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에 규제까지...궁지에 몰린 '확률형 아이템 게임'

박유민 기자 / 기사승인 : 2021-02-25 18:55:00
  • -
  • +
  • 인쇄
'메이플' 잇단 확률조작 의혹, 유저들 "확률공개하라"
확률표시 의무화한 '게임법 개정안' 국회 통과 직전
▲ 메이플스토리에서 확률 조작 논란이 일어난 뽑기 아이템 (출처=유튜브 캡처)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둘러싸고 게임업계와 게임이용자간의 갈등이 심상찮다. 자율규제를 고집하는 게임사와 확률을 공개하라는 게임이용자들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게임산업의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확률표시를 의무화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이하 게임법 개정안)에 대해 이용자들은 환영하는 반면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강경 반대하며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지금껏 확률 공개를 업계 자율에 맡겨뒀더니 확률조작 논란 사태가 끊이질 않는다"며 한 게임사에 대해 대대적인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확률표시를 의무화하도록 법을 개정해달라고 촉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현재 이 청원에 동의한 사람은 3만명에 이른다. 

이용자들의 이같은 집단행동에도 게임협회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25일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확률형 아이템 표시뿐 아니라 게임법 개정안에 담긴 조항이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규제로 작용한다"면서 "한국게임산업협회 입장은 변함없다"고 못박았다. 

논란이 된 게임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으로, 개정안에는 △등급분류 절차 간소화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화 △해외게임사의 국내대리인 지정 △비영리게임 등급분류면제 △중소게임사 자금지원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현재 게임법(좌)과 확률형 아이템 표시를 의무화한 내용이 담긴 개정안(우)


여기서 쟁점이 된 부분은 '확률형 아이템 확률표시 의무화' 조항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특정 확률로 해당 아이템을 얻을 수도, 얻지 못할 수도 있는 게임 아이템이다. 이용자가 뽑기 아이템을 구매해서 열면 유용한 무기나 도구 등을 무작위로 얻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이런 아이템의 확률 공개는 게임사 자율에 맡겨졌다. 게임사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을 통해 자율적으로 확률을 공개하면 됐다.

하지만 공개 범위가 매우 작고 게임사 자율에 맡기면서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최근 게임사들의 확률조작 논란이 잇달아 터지면서 게임법 개정안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개정안에는 이전에 없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의를 추가했다. 또 '기존 등급 및 게임물 내용 정보를 표시하여야 한다'는 조항에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 및 종류별 공급 확률 정보를 표시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그러자 한국게임산업협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협회는 지난 15일 "산업진흥보다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조항이 다수 추가돼 국내 게임산업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까 우려된다"며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연구하며 사업자들이 비밀로 관리하는 대표적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협회는 "현재 확률형 아이템은 '변동 확률' 구조로 돼 있어 이 확률이 이용자의 게임 진행 상황에 따라 항상 변동되며, 개발자와 사업자도 확률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현재 확률형 아이템은 이용자별로 확률이 달라지도록 설계되고 있어 개발자들도 그 알고리즘을 알 수 없다는 얘기다.

협회의 이런 주장에 게임이용자들은 "이용자들을 개돼지로 안다"며 공분했다. 그동안 '모르쇠'로 일관하던 협회가 이제와서 업계 자율을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한 게임 커뮤니티에서 이용자들은 "불신으로 인한 불매운동으로 이어져 결국 한국게임 산업에도 타격이 클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변동확률이라는 말이 곧 조작을 인정하는 꼴"이라며 "투명한 확률 정보 공개가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 다수였다.

