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대비 전력량 35% 줄인 '수중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의 '열 식히기'가 지상과제가 됐다. 연산량이 늘수록 발열량이 커지기 때문인데, 발열량을 잡기 위해 서버냉각에 무지막지한 전력이 사용되면서 2030년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는 전세계 전력사용량의 1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세계 각지에서 심각한 전력난이 불거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울산 앞바다에 국내 최초로 '수중 데이터센터' 건설이 추진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울산시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GS건설, 포스코는 울산 앞바다 해저 30m에 서버 10만대 규모 하이퍼스케일 수중 데이터센터 단지를 구축하기로 하는 '친환경 수중 데이터센터 단지 구축 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지난달 28일 체결했다. 이를 통해 데이터센터의 발열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데이터센터는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들과 연계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먹는 하마'라고 불릴 정도로 전력소비량이 막대하다. 이는 곧 탄소배출량의 증가를 의미한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153개였던 데이터센터는 2029년 732개로 늘어나고, 이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전력설비는 4만9397메가와트(MW)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30년 한국의 재생에너지 목표가 7만2000MW인 것에 비춰보면 데이터센터 필요전력이 국가 재생에너지의 70%에 달하게 된다.
이처럼 대규모로 치솟는 데이터센터 전력수요의 원인은 발열량이다. 데이터센터 전력사용량의 50%는 서버를 식히는데 사용된다. 이에 따라 전력을 사용하지 않고 바닷물을 냉각수로 활용하는 '수중 데이터센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26년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착수해 2030년 실증시설 구축을 계획중인 이 프로젝트는 육상 데이터센터 서버냉각 효율을 70%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목표가 실현되면 전체 데이터센터 전력량을 35% 감축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일례로 국내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인 네이버 춘천 '각'의 전력 설비용량은 40MW인데, 같은 규모의 수중 데이터센터는 전력 설비용량이 26MW다.
원리는 차량용 라디에이터와 같다. 캡슐 형태의 폐쇄된 구조물에 서버랙을 설치한다. 구조물 외벽은 열전도율이 높은 물질로 만들어서 내부에서 발생한 열을 빠르게 전달하도록 한다. 냉각수가 외부로 돌출된 파이프를 돌면서 바다로 열을 방출하는 방식이다. KIOST 한 관계자는 "이전에도 데이터센터를 바닷물에 담그는 시도가 여러 번 있었다"면서 "라디에이터와 같은 폐쇄형 구조는 기존의 단점을 극복한 최초의 시도"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2018년 스코틀랜드 앞바다에 수중 데이터센터를 지어 상용화 가능성을 점치는 '나틱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수중 데이터센터는 파이프로 바닷물을 빨아들여 서버랙을 한바퀴 돌고 방출되도록 한 개방형 구조로 발열을 제어했다. 하지만 바닷물의 염분, 해양 미생물 등이 파이프에 끼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올 6월 프로젝트가 종료된 이후 MS는 이 데이터센터를 육지로 꺼내놓은 상태로, 이를 재사용하거나 비슷한 데이터센터를 확대한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중국 하이랜더도 지난 2023년부터 하이난섬 인근 바닷속 35m 해저에 비슷한 방식의 수중 데이터센터를 설치하고 있는데, 냉각수용 바닷물을 빨아들이는 방향을 일정기간마다 반대로 돌리는 방식으로 MS가 겪었던 파이프 내부 이물질 문제를 개선했지만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울산시 수중 데이터센터는 새로운 구조로 기존 수중 데이터센터의 문제를 극복했을 뿐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 효율이 높다는 분석이다. 카카오의 안산 데이터센터는 땅값을 제외한 건설비용이 1436억원, 네이버 김해 데이터센터는 1800억원이 들었는데, 울산 수중 데이터센터 총 구축비용이 113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또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시행됨에 따라 내년부터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시행되면 전력요금이 낮은 지방에 위치한 울산 수중데이터센터는 수도권보다 전기요금도 싸져서 운영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울산 외 다른 지역으로 수중 데이터센터가 확대되면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쏠림현상도 완화돼 포화상태에 이른 전력계통의 부담도 덜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153개 데이터센터 가운데 절반이 넘는 79개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고, 2029년까지 신설될 예정인 637개 데이터센터 가운데 86%인 550개가 수도권에 몰릴 전망이다. 수중 데이터센터는 지방의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직접적으로 연계해 탄소규제에 대응하기 용이하고, 입지 선정 과정에서 주민과의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적어 기업들이 충분히 고려해봄직한 선택지라는 것이다.
KIOST 관계자는 "국내 해역의 온도조건이면 해저기반만 안전하면 어디서든 수중 데이터센터를 지을 수 있다"며 "특히 울산 앞바다에 추진되는 세계 최대규모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처럼 지방에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면 각 지방의 수중 데이터센터가 에너지절감, 환경보호, 균형발전 3박자를 갖춘 산업 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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