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임도확대' 산사태 위험 초래..."부실시공이 원인"

장다해 기자 / 기사승인 : 2025-05-20 16:54:13
  • -
  • +
  • 인쇄


산림청이 추진한 '임도확대'가 부실시공으로 산사태 위험을 더 키웠다는 감사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이 20일 발표한 '산림사업 관리·감독 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산림청은 2020년 기준 2만3207km에서 2030년 3만4990km로 임도(산림 속 도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2021~2023년 설치된 1531개 임도 중 135개 임도를 점검한 결과, 76%에 해당하는 103개 임도에서 옹벽 등 구조물을 설치하지 않았다. 산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산림자원법에서 정한 구조물 설치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산림청이 임도평가를 통해 임도개설 목표를 달성한 지방산림청은 포상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면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임도 설치의 타당성이 없는' 곳에도 임도를 개설하는 결과를 낳았다. 산림자원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타당성 평가를 통과한 경우에만 임도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감사 결과, 충청남도 등 지자체의 타당성 평가위원들은 타당성 평가항목인 경사도를 육안으로 가늠해 305개 노선 중 80%에 해당하는 246개 노선을 실제보다 낮게 평가했다. 이중 15개 노선은 임도 설치가 불가한 급경사지에 실제로 임도를 개설했다.

특히 집중호우로 흙이 무너져 발생하는 산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경사가 35° 이상인 급경사지에는 임도 설치를 최소화하되, 부득이 설치해야 할 경우 순절토 시공(땅 깎기로 발생한 흙 등을 치우는 공사)을 해야 한다. 그러나 산림청은 급경사지 지형에 신설한 임도 38개소의 급경사지 구간 24.2km 중 12.5km에는 순절토 시공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울기가 급할수록 노면 또는 도랑을 따라 흐르는 물에 의하여 산사태가 일어날 위험이 크므로, 임도의 종단기울기(노면의 높낮이 차이)는 노면 포장이 없을 경우 14% 이하, 포장시에는 최대 18%까지 허용된다. 그러나 충청남도·강원도·경상남도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11개 임도를 신설하면서 일부 구간(11.9㎞)의 종단기울기가 14∼18%인데도 노면을 포장하지 않았다. 3.8km 구간은 노면 포장을 했으나 종단기울기가 18%를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산림청이 공사 관리인력이 부족한 산림조합과 관행적인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을 부실 시공의 원인으로 꼽았다. 현장 대리인 1명에게 최대 6개의 사업현장을 관리하게 하거나, 자격미달자에게 사업현장을 관리하게 했다는 것이다. 또한 산림산업 주실 수행자에게 벌점 부과 기준을 마련했지만 부실시공으로 벌점을 부과받은 136개 사업자가 이후 아무런 불이익 없이 434억원에 달하는 690건의 산림사업을 수주했다.

이에 감사원은 산림청에 부실 시공된 임도에 대해 산사태 취약여부 점검 및 산사태 예방대책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더불어 산림청에 과도한 수의계약으로 산림사업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촉구하는 한편 경쟁입찰 확대 및 실효성 있는 제재를 강구하라고 통보했다.

초록별생명평화연구소장인 최병성 목사는 이번 산림청의 감사 결과에 대해 "산림청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지형과 집중호우 등 지리적 기후특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임도의 길이만 늘리는데 집중해왔다"면서 "산사태와 산림재해를 자연재해로 치부하지 말고 산림청의 잘못된 정책에 따른 결과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우리은행 'K-택소노미 AI' 도입으로 녹색금융 지원 강화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최초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여신 심사에 활용하는 'K-택소노미 전문상담 AI'를 도입했다고 25일 밝혔다. 'K-택소노미'는 지난 202

金총리 "태양광·풍력 대폭 확대…RE100 전용 산업단지 조성할 것"

김민석 국무총리가 탄녹위 주최 콘퍼런스에 참가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 차원의 에너지 대전환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김민석 국무총리는 22

상가 셔터가 작품으로 변신...KCC, 5명 작가와 을지로에 '셔터아트'

최근 젊고 힙(Hip)한 공간으로 탈바꿈하며 '힙지로'로 불리우는 을지로가 KCC의 컬러로 물들고 있다. KCC는 '셔터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 을지로 일

신한은행, 한국형 녹색채권 1000억원 발행..."녹색수송 사업에 투입"

신한은행은 22일 환경부가 주관하는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이차보전 지원사업'에 참여해 1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했다.한국형 녹색채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하려면 '농민·농업' 중심 정책 일관돼야"

영농형 태양광을 활성화하려면 농민과 농업을 중심으로 일관되게 단계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이 나왔다.최근 정부는 농촌 인구소멸과 에너지

포스코이앤씨 감전사고 外근로자 8일만에 깨어나..."음식물도 섭취"

포스코이앤씨 고속도로 연장 공사현장에서 감전을 당해 의식불명에 빠졌던 30대 미얀마인 근로자가 건강을 회복했다는 소식이다.21일 연합뉴스에 따르

기후/환경

+

폭염에 산불까지...美서부 축구장 1만5400개 '잿더미'

불볕더위가 극심하던 미국 캘리포니아와 오리건주에서 발생하던 산불이 몇 일째 번지면서 축구장 1만5400개 면적에 달하는 1만1000헥타르(ha)가 잿더미로

"생수·햇반·컵라면으로 살아요"...강릉 시민들, 물 부족에 아우성

서쪽지역은 최대 100mm의 폭우가 예보돼 있지만 강원도 강릉은 극심한 가뭄으로 물 부족 사태가 극에 달했다.지난 20일부터 계량기의 50%를 잠그는 제한

경기도, 퇴근길 폭우 대비 오후 6시 '비상1단계' 발령

퇴근길 폭우가 예상됨에 따라, 경기도가 25일 오후 6시를 기해 '비상1단계'를 발령한다.경기도는 25일부터 26일 오전까지 경기 북부와 남동부 지역을 중

알프스는 녹고 해변은 사라지고...관광산업 종말 오나?

기후변화로 폭염과 산불 등이 빈번해지면서 80년 후 관광산업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지속가능한 교통분야에서 선도적인 연구자인 스테

[날씨] 내일까지 중서부 '세찬 비'...가뭄 겪는 강릉은 '찔끔'

25일 인천과 서해안 지역에서 시작된 비는 중부지방으로 범위를 넓히면서 26일까지 이어지겠다. 서쪽과 중부지역은 매우 강하게 비가 내리겠지만 현재

3V 저전력으로 CO2 95% 포집 기술 '세계 최초' 개발

3볼트(V) 스마트폰 충전전압 수준의 저전력으로 95% 이상 고순도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기술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한국과학기술연구원(KAIST)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