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경칼럼] '강릉의 가뭄'...무엇이 최악사태 불렀나?

윤미경 발행인 / 기사승인 : 2025-09-05 08: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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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드러낸 강릉의 오봉저수지 (사진=연합뉴스)

4개월 넘게 비가 내리지 않은 강릉의 상황은 참담하다. 수도계량기를 75%까지 잠그는 제한급수를 사상 처음으로 실시하고 있고, 개학한 학교에서는 개수대 수도꼭지도 잠궈버렸다. 공공 화장실은 모두 폐쇄했고, 식당들은 영업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지경이다. 시민들은 물을 아끼기 위해 물티슈와 생수, 햇반으로 견디고 있다.

그러니 온나라가 동원돼 물을 퍼나를 수밖에 없다. 전국에서 동원된 90대가 넘는 소방차와 살수차는 쉴새없이 정수장에 물을 보충하고 있고, 군대에서 사용하던 급수차와 물탱크 차량도 물을 퍼나르는데 동원되고 있다. 심지어 독도경비함도 강릉으로 물을 공급하고 있다. 각지에서 생수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하늘만 도와주지 않고 있다. 다른 지역은 폭우가 퍼붓는데도 강릉만 5㎜ '찔끔' 내리고 그쳤다. 우리나라 지형 특성상 동해안은 비가 잘 내리지 않는다.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구름대가 높은 태백산맥을 넘지 못하고 비를 뿌린 뒤 건조한 상태로 산맥을 넘어가기 때문에 동해안 지역에서는 가뭄이 자주 발생한다. 지난해도 그 이전해에도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을 겪었다.

강릉에서 60㎞ 떨어져 있는 속초도 가뭄이 자주 발생하기로 유명하다. 속초는 1995~2018년까지 8차례나 제한급수를 실시했을 정도로 가뭄이 심한 경우가 많았다. 올해도 속초는 강릉과 마찬가지로 예년에 비해 강수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속초는 올해 300톤의 물을 소비하는 물축제를 진행할 정도로 물이 풍족한 상태다. 똑같이 비가 적게 왔는데 강릉은 마실 물도 부족할 정도로 식수가 고갈됐는데 속초는 그렇지 않았다. 

이유는 명확했다. 속초시는 가뭄에 대한 대책을 차근차근 준비한 반면 강릉시는 전혀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속초시는 고질적인 가뭄을 해결하기 위해 수년에 걸쳐 바다로 흘러가는 지하수를 막아 저장하는 지하댐을 만들었다. 특히 2021년 쌍천 하류지역에 건설한 제2 지하댐의 저장용량은 63만톤에 이른다. 속초시민들의 하루 물 사용량은 3만6000톤을 훨씬 넘는다.

속초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비상취수원을 확보하기 위해 암반 15곳을 뚫어 하루 2만3300톤의 지하수를 확보했다. 또 2019년부터 매년 노후된 상수관을 교체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59.3%에 달하던 유수율은 92.4%까지 상승했다. 연간 130만톤의 물이 새는 것을 막은 것이다. 또 정수장 물이 부족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500톤의 원수를 추가로 확보하는 관로사업도 진행했다.

속초시가 수년에 걸쳐 가뭄에 대비하는 물을 확보하고 있는동안, 강릉시는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18만명에 달하는 강릉 시민들은 남대천 상류에 위치한 오봉저수지 하나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오봉저수지는 지금도 매일 0.3%포인트 안팎으로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 물탱크 차량으로 하류의 물을 열심히 퍼나르고 있지만 드러나는 바닥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김홍규 강릉시장은 9월에 비가 올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고 말한다. 속초시처럼 가뭄에 미리 대비하지 못해 지역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것에 대해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어 보였다. 기상청의 예보대로 9월까지 강릉에 큰 비가 오지 않는다면 그는 지자체장으로서 준비가 미흡했던 자신이 아닌 하늘을 탓하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는 기후변화 시대에 살고 있다. 기상이변이 때때로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하늘을 탓할 수는 없다. 이제는 가뭄과 폭우, 산불 등 기상이변에 잘 대비한 지자체장과 그렇지 않은 지자체장에 따라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현재 강릉과 속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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