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림청이 추진한 '임도확대'가 부실시공으로 산사태 위험을 더 키웠다는 감사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이 20일 발표한 '산림사업 관리·감독 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산림청은 2020년 기준 2만3207km에서 2030년 3만4990km로 임도(산림 속 도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2021~2023년 설치된 1531개 임도 중 135개 임도를 점검한 결과, 76%에 해당하는 103개 임도에서 옹벽 등 구조물을 설치하지 않았다. 산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산림자원법에서 정한 구조물 설치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산림청이 임도평가를 통해 임도개설 목표를 달성한 지방산림청은 포상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면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임도 설치의 타당성이 없는' 곳에도 임도를 개설하는 결과를 낳았다. 산림자원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타당성 평가를 통과한 경우에만 임도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감사 결과, 충청남도 등 지자체의 타당성 평가위원들은 타당성 평가항목인 경사도를 육안으로 가늠해 305개 노선 중 80%에 해당하는 246개 노선을 실제보다 낮게 평가했다. 이중 15개 노선은 임도 설치가 불가한 급경사지에 실제로 임도를 개설했다.
특히 집중호우로 흙이 무너져 발생하는 산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경사가 35° 이상인 급경사지에는 임도 설치를 최소화하되, 부득이 설치해야 할 경우 순절토 시공(땅 깎기로 발생한 흙 등을 치우는 공사)을 해야 한다. 그러나 산림청은 급경사지 지형에 신설한 임도 38개소의 급경사지 구간 24.2km 중 12.5km에는 순절토 시공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울기가 급할수록 노면 또는 도랑을 따라 흐르는 물에 의하여 산사태가 일어날 위험이 크므로, 임도의 종단기울기(노면의 높낮이 차이)는 노면 포장이 없을 경우 14% 이하, 포장시에는 최대 18%까지 허용된다. 그러나 충청남도·강원도·경상남도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11개 임도를 신설하면서 일부 구간(11.9㎞)의 종단기울기가 14∼18%인데도 노면을 포장하지 않았다. 3.8km 구간은 노면 포장을 했으나 종단기울기가 18%를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산림청이 공사 관리인력이 부족한 산림조합과 관행적인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을 부실 시공의 원인으로 꼽았다. 현장 대리인 1명에게 최대 6개의 사업현장을 관리하게 하거나, 자격미달자에게 사업현장을 관리하게 했다는 것이다. 또한 산림산업 주실 수행자에게 벌점 부과 기준을 마련했지만 부실시공으로 벌점을 부과받은 136개 사업자가 이후 아무런 불이익 없이 434억원에 달하는 690건의 산림사업을 수주했다.
이에 감사원은 산림청에 부실 시공된 임도에 대해 산사태 취약여부 점검 및 산사태 예방대책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더불어 산림청에 과도한 수의계약으로 산림사업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촉구하는 한편 경쟁입찰 확대 및 실효성 있는 제재를 강구하라고 통보했다.
초록별생명평화연구소장인 최병성 목사는 이번 산림청의 감사 결과에 대해 "산림청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지형과 집중호우 등 지리적 기후특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임도의 길이만 늘리는데 집중해왔다"면서 "산사태와 산림재해를 자연재해로 치부하지 말고 산림청의 잘못된 정책에 따른 결과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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