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제도 미비 "준공 뒤 운영단계 초점 맞춰야"
건물 부문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건물의 기획, 설계, 시공뿐 아니라 운영단계에서도 에너지 성능을 지속적으로 검증해 에너지효율을 최적화하는 '커미셔닝'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8일 서울시 주최로 열린 '제8회 건물 온실가스 총량제 전문가 포럼: 커미셔닝 국내 기술개발 및 인프라 확산 방안' 포럼에서 TVS디자인 박태준 이사는 "건물의 탄소중립을 효과적으로 촉진하려면 사용단계 배출에 집중해야 하고, '커미셔닝'은 이를 달성하는데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커미셔닝'은 냉난방, 공조, 조명 등 건물의 설비가 최적의 효율로 운영되도록 체계화하는 과정을 말한다. 대형 선박을 '취역'(Commission)시킬 때 시운전을 실시하고, 성능 유지를 위해 지속적인 점검 및 보수를 하는 것에서 따온 개념으로, 환경적·경제적 이점이 커 미국에서는 이미 1990년대 활성화된 개념이다.
실제로 노후건물이 많은 미국 뉴욕시는 시행령을 통해 가장 적극적으로 '커미셔닝'을 장려하고 있다. 뉴욕시의 '지방법률 97'은 특정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에너지 모델링 시뮬레이션을 통해 건물이 노후화될 때까지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추후 리모델링했을 때 얼마를 줄일 수 있는지 제출하지 않으면 신규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도록 하고 있다.
건물이 준공된 뒤 운영 단계에서도 에너지 소비분석을 수행해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해야 하고, 개선해야 한다. 제공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뉴욕시는 2024~ 2030년 탄소배출량을 7만8000대 내연기관차를 줄이는 것과 맞먹는 36만톤 줄이고, 1억7500만달러의 에너지비용을 절감할 뿐 아니라 녹색일자리도 1000개 창출한다는 목표다.
일본에서도 2010년부터 '커미셔닝'이 활성화돼 건물 부문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저감해나가고 있다. 일례로 2010년 교토역사가 노후화로 성능이 현저히 저하되면서 교토시 단독건물 온실가스 배출량 1위를 차지하게 됐다. 이에 교토시는 2016년까지 총사업비 73억엔을 들여 단계별로 '커미셔닝'을 도입했고, 그 결과 에너지 소비를 60%를 절감할 수 있었다.
특히 이 '커미셔닝' 과정에서 단순 기기점검을 통해 노후화돼 효율이 떨어지는 기기를 파악해 교체한 비용만 40억엔으로, 성능 개선을 위해 새롭게 투입된 장비의 비용은 33억엔에 불과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커미셔닝에 든 비용은 33억엔으로, 커미셔닝 이후 연간 에너지 비용이 6억엔씩 절감된 것으로 보면 비용회수에는 5.7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탄소중립과 연계돼 국내에서도 '커미셔닝'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려면 건물부문에서 32.8%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커미셔닝'을 도입하면 건물 온실가스 배출량의 10%를 절감할 수 있어 NDC 건물부문 목표의 상당량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제도적 기반이 미비해 '커미셔닝'이 활성화되기 힘든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원과학대학교 김진호 교수는 "미국은 준공 후에도 7~8년간 지속적인 커미셔닝을 통해 에너지 절감 실적에 따라 부동산세 세제혜택을 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준공단계에서 설비성능에 대한 혜택이 있을 뿐 그 뒤로는 혜택도 없을 뿐더러 에너지 효율을 증명할 의무도 없다"고 밝혔다.
강원대학교 임종연 교수는 "규격이 맞지 않는 시공오류가 추후에 발견되거나, 같은 설비도 작동 방식에 따라 효율이 달라질 수 있어 '커미셔닝'을 통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신축 건물도 짓고나서 운영단계에서 온실가스가 증가할 수 있어 최초 설계가 아닌 실제 에너지 절감이 됐느냐에 초점을 두고 제도가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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