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펠] 에너지 저장하는 '모래 배터리' 개발...베트남 스타트업의 도전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11-05 08: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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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알테르노' 창업자 겸 대표이사 하이 호
"모래로 리튬이온 대체하고 온실가스도 줄이고"

뉴스트리가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 '뷰티풀펠로우'에 선정된 기업을 차례로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뷰티풀펠로우는 지속가능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로 일상생활 속 긍정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사회혁신리더를 선발해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편집자주]

▲베트남의 열에너지 솔루션 스타트업 '알테르노'의 하이 대표 (사진=아름다운가게)

"베트남에서는 차나 커피 등을 수확해서 건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필요한 고온의 열에너지를 대부분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죠. 그래서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안정적으로 열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친환경 배터리를 개발하기로 마음을 먹었죠."

최근 방한한 베트남의 열에너지솔루션 스타트업 '알테르노(Alternō)'의 공동설립자인 하이 호(Hai Ho) 대표의 말이다. 그는 "열에너지는 여러 산업의 필수"라며 "빠르게 경제성장하는 베트남은 에너지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대부분 석탄이나 디젤 등 화석연료로 공장을 가동하는 탓에 온실가스 배출이 심각하다"며 모래로 열에너지를 저장하고 공급하는 친환경 '모래 배터리'(Sand Battery)를 개발한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베트남은 2020년 기준 국가온실가스 배출량의 65%가 에너지 부문에서 발생했을 정도다. 대부분 화석연료 연소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다. 

아이디어 피칭을 통해 10만달러를 투자받아 2023년 알테르노를 창업한 하이 대표는 "2030년까지 전세계에 '모래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고, 배터리 설비를 100메가와트(MW) 규모까지 확장해 이산화탄소를 100메가톤 절감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아름다운가게의 아시아 뷰티풀펠로우 4기로 선정된 '알테르노'의 사업내용에 대해 뉴스트리가 하이 호 대표를 직접 만나 들어봤다.
 
◇ 모래에 에너지를 저장한다고?

'모래 배터리'의 기술원리는 단순하다. 하이 대표는 "모래 배터리는 아주 큰 주전자에 물 대신 모래가 담긴 것"이라고 표현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열에너지를 이용해 모래를 최대 600°C까지 가열하면, 이는 최장 6개월간 유지된다고 한다. 이렇게 저장된 에너지로 건조기나 히터, 보일러 등 난방용으로 공급할 수 있다.

모래를 배터리로 활용하는 발상은 이미 197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전무했던 당시에는 값싸고 넘쳐나는 화석연료 대신 굳이 돈을 들여 청정에너지로 전환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기에 이 기술은 특허만 등록된 채 상용화를 위한 후속연구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하이 대표는 핀란드의 에너지기업 폴라나이트에서 '모래 배터리' 개념을 처음 접하게 됐다고 한다. 이 기업은 일찍부터 모래를 지역난방에 활용했다는 사실을 알고, 모래 배터리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이 기술로 사업할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2022년 호치민에서 발생한 유류 파동이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하이 대표는 "당시 모든 주유소가 문을 닫았고, 기름을 어디서도 구할 수 없게 되자 '에너지 위기'를 실감하게 됐다"면서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2년동안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산속에서 자급자족 생활을 한 것도 모래 배터리를 사업화 하기로 결심하는 동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농작물을 기르고, 태양광으로 전기를 만들고, 심지어 우물까지 팠다"며 "이 과정에서 전기를 저장하는 리튬배터리가 고온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열에너지 저장에 주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작업자들 뒤에 알테르노의 '모래 배터리' 제품이 놓여있다. (사진=알테르노)


◇ 모래가 리튬이온 대체소재가 될까

기존의 모래 배터리는 열만 저장할 수 있었지만 '알테르노'는 최초로 전기까지 저장할 수 있는 모래 배터리다. 소금 기반 배터리셀을 통해 전기를 저장하는 방안을 찾아낸 것이다. 소금 셀은 주변에 열이 있어야 저장된 에너지가 유지되는데, 모래에 저장된 고온의 열이 이를 가능하게 해준다.

하이 대표는 "연구를 통해 모래를 전기 저장체로 사용할 수 있음을 확인하고 상용화를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이 제품이 상용화되면 경쟁제품에 비해 초기 설치비 기준으로 90%가량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리튬이온배터리에 비해 20%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고 했다. 하이 대표는 "리튬이온배터리는 5~10년 주기로 교체해야 하지만, 모래배터리는 최대 25년까지 사용할 수 있고 열에너지 충전 용량도 더 크다"고 설명했다.

모래 배터리가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리튬이온이 탑재된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비해 부피가 크다는 게 단점이다. 하이 대표는 "리튬이온에 비해 무게와 크기가 커서 전기차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공장이나 데이터센터의 비상배터리, 에너지 공급이 원활하지 않는 낙후된 지역의 비상전원으로 활용하기는 제격이라고 했다.

물론 공장들을 상대로 도입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하이 대표는 "공장 입장에서는 비용을 들여가며 굳이 잘 쓰고 있던 설비를 교체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알테르노는 '무상서비스'를 해결책으로 내놨다. 알테르노 모래 배터리 설치를 희망하는 공장에겐 3개월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후 설치를 희망하지 않으면 회수한다. 아울러 배터리 대여서비스를 통해 초기 비용장벽을 낮추고 있다.

하이 대표는 "전세계 재생에너지 시장이 확대되려면 ESS가 핵심"이라며 "ESS 보급이 늦어지면서 재생에너지 시장도 부진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전세계 무역전쟁으로 희토류가 무기화되면서 희토류가 필수인 리튬이온배터리 생산도 타격을 입고 있다"면서 "알테르노의 모래 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전환에도 일조할 대체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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