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스틱병, 합성섬유, 방향제 등에 쓰이는 석유화학 원료 '자일렌(Xylene)'을 상온에서 고순도로 분리할 수 있는 다공성 소재가 개발됐다. 자일렌 정제에 드는 에너지와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 나명수·민승규 교수팀은 한양대 에리카(ERICA) 전형필 교수팀과 함께 상온에서 자일렌 이성질체를 분리할 수 있는 다공성 흡착 소재를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자일렌은 생수병, 합성섬유, 방향제 제조에 쓰이는 물질로, '오르토' '메타' '파라' 3가지 이성질체가 있다. 이성질체는 구성원소와 원자수는 같지만 분자구조가 다른 물질이어서 용도 또한 다르다. 오르토 자일렌은 살충제나 염료 중간체 제조에, 파라자일렌은 생수병이나 합성섬유의 원료로 쓴다. 실제 석유화학 공정에서는 이 3가지 이성질체에다 비슷한 에틸벤젠까지 총 4가지가 섞인 혼합물 형태로 나오기 때문에 고온고압의 추가 분리정제 공정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이런 혼합물을 상온에서도 효율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다공성 '금속-유기 골격체'(MOF, metal-organic framework)'를 개발했다. MOF는 금속이온과 유기물 분자가 연결돼 생긴 나노미터 수준의 기공으로 이뤄진 물질로, 기공이 이성질체 분자들을 걸러내는 체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번에 개발된 MOF는 일반적인 MOF와 달리 측면 통로가 막히고 위아래 방향의 수직 통로만 열린 구조로 설계됐다. 니켈(Ni) 금속과 BTC라는 유기물로 틀을 짜고, 트리에틸렌디아민(DABCO)라는 부피가 큰 원기둥의 분자를 추가로 넣어 측면 통로를 막은 구조다. 측면이 뚱뚱한 DABCO 분자로 막혀 있어 수직 방향 입구로만 이성질체들이 들어갈 수 있어, 휘어진 형태의 오르토자일렌은 입구에서부터 걸러지게 된다. 반면 길쭉한 모양의 파라자일렌과 에틸벤젠은 기공을 통과해 내부에 흡착될 수 있다.
이 MOF는 측면 통로가 열려있는 기존 MOF보다 최대 268배 높은 오르토 자일렌 선택도를 기록했다. 또 여러 번 재사용해도 구조와 성능이 유지됐다.
나명수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소재는 상온·상압에서도 특정 이성질체를 자발적으로 분리할 수 있어, 고온·고압에 의존하던 기존 공정의 한계를 뛰어넘는 성과"라며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공정을 단순화할 수 있는 점에서, 보다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석유화학 분리 기술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결과는 전통화학분야 국제학술지 앙게반테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7월 18일자 온라인에 게재됐으며, 전면 표지논문으로 선정돼 정식 출판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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