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의 탄소배출량이 모델 및 질문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질문 수준에 따라 최대 6배, AI 모델 수준에 따라서는 최대 50배까지도 차이난다는 것이다.
2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대학 연구팀은 14개의 대규모 언어모델(LLM) AI 시스템에 주관식과 객관식 질문을 모두 제시해 시험한 결과, 복잡한 질문은 간결한 질문보다 최대 6배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보고했다.
같은 질문에 답할 때도 더 많은 추론능력을 갖춘 '스마트' LLM은 더 간단한 시스템보다 에너지 집약적이고, 탄소배출량도 최대 50배에 이른다. 이를 두고 연구 제1저자인 막시밀리안 다우너 뮌헨대학 박사과정 연구원은 "뇌의 신경망과 비슷하다"며 "뉴런 연결이 많을수록 질문에 답하기 위해 더 많은 생각을 하는 셈"이라고 비유했다.
AI 프롬프트의 각 단어는 '토큰ID'라는 숫자 집합으로 나뉘고, 축구장보다 거대한 데이터센터로 전송된다. 그곳에서 여러 대의 대형컴퓨터가 수십 번의 빠른 계산을 통해 답변을 생성한다. 미국 전력연구소(EPRI)의 추산에 따르면 이 과정에 드는 에너지는 구글검색의 최대 10배에 이른다. 더욱이 데이터센터의 대부분은 화석연료로 가동된다.
또 복잡한 질문의 에너지 소모량이 큰 이유 중 하나는 많은 AI 모델이 설명을 길게 하도록 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구팀은 AI가 예의를 갖추는 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용자가 '부탁드립니다'나 '감사합니다'라고 정중하게 말하면 답변이 더 길어지고, 각 단어를 생성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다우너는 사용자가 AI모델과 소통할 때 답변 길이를 한두 문장으로 제한하거나, 설명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명시하는 등 보다 직설적인 답변을 요구할 것을 제안했다.
AI회사 '허깅페이스'(Hugging Face)의 기후책임자 사샤 루치오니는 모든 AI 모델이 동일하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탄소발자국을 줄이려는 사용자는 특정 작업에 맞는 작업별 모델을 선택할 것을 제안했다. 또 가능하면 간단한 작업은 온라인 백과사전이나 계산기 등 기본 도구를 쓸 것을 권장했다.
가령 매일 복잡한 코딩 문제를 해결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면 코딩에 적합한 AI 모델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평범한 고등학생이 숙제를 AI에 의존하는 것은 마치 원자력으로 디지털 계산기만 쓰는 격이라고 루치오니는 꼬집었다.
다우너 또한 "같은 업체가 만든 AI여도 모델마다 추론 능력이 다를 수 있다"며 필요에 가장 적합한 기능이 무엇인지 조사할 것을 권했다.
한편 연구팀은 AI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숫자로 나타내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소비량이 사용자의 지역 에너지망 접근성과 AI모델 실행에 사용되는 하드웨어에 따라서도 에너지 소비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샤올레이 렌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리버사이드캠퍼스 전기컴퓨터공학과 조교수는 "많은 AI회사는 에너지 소비량에 대한 정보는커녕 에너지 소비량 추정에 도움이 되는 서버 크기나 최적화 기술과 같은 세부 정보도 공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렌 교수는 "AI가 평균 얼마나 많은 에너지나 물을 소비하는지 단정지을 수 없다"며 각 모델을 개별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짚었다.
다우너는 AI 회사가 투명성을 확보하려면 각 프롬프트와 관련된 탄소 배출량을 공개해야 한다며 "사람들이 AI의 평균 (환경적) 비용을 알게 된다면, '심심하다고 챗GPT에 농담을 해야 할까?'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프론티어스 인 커뮤니케이션'(Frontiers in Communication) 학술지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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