실제로 최근 메이플스토리는 확률 조작 논란으로 게임이용자들의 격분을 사는 일이 있었다. 이로 인해 대대적인 불매운동까지 벌어졌다. 메이플스토리 공지가 발단이 됐다. 메이플스토리는 지난 18일 '테스트 서버에서 아이템에 붙는 옵션이 동일한 확률로 부여되도록 수정된다'고 공지했다. 이는 여태까지 아이템 구성 확률이 같지 않았음을 의미하는데, 실제 수정된 테스트 서버에서 원하는 아이템이 쉽게 뽑히자 이용자들은 "그간 넥슨이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우롱했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에 강원기 메이플스토리 디렉터는 19일 공식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단순히 '몰랐다'는 태도로 나오자, 화가 난 이용자들이 불매운동까지 한 것이다. 메이플스토리 관련 커뮤니티에서 한 이용자는 "2년간 캐시 충전에 5억 가까이 썼다"며 캐시 충전 내역을 인증하기도 했다. 이 이용자는 "다시는 메이플에 돈을 안쓰겠다"며 불매운동에 동참했다. 지난 22일까지 456명의 회원이 불매운동에 참여했고, 이 회원들이 1월~2월 두달간 결제한 넥슨 캐시는 10억8212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임 이용자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게임사의 해명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집단적 모금을 통해 오늘부터 넥슨 본사 주위를 도는 트럭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 메이플 스토리 이용자들은 확률조작에 항의하며 트럭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게임이용자들이 게임업체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벌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간 이용자들은 게임업계의 수호자를 자처했다. 2011년 셧다운제 때도, 2014년 게임을 중독으로 규정하는 '신의진법' '손인춘법'이 등장했을 때 강력히 반발하며 이용자들은 업계 편에 섰다. 하지만 확률조작 의혹이 계속되자 "소비자를 기만하는 게임사에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용자들은 한 게임 커뮤니티에서 "확률조작 사태를 겪으며 게임업계에 대한 신뢰를 다 잃었다"며 "신뢰회복을 위해서는 확률 공개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게임학회도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학회는 지난 23일 성명서를 통해 자율규제의 한계를 꼬집으며 게임 아이템 확률 정보를 정확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학회는 "아이템 확률 정보의 신뢰성을 둘러싼 게임 이용자의 불신과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라며 "산업계에서 제시한 확률형 아이템 정보가 영업 비밀이라는 논리는 그 자체로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개정안을 발의한 이상헌 의원도 "이미 자율규제로 공개하고 있는 아이템 획득 확률을 법에 명문화하자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특히 "강원랜드 슬롯머신도 당첨 확률과 환급률을 공개하는 판에 협회와 업계가 끝끝내 거부하고 다른 수단을 통해 법제화를 막는다면 우리 게임 산업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게임법 개정안은 조만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박유민 기자 youmeaningful@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박스피'에 속타는 기업들...축 처진 주가 살리기에 '안간힘'

주요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주식시장이 휘청거리며 맥을 못추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 배당성향 높이기 등 일제히 주주가치 제고를 통한

빙그레, 내년 5월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

빙그레가 22일 열린 이사회에서 2025년 5월에 지주회사 '빙그레홀딩스'와 사업회사 '빙그레'로 인적분할하기로 결의했다.분할 후 지주회사는 신규사업투

SPC그룹, 연말 맞아 임직원 물품기증 캠페인 진행

SPC그룹이 연말을 맞아 임직원들이 함께 물품을 기부해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돕는 '기부, GIVE(기브)해' 캠페인을 진행했다.22일 서울 양재동 'SPC1945' 사

'부당대출' 눈감아준 조병규 우리은행장 결국 연임 실패

손태승 전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을 알고도 눈감아줬다는 의혹에 휩싸인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결국 연임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어난다. 22일

화장품 빈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노들섬 설치

화장품 빈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가 노들섬에 세워졌다.아모레퍼시픽재단은 '다시 보다, 희망의 빛 1332'라는 이름의 공병 트리를 만들어 노들섬

'플라스틱 제로' 선언해놓고...GS25 '초코바' 막대는 플라스틱

'플라스틱 제로'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던 GS25가 아이스크림 막대에 플라스틱 재질을 사용해 빈축을 사고 있다.편의점 GS25는 지난 6월 20일 넷플릭스와 손

기후/환경

+

'최악 스모그'에 파묻힌 인도 뉴델리..."기후변화로 대기질 더 악화"

인도 뉴델리가 학교까지 문을 닫을 정도로 최악의 스모그가 덮친 원인은 기후변화에서 기인된 것으로 분석됐다.22일 인도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인

[COP29] 1조달러 확보 결국 실패?...기후재원 '텅빈' 합의문 초안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1조달러의 신규 기후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가 결국 실패로 돌아갈 전망이다. 폐막 하루전 나온 '신

아제르바이잔, COP29.com 도메인 뺏기고 뒤늦게 접속차단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고 있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의 공식 웹사이트 주소가 'COP29.com'이 아닌 'COP29.az'가 된 배경에는 환경

거목이 뿌리째 뽑혔다…'폭탄 사이클론' 美서북부 강타

미국 서북부 지역이 1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폭탄 사이클론'으로 쑥대밭이 됐다. 시속 163㎞에 달하는 초강풍에 거리 곳곳에서 나무들이 뿌리째 뽑히고

[COP29] 관광도 NDC 포함되나...'관광분야 기후행동 강화 선언' 출범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8.8%를 차지하는 관광산업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포함시켜 정부가 관리하도록 하는 국제 이니셔티브가 추진된다.20일(현

"AI기술로 기후변화 대응한다"…코이카, 유엔기후변화협약과 협약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리우협약, 파리기후변화협정 등의 합의를 이뤄낸 기후변화대응협의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협력해 인공지능(AI) 기술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