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74)이 한국배우 최초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거머쥐면서 한국영화의 역사를 새로 썼다.
윤여정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유니언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로써 윤여정은 역대 두번째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아시아 배우가 됐다.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에서 미국으로 이민 간 딸 모니카(한예리)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할머니 '순자'역을 연기했다.
브래드 피트의 호명에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아카데미 관계자와 '미나리' 가족들에게 감사를 전한 뒤 "특히 정이삭 감독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다"며 "우리의 선장이자 나의 감독이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브래드 피트는 미나리 제작사인 A24를 설립했다.
또 "다섯 명의 후보가 각자의 영화에서 다른 역할을 했다. 내가 운이 더 좋아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 내가 어떻게 글렌 클로스 같은 대배우와 경쟁을 하겠나?"라며 동갑내기 배우에게 특별한 예의를 표했다.
마지막으로 윤여정은 자신의 첫 감독인 김기영 감독을 언급했다. 윤여정은 "김기영 감독은 나의 첫 감독이었다. 살아계셨다면 제 수상을 기뻐해주셨을 것"이라며 "다시 한번 모든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윤여정은 1947년생으로 올해 나이 만 74살다. 1966년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1971년 MBC '장희빈'에서 장희빈을 연기해 큰 관심을 받았다. 그해 김기영 감독의 영화 '하녀'로 스크린에 데뷔해 본격적인 영화배우의 삶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예능 '꽃보다 누나' '윤식당' '윤스테이' 등에 출연해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외신들도 윤여정의 수상 소식을 발빠르게 타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배우 윤여정에 대해 수십 년간 한국 영화계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며, 주로 재치 있으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큰 캐릭터를 연기했다고 밝혔다. AP 통신은 올해 74세인 윤여정이 한국에서 50년간 커리어를 쌓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오스카 후보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AFP 통신은 윤여정이 수상 후 "내가 어떻게 글렌 클로스를 이길 수 있었을까요"라며 클로스에 대해 경의를 보였다고 전했다. 영국 스카이 뉴스는 윤여정이 지난 11일 열린 '2021 영국 아카데미상'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데 이어 오스카까지 거머쥐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영국 아카데미상 수상 당시 윤여정이 '고상한 체하는(snobbish) 영국인'이란 표현으로 시상식에서 웃음을 자아낸 데 이어 이날은 자신의 이름을 이용해 농담을 했다고 전했다.
한편, '미나리'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음악상 등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받는 등 각종 영화제에서 100여개의 상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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