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시가 최악의 가뭄으로 물이 바닥날 지경에 놓였는데도 3000만톤의 물을 담고 있는 평창의 도암댐 사용을 주저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9일 강릉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2.3%로 전일에 비해 0.1%포인트 떨어지면서 저수율 하락이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많은 비가 내리지 않는 이상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4주 후에 5%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추가적인 물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로서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는 곳이 강릉에서 20㎞ 떨어진 평창 도암댐이다. 도암댐은 1990년 건설돼 2001년 2월까지 강릉 남대천으로 물을 흘려보냈다. 그러나 수질이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나빠지면서 강릉 시민들의 반발로 도암댐에서 남대천으로 방류하는 것이 중단됐다.
강릉시는 24년이나 끊겼던 물길을 다시 열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수질'이다. 환경부는 도암댐 수질검사 결과를 강릉에 전달하면서 '도암댐 물을 정수처리하면 생활용수로 사용 가능하다'는 의견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9일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이같은 사실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수질검사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한 데이터를 공개할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도암댐 수질이 1급수냐"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서도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환경부 관계자의 답변으로 미뤄봤을 때 도암댐의 수질은 1급수로 간주하기 어려워 보였다. 강릉시 관계자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환경부가 전달한 수질 데이터를 분석중"이라며 "몇 개 항목을 추가해 자체적으로 도암댐 수질검사를 실시해 안전성을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릉시가 도암댐 물 사용을 주저하는 이유는 또 있다. 도암댐에서 남대천에 이르는 15㎞ 도수관로에는 24년간 흐르지 못한 물이 차 있다. 도암댐을 방류하게 되면 관로에 고여있던 물이 일제히 쏟아져나오기 때문이다. 이 물의 오염도가 확인되지 않는 이상 방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강릉시는 지난 8일 도암댐 취수탑 상중하단 3곳과 도수터널 잔류수 등 4곳에서 채수해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에 수질검사를 의뢰했다고 9일 밝혔다. 환경부가 조사한 총인(T-P), 총유기탄소(TOC) 등 8개 항목에 중금속 납(Pb)·비소(As)·시안(CN) 등을 추가해 총 38개 항목을 검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결과는 아무리 빨라도 1주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도암댐은 애시당초 수력발전용으로 지어진 것이어서, 강릉수력발전소에 보내 전기를 생산한 뒤 남대천으로 방류했다. 그래서 수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4급수까지 떨어진 수질이 남대천까지 오염시키자, 강릉 시민들이 방류중단을 요구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
이 때문에 강릉시는 과거와 같은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도암댐 수질의 안전성을 따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는 도암댐 수질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사용할 수밖에 없어, 방류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강릉시 관계자는 "도암댐 관로의 물은 24년간 사용하지 않아 수질이 오염됐을 수 있다"면서 "현재로선 도수관로 사용여부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만 새로운 관로를 설치하고, 이 관로로 물을 끌어올리는 모터장비 등을 설치하려면 9월말에 이르러야 도암댐 물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오는 13일 한반도를 지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강릉을 포함한 영동지역에 비가 올 확률이 오전 80%, 오후 70%로 예상했다. 다만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 위치와 열대 요란 등 우리나라 주변 기압계 변화에 따라 강수 지역과 시점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