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주변 어민·농민과 환경단체 활동가들의 코에서 청산가리 6600배의 독성을 지닌 '녹조' 물질이 검출됐다. 환경단체와 전문가 등은 환경재난을 넘어서 사회재난이 된 낙동강 녹조사태와 관련해 민관공동위원회 구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혜경 진보당 의원, 환경운동연합, 낙동강네트워크 등은 3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낙동강 인근에 거주하는 9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46명의 콧속에서 독성 녹조물질이 검출됐다는 내용을 담은 '사람 콧속 녹조(남세균) 독소 검출 결과'를 발표했다.
김동은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주도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낙동강 등 주요 녹조 발생원에서 약 2㎞ 이내 거주하는 어민, 농민 등과 낙동강 현장에서 활동한 활동가 등 97명을 대상으로 했다. 그런데 이 가운데 46명의 콧속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된 것이다. 환경단체 현장활동가 15명 중 9명에게서 독소가 검출됐고, 농·축산업 종사자 28명 중 14명, 어업 종사자는 11명 중 5명, 낙동강 인근 주민은 43명 중 18명에게서 독소가 검출됐다.
콧속에서 독소가 확인된 46명을 대상으로 건강 상황을 확인해본 결과 재채기를 호소하는 경우가 23명으로 가장 많았고, 눈 가려움증, 이상 눈물 분비 등 눈 관련 증상이 21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콧물 18명, 코막힘 15명, 후비루 12명, 후각 이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9명 있었다. 두통을 호소하는 이는 11명, 피부 증상을 호소하는 대상자는 10명으로 나타났다.
녹조 독소 가운데 가장 많이 검출된 독성물질은 '마이크로시스틴 LR'이다. 이 물질의 독성은 청산가리의 6600배에 이른다. 일부 참가자에서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010년 캘리포니아에서 실시한 조사·연구에서 나타났던 최대 농도보다 최대 4.3배 높은 수치가 검출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인체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된 사실은 녹조 에어로졸이 녹조 독소의 인체 유입에 있어 주요 경로가 될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와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녹조 에어로졸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치매와 파킨스 병 등 뇌질환을 유발할 수 있고, 신장 손상 등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특히 연구진은 독소가 비강이나 비인두에 걸리지 않고, 기관지를 통해 폐와 혈관까지 유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그동안 환경부 등 정부의 녹조 조사는 녹조 창궐 시기를 지나거나 녹조가 심각한 지역을 배제한,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식 조사가 대부분이었다"면서 "정부의 녹조 위험 평가는 신뢰성에 중대한 하자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녹조 독소에 대한 위험성은 세계적으로 증명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국 환경부만 이를 부정하면서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녹조 재난은 환경재앙에서 비롯된 사회재난"이라며 "차기 정부에서는 민관이 함께 '녹조 사회재난 해소를 위한 국민위원회'를 구성하고 녹조 독소의 장기적 위해성 관련 조사·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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