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우리가 거리를 두고 지내는 동안, 세상의 관심으로부터 조금 더 떨어져 지내온 이들이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며 고립된 생활이 일상이 되어버린 장애인들이다.
사고로 한 쪽 다리를 잃고, 10년 째 홀로 지내는 김진명(60)씨는 장보러 외출할 때 외에는 집에서 텔레비전 보는 일이 유일한 일상이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만남마저 조심스러워 더욱 사람 만나는 일을 삼간다고. 그렇게 맞은 설은 더 쓸쓸하다.
"가족이 있는 장애인은 좀 덜할 테지만, 혼자 사는 사람들은 설날엔 좀 위축이 돼요. 남들은 삼삼오오 같이 다니는데, 저는 항상 혼자 가야 되니까요. 올해는 사람도 못 만나니까 더 그런 마음이 듭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많은 장애인들이 최소한의 만남도 가지지 못한 채 설 연휴를 지내고 있다. 움직임에도 제한이 많기 때문에 설음식을 만드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마음을 잘 아는 서울시 중구 장애인복지관에서는 설을 맞아 각 장애인 가정을 방문하기로 했다. 명절음식과 마스크, 소독제 등을 준비해 직접 배달하기로 한 것. 사실 음식 배달은 구실일 뿐이고, 장애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안부를 묻고, 필요한 것을 체크하면서 장애인들의 외로움을 달려주고자 방문하는 것이다.
사회복지사들의 방문에 장애인들도 금세 표정이 밝아졌다. 명절 음식도 고마운 일이지만, 일부러라도 찾아와준 복지사들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고요하던 방 안이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혼자서 차례상을 준비하던 진명씨는 복지관 덕에 '여럿이 준비한' 차례상을 차릴 수 있게 돼 기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위축됐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어진 모습이었다.
어머니와 지내는 가은(가명‧29)씨도 사회복지사의 방문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평소 활동하길 좋아하는 그를 위해 따로 준비한 요리책을 보고는 "과일 주스를 만들어보고 싶다"며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명절음식 배달을 담당한 김형주 사회복지사는 "장애인들이 집에만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기 때문에, 가정에서도 할 수 있는 건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복지관에서는 명절음식 배달 외에 스마트폰을 활용한 비대면 '랜선 윷놀이', 차례상을 차려주는 '차례지내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장애인들의 반응 역시 좋은 편. 하나같이 '함께 해서 좋았다'는 반응이었다. 결국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도움이 아니라 사람과의 만남이었고, 소통이었던 셈이다.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 수는 258만5876명. 전체 인구의 약 5%나 되는 숫자다. 바꿔 말하면 동네 주변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이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잠시 떨어져 지내는 이번 설 연휴에 거리에서, 골목에서 우연히 만날 장애인들에게 인사 한 번 건네보면 어떨까.
"안녕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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