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서쪽에 위치해 옛 한옥과 다양한 역사가 남아있는 마을 서촌. 그 중에서도 통의동과 체부동은 골목 안 곳곳에 독특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찬바람 부는 늦가을, 뉴스;트리가 서촌 골목 가을 풍경을 찾아가봤다.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보면 영추문 맞은편에 위치한 통의동을 만날 수 있다. 마을을 찾아 길을 건너면 바로 오래된 여관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1936년 들어선 '보안여관'은 2004년까지 운영된 통의동 대표 여관이었다. 특히 이곳은 김동인·서정주 등 많은 문인들이 머물렀던 곳으로, 그 시절 문화예술 집합소 역할을 해왔단다. 지금은 여관에서 문화행사 공간으로 탈바꿈해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지만, 세월이 묻은 외관만은 그대로 남아있다.
보안여관을 지나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차는 닿을 수 없는 좁은 골목길이 굽이굽이 이어져 있다. 길을 따라 걸으면 곳곳에 숨어있는 한옥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그 곁, 한옥 사이에 조용히 자리한 나무들은 골목에도 가을이 지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서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골목을 걷다보면 조용히 품어온 오래전 나무를 찾아볼 수 있다.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던 백송나무 터가 바로 그것인데, 1990년 태풍에 넘어지면서 고사돼, 지금은 그 흔적만을 만날 수 있다. 흥미롭게도, 마을주민들은 죽은 백송을 없애지 않았다. 나무밑동 만은 남겨 소중한 기억은 살려냈고, 새 백송을 심어 마을의 상징 역시 이어가고 있다.
통의동에서 길을 하나 더 건너면 체부동을 만난다. 체부동은 주로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로 알려져 있는데, 그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의외의 역사를 발견하게 된다. 먼저, 1931년 마을에 들어선 체부동 성결교회를 만난다. 백년 가까이 골목을 지켜온 이 교회는 서촌이 점차 상업화되고, 마을주민들이 떠나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다 그 역사성을 인정받아 서울시 우수건축자산으로 선정되면서 골목에 남을 수 있었고, 지금은 서울미래유산이자, 생활문화센터로 그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체부동은 무엇보다 골목 그 자체가 특별한 사연을 지니고 있다. 지난 2009년 실시한 경복궁 서측 실측조사에 따르면, 체부동 골목은 백여 년 전 조선 후기의 길과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 골목 곳곳에 남은 한옥에 이르는 길 대부분이 19세기 무렵 형성된 모습 그대로라는 의미다. 모퉁이 돌아 만나는 감나무와 단풍나무, 작게 자란 풀들까지 어쩌면 그 옛날 조선시대 사람들이 즐겼을 풍경일지 모른다.
이에 실측조사에 직접 참여한 건축가 조정구 구가도시건축사무소장은 “골목이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에서 집을 새로 짓거나 고친 것이기 때문에 (체부동) 골목에 시간이 쌓여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렇듯, 늦가을 풍경을 느껴보기 위해 걸어온 서촌 골목은 가을 정취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이 만든 분위기까지 품어내고 있다. 이번 주말 서촌에서 지난 100년의 가을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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