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과 BP 등 유럽연합(EU)의 60여개 기업들이 저탄소제품에 대한 구매를 의무화해줄 것을 당국에 요구하고 나섰다.
18일(현지시간) 쉘(Shell)과 BP, 타타스틸(Tata Steel)을 포함한 유럽에 있는 제조업체들은 에너지전환이 촉진될 수 있도록 소비자들이 저탄소제품을 구매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검토해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EU집행위원회에 전달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이날 보낸 서한에는 "생산공정에 탄소저감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기업들은 높은 투자비 때문에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면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당국이 나서서 저탄소제품에 대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만약 당국이 이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기업들은 퇴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화석연료는 생산공정과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전세계 배출량의 8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막대하다. 이에 과학기반목표 이니셔티브(Science-based Targets Initiative)는 "기후변화의 가장 재앙적인 영향을 막으려면 석유와 가스산업의 탈탄소화 청사진이 필요하다"며 에너지부문에 새로운 표준을 마련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EU기업들의 이같은 요구는 소비자 물가상승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이미 에너지 가격이 치솟은 상황에서 또다시 물가상승을 부채질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칫 소비자들에게 구매를 강제했다가 반대급부로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는 제품 수요를 늘려주는 역풍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EU는 현재 탄소집약도가 높은 수입원자재에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하고 있는데, 서한을 보낸 기업들은 CBAM에 대해서도 "현재 조치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면서 "원자재뿐 아니라 자동차나 가구, 장난감 등 반제품과 완제품에 대해서도 탄소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항공업계에 지속가능한 연료사용을 의무화한 것처럼 저탄소 연료를 비롯해 플라스틱, 합성품, 고무, 강철, 건축자재 제품들도 사용을 의무화시키는 등 강제 조치에 포함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유럽 기업들은 지속가능성을 위한 추가 비용을 더이상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서한을 보낸 배경을 설명했다.
쉘과 BP뿐 아니라 바이오연료 생산업체 네스테(Neste)와 플라스틱 원료 생산업체 블루서클 올레핀스(BlueCircle Olefins) 그리고 독일 전력회사 RWE, 스웨덴 바텐팔(Vattenfall), 덴마크 풍력에너지그룹 외르스테드(Ørsted) 등도 이 서한에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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