폭적으로 투자하는 '선접속 후운영' 전략이었다"며 "우리나라도 전력망 혁신에 집중해야만 지금 계획하는 태양광 설비들을 접속시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기후솔루션 조은별 재생에너지인허가팀장은 "지난해 중국의 태양광 발전설비 규모는 217GW로 2022년 87GW의 2배가 넘게 성장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다"며 "이제는 보조금을 없애고 시장 중심의 보급체계로 전환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시급히 태양광 업체들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발제를 맡은 조상민 실장은 "지난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단위 면적당 태양광 발전량을 보면 우리나라는 네덜란드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산지 비중과 지가 등 태양광 발전 여건이 불리한 건 사실"이라며 "탠덤셀과 같은 차세대 태양전지 등 고효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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