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에너지 위기에...韓 '석탄발전소' 폐쇄 결국 연기하나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6-04-02 10:3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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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 운반선 (사진=연합뉴스)

한달째 이어지는 미국·이란 전쟁에 에너지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정부는 원전 이용률 확대와 함께 석탄발전소 폐쇄 일정을 연기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정부는 2일 자정을 기해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천연가스 역시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됐다. 단순한 수급 우려를 넘어, 실제 원유 도입 차질과 재고 감소 등 경제·산업 전반에 영향이 가시화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원유 수송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국내 도입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중동지역 에너지 시설 공격까지 이어지며 국제유가 변동성도 크게 확대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원전 가동률을 높이고, 석탄발전 상한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히 천연가스 수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에서 원전 이용률을 늘리고 석탄발전 폐지 시기를 늦추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 에너지 전환 정책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조치다. 그동안 정부는 노후 석탄발전소의 가동률을 낮추고 단계적 폐쇄를 추진해왔지만, 에너지 위기 상황이 이를 뒤흔들고 있는 셈이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아시아 전역에서 유사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을 한시적으로 허용했고, 인도와 태국, 방글라데시 등도 석탄발전 확대에 나섰다. 대만 역시 LNG 수급 차질 시 석탄발전 재가동을 검토 중이다.

배경에는 LNG 의존 구조의 한계가 있다. 그동안 LNG는 석탄보다 친환경적이고 재생에너지보다 안정적인 '전환 연료'로 평가받아 왔지만, 해상 운송에 의존하는 특성상 지정학적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싱가포르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의 디니타 세티야와티 분석가는 "아시아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며 "안정적인 대안으로 여겨졌던 LNG조차 병목현상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격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LNG 물량이 급감하면서 전세계 공급망에서 약 300억㎥ 규모가 사라졌고, 이 가운데 80% 이상이 아시아 지역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의 과도기 리스크를 드러낸 사건이라 평가하며 석탄 회귀가 장기적으로는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장의 위기를 넘기려면 석탄발전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기반을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가 국가 에너지 안보의 핵심 변수라는 것이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폴린 하인리히스 연구원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외부 충격에 덜 취약하다"며 "단기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화석연료 투자를 늘리는 악순환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세티야와티 분석가 또한 "석탄은 가장 빠르고 저렴한 대체 수단이지만, 기후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라며 "이번 위기는 재생에너지 확대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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