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생활을 많이 하는 현대인들에게 흔히 찾아오는 질병 중 하나가 허리통증 즉 '요통'이다. 허리는 우리 몸을 지탱해주는 신체의 중심이다보니 통증이 생기면 오래 서있기도 힘들고 오래 걷는 것도 힘들다. 그러나 허리통증 정도가 심각해서 치료나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는 10%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나머지 90%는 어떤 원인으로 아픈 것일까?
◇'디스크·협착증' 증상 비슷하지만 다르다
허리통증이 생기면 가장 먼저 허리 디스크 병을 의심한다. 말 그대로 디스크가 약해져서 병이 생기는 것으로 척추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디스크는 겉에 섬유륜이라는 질긴 껍데기가 감싸고 있고, 안쪽에 말랑한 수핵이 있다. 허리가 압박을 받으면 안쪽에 있던 수핵이 밀려나와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을 눌러 다리가 저리고 통증이 생긴다. 일반적으로 디스크 노화와 무리한 허리 사용이 원인이다. 허리를 굽히거나 돌리는 동작은 디스크에 많은 부담을 준다. 디스크 증상은 갑작스러운 허리통증과 함께 다리가 저리거나 뻗치는 통증이 나타난다. 허리를 숙이거나 앉을 때 통증이 악화된다.
반면 앉아있거나 허리를 숙였을 때는 괜찮은데, 서 있거나 걸을 때 통증이 심해지고 다리가 터질 듯 아프다면 '척추관 협착증'일 가능성이 크다. 척추 안쪽에는 뇌에서부터 목과 등, 허리와 다리까지 이어지는 신경 통로인 척추관이 있다. 이 척추관이 좁아져 허리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을 누르기 때문에 다리가 터질 듯이 아프고 저린 증상이 생긴다.
일어서면 척추관 주위에 있는 인대가 안으로 밀고 들어와 척추관이 더욱 좁아져 통증이 심해지지만 허리를 굽히거나 앉으면 인대가 팽팽해져 척추관이 넓어져서 통증이 줄어든다. 척추관 협착증과 허리 디스크는 허리보다 다리가 아픈 공통점 때문에 혼동하기 쉽지만 주의를 기울이면 구분할 수 있다. 목동힘찬병원 허준영 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허리 디스크는 신경 일부가 눌려서 다리로 가는 신경 한 줄기만 지속적으로 아픈 경우가 많지만 척추관 협착증은 다리 전체에 통증이 있고 걸을 때 주로 다리가 아프다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나이가 들수록 척추뼈는 물론 척추를 지지해주는 인대와 근육이 모두 퇴행한다. 노화로 인해 척추관 협착증뿐 아니라 전방 전위증으로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통증이 허리는 물론 다리까지 이어지고, 오래 걸으면 다리가 저리고 아파서 가다가도 앉아서 쉬어야 하는 증상이다. 이같은 증상의 '퇴행성 전방 전위증'은 척추 뼈 중 일부가 앞쪽으로 밀려 나와 신경을 압박해서 통증이 생긴다. 오래 서 있거나 오래 걸으면 점점 엉덩이가 뻐근하고 다리가 저린 증상이 나타나는데, 누우면 증상이 없어지는 경향이 있다.
◇ 무조건 수술?...90%는 수술없이 통증치료
허리 디스크, 척추관 협착증, 전방 전위증은 흔한 질병이다. 먼저 요통의 원인을 알아내려면 엑스레이나 CT, MRI 검사로 진단해야 한다. 엑스레이에서는 삐져나온 디스크를 알아내긴 어렵지만 척추뼈가 앞으로 미끄러지는 전방 전위증은 충분히 알아낼 수 있다.
디스크와 척추관 협착증은 CT나 MRI를 통해 디스크나 신경을 확인하거나 척추관 모양을 보고 판단한다. 요통을 견디다 못해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은 수술해야 한다는 말을 들을까 두려워한다. 하지만 신경 마비 증상이나 대소변 장애, 꾸준한 보존적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는 심한 통증이 있을 때만 수술하면 된다.
요통을 줄이기 위한 비수술적 치료도 다양하다. 척추 협착이 있는 부위에 풍선 달린 카테터를 삽입해 좁아진 신경관을 넓혀주는 방법도 있고, 눌린 디스크로 인한 발생한 인대와 신경 사이의 유착을 풀어주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풍선 확장 신경성형술도 있다. 전문의들은 "허리 디스크와 척추관 협착증, 전방 전위증 등 대부분의 척추 질환에 이런 비수술적 치료가 시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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