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도성의 북소문(北小門)인 창의문을 지나면 북악산과 인왕산 사이에 자리한 조용한 산중마을 부암동을 만날 수 있다. 낙엽지는 가을, 뉴스;트리가 이 산중마을을 거닐어보았다.
창의문 밖을 나서면 크고 작은 언덕을 따라 들어선 골목이 보인다. 이 경사 높은 골목을 따라 천천히 걷다보면 자하문 터널 앞으로 이어지는 한 계단을 만나게 된다.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이른바 '기생충 계단'이다. 주인공 가족이 억수같이 오는 비를 맞으며 내려오는 장면에 나온 이 계단은 이제 한국 영화의 명소로 자리잡은 곳이다.
기생충 계단을 지나 조금 더 걸어 내려가면 길 건너편에 자리한 석파정과 서울미술관이 나온다. 조선말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별장으로 알려진 석파정은 산새와 계곡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공간으로 특히, 가을에 그 멋을 느낄 수 있다 한다. 지금은 개인소유로, 사립미술관이 들어서 현대미술 전시공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역사와 예술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도로가에서 골목으로 걸어 들어가면 또다른 문화를 만날 수 있다. 산속 자연풍경을 느끼며 걷다보면 조선시대 안평대군이 지냈다는 무계정사에서 이름을 딴 복합문화공간 무계원을 만난다. 안평대군 집터 근처에 한옥으로 지은 이 공간은 산 풍경과 잘 어우러져 한국의 미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오르막길을 좀 더 오르다보면 일제강점기 소설가이자 언론인이었던 현진건의 집터를 마주한다. 현진건이 1930년대 장편소설을 주로 쓰던 때 지냈다는 이곳은 이제 비석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산 풍경 덕에 그가 보았을 자연의 아름다움은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다. 골목 주변 붉고 노랗게 물든 단풍과 산새 지저귐 역시 그대로다.
부암동이 품은 문화는 시(詩)로도 이어진다. 청운동과 부암동 경계에 자리한 언덕으로 걸어 올라본다. 일제강점기 저항시인 윤동주가 종종 거닐었다는 '시인의 언덕'이다. 한양도성 성곽을 따라 위치한 이곳은 도성 바깥 부암동과 도성 안 서울 풍경을 모두 볼 수 있는 명소다.
조선시대 안평대군 흔적부터 현진건, 윤동주를 지나 2019년 영화 기생충의 흔적까지 만나볼 수 있는 '문화마을' 부암동. 이번 주말 저물어가는 가을 풍경과 함께 다양한 문화를 한 번에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구불구불 오르막 덕에 건강까지 챙기는 건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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