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아웃'
흔히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바깥세상에 드러낼때 사용하는 용어로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데 난데없이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커밍아웃'?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사건의 발단은 8일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처음 방아쇠를 당긴 사람은 제주지검 이환우 검사. 이 검사는 지난달 28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 "검찰개혁은 근본부터 실패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추 장관은 "이렇게 커밍아웃해주시면 개혁만이 답"이라는 답글을 달면서 공방이 촉발됐다.
춘천지검 최재만 검사도 거들었다. 최재만 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검사들을 인사로 좌천시키거나 감찰 등 갖은 이유를 들어 사직하도록 압박하는 것을 검찰개혁이라고 생각하느냐"며 추 장관의 검찰개혁 방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 검사는 "저 역시 이환우 검사와 동일하게 커밍아웃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검사들의 커밍아웃'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최재만 검사의 글에 300개 가까운 실명댓글이 붙고 있다. 검찰개혁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불만은 그만큼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추 장관의 검찰개혁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커밍아웃 검사, 사표받으라'는 청원이 올라오자, 이에 찬성하는 동의가 벌써 43만개를 넘어섰다.
청원인은 "정치인 총장이 검찰을 정치로 덮어 망치고 있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자성의 목소리는 없이 오히려 정치인 총장을 위해 커밍아웃하는 검사들의 사표를 받아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어 "검찰개혁의 시작은 커밍아웃하는 검사들의 사표를 받는 일부터 시작"이라며 "대한민국 적폐청산의 출발! 검찰개혁 갑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도 가세하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추 장관이 개혁대상'이라며 장관에게 반발하는 검사들 편에 섰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이 특권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잘못된 개혁저항'이라고 몰아붙였다.
일각에서는 검사들의 이같은 집단반발이 2012년 한상대 검찰총장 퇴진으로 벌어졌던 '검란'(檢亂)의 재연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당시 한 총장은 검사들의 집단반발에 결국 개혁안 발표를 취소하고 사퇴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도 목소리를 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검사들의 '나도 커밍아웃'이 유행인가"라며 '이모 검사! 최모 검사!'라고 대놓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작은 검찰개혁의 움직임에도 저토록 극렬히 저항하면서 김학의 재판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라고 꼬집었다. 김학의는 전 법무부 차관으로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그렇다면 법무부의 검찰개혁안에 무엇이 담겨있길래 검사들이 이처럼 반발하는 것일까. 법무부의 검찰개혁안은 지난해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발표한 것으로, 지금까지 검찰의 잘못된 수사관행을 바로잡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요약하자면 △심야조사를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장시간 조사 △부당한 별건수사 금지 △수사기록에 대한 피의자 등의 열람 등사권 확대 △수사권 조정에 대비해 검찰의 직접수사 등이다. 여기에 △검사장 전용 차량 폐지 △검사의 내·외 파견 최소화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3개 거점청에만 특수부를 반부패수사부로 개편 △검찰의 인권보호수사 의무와 책임 강화 △공개소환금지 △검찰의 셀프감찰 부분은 1차 감찰이 완료된 사항에 대해 2차 감찰권 행사 △법무부의 실효적 감찰을 위해 법무부 감찰관실 개편 △검찰 인사제도 및 사건배당 시스템 재정비 △국가송무국 신설해 검찰에게 일부 위임된 국가송무사무를 법무부로 환원 △검찰개혁을 위한 검·경 수사권조정, 공수처 설치에 관한 입법화 등에 대한 내용도 담겨있다.
점점 판세가 커지는 추 장관과 검사들의 갈등은 어쨌거나 현재 진행 중인 감찰 결과에 좌우될 전망이다. 감찰 결과, 검찰 내부나 지휘라인의 문제점이 드러난다면 감찰 자체에 반발해온 검사들은 비판에 직면할 수 있고, 반대의 결과가 나오면 추 장관이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