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을 장기간 차질없이 확보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탄소보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탄소배출권 인증기관 골드스탠다드(GS)는 '국제항공 탄소감축·상쇄제도'(CORSIA)에 제출하는 탄소배출권이 국제투자보증기구(MIGA)의 보증보험을 들지 않았을 경우 인증해주지 않겠다는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CORSIA는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국제항공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오는 2027년부터 2019년 배출량의 85% 수준으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도입한 규제다. 2035년까지 CORSIA로 해마다 우리나라 전체 탄소배출량에 맞먹는 6억톤의 탄소배출량을 저감해야할 것으로 추산돼 CORSIA 이행을 위해 제출하는 탄소배출권과 연계된 보험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GS가 요구하는 보증보험은 탄소상쇄사업 유치국이 감축실적 이전을 보류하거나 거부하는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다. 사업 유치국은 대부분 개발도상국이어서 잦은 정부 개입으로 토지 용도가 변경되거나 전쟁이 벌어지는 등 사업 자체가 무효화될 정치적 불안요소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CORSIA는 탄소배출권 중에서도 가장 품질이 높은 '고무결성 기준'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규제가 본격화되는 오는 2027년 이 기준을 충족하는 탄소배출권의 수요가 공급량보다 14배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따라서 공급량에 조금만 차질이 빚어져도 CORSIA 이행에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보증보험을 통해 이미 진행중인 사업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2000~2023년 탄소배출권 발급 성공률은 45%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 탄소배출권 사업은 투자자가 해당 지역의 주민과 정부와 복잡한 합의과정을 거쳐 사업을 진행한 뒤 해당 실적에 대한 깐깐한 검증절차까지 밟아 인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4~5년은 족히 걸리는 장기사업으로 불확실성이 큰 편이다.
CORSIA와 더불어 유럽연합(EU)발 탄소규제가 본격화되면 탄소배출권에 대한 수요와 함께 리스크 대비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늘면서 관련 보험시장은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컨설팅사 옥스보우파트너스와 탄소배출권 보험사 키타의 공동분석에 따르면 탄소배출권 보험시장 규모는 2030년 10억달러(약 1조4324억원)에서 2050년 300억달러(약 42조9714억원)로 성장한다는 예측이다.
정치적 리스크뿐만 아니라 기후위기로 탄소상쇄 사업이 위협받는 사례도 늘고 있어 탄소배출권 보험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 7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산불로 탄소배출권 발급을 위해 등록된 숲이 서울 면적의 3분의 1규모인 182㎢만큼 타버렸다. 세계자원연구소(WRI)에 따르면 2001~2023년 산불로 연평균 크로아티아의 국토면적인 6만㎢가 잿더미가 됐고, 매년 약 5.4%씩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기업들도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미국 탄소배출권 거래플랫폼 클로벌리(Cloverly)는 지난 1월 탄소배출권 가격의 3~8%가 적용된 보험상품을 출시했다. 산불이나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 불법벌목이나 감축성과에 대한 사기 등에 대한 피해로부터 탄소배출권 매수자를 보호하는 상품이다.
영국 보험사 마시(Marsh)는 위험관리 설루션 전문기업인 위투슈어(We2Sure)와 함께 해킹으로 탄소배출권을 도난당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사업으로 발급된 가짜 탄소배출권으로 인한 사기위험을 줄이는 상품이다. 위성 모니터링 기술까지 동원해 실시간으로 탄소배출권 사업 진행상황을 확인하고 평가하는 AI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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