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생에너지를 배척하고 화석연료를 지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폐쇄 예정이던 석탄발전소를 강제로 재가동시켰다.
20일(현지시간) 미 행정부는 미시간주에 위치한 JH 캠벨 석탄화력발전소를 90일간 더 가동할 것을 지시했다. 미 정부는 이를 지시하기 위해 전시나 재난상황에서나 쓰이는 비상권한까지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이나 발전소 운영사의 요청이 없었는데 발전소 폐쇄를 중단시킨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1962년 문을 연 캠벨 발전소는 발전 규모는 연간 1.5GW,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770만톤에 달한다. 발전소는 지난 5월 진작에 폐쇄돼야 했지만, 폐쇄까지 불과 8일을 남겨둔 5월 23일 미 에너지부의 명령으로 가동일수가 90일 연장된 바 있다. 여기에 추가로 90일이 더 연장되면서 발전소는 11월까지 계속 가동되게 된 것이다.
이같은 소식에 지역주민들은 물론 발전소 운영사까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30년간 공장의 그늘에서 살았다는 지역주민 마크 오펜후이젠은 "폐쇄만을 간절히 기다려왔는데 더 기다릴 수 없다"며 "회사가 내린 결정에 정부가 왜 굳이 개입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공장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이 아내의 폐 질환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2006년부터 발전소 인근 지역인 오타와 카운티에 거주해온 주민 데이비드 호케마도 "보수 성향이 강한 주민들은 물론 공화당원들조차 건강을 우려하고 있다"며 "(석탄발전소 연장은) 역대급 미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대다수의 오타와 주민들은 지난 선거에서 트럼프를 지지했지만, 이들조차 석탄발전소를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지 비용도 큰 부담이다. 캠벨 발전소 운영업체인 '컨슈머에너지'(Consumers Energy)는 재생에너지 전환으로 2040년까지 총 6억달러(8387억원)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발전소를 계속 가동하면 하루 운영비만 100만달러, 약 14억원이다. 이 비용은 고스란히 주민들의 청구서로 전가되는 것이다.
운영사 측은 행정부가 트럼프의 남은 임기 내내 발전소 가동 명령을 계속 연장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컨슈머에너지 대변인은 "우리 기업은 정부 명령을 계속 준수하고 있다"면서도 "캠벨 발전소 운영비의 회수를 추구하고 있다. 시기적절한 비용 회수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녹색단체연합(coalition of green groups)은 트럼프 행정부가 2028년까지 폐쇄 예정인 미국 내 모든 화석연료발전소를 계속 가동시킬 경우 미 납세자들은 연간 60억달러(8조3844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더 내게 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더욱이 석탄발전소 인근 거주자들은 건강악화로 그 비용이 더 올라간다. 최근 뉴욕대학 연구에 따르면 2016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인근의 석탄발전소가 폐쇄된 후 한달간 병원을 방문하는 소아 천식환자 수가 41% 감소하고, 매달 약 4%씩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21일 성명에서 "캠벨 발전소가 폐쇄하면 지역 전력망에 큰 부담을 가할 것"이라며 "이번 명령은 바람이 불든 태양이 빛나든 상관없이 저렴하고 안정적이며 안전한 전력에 계속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관의 주장과 달리, 미시간주를 비롯한 14개주의 전력망을 운영하는 업체인 미소(Miso)에 따르면 이미 올여름 최대치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전력이 확보된 상태였다.
환경단체 천연자원보호협회 대변인은 "트럼프는 화석연료를 위해 전력망을 정치적으로 장악하고 있다"며 "그 결과 전기요금이 오르고, 환경오염이 심해지며, 기후위기가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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