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이 스페인-카탈루냐 갈등 봉합했다"...스페인 언론 대서특필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06-18 17: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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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덕에 마주선 스페인 국왕과 카탈루냐 주지사
마주앉기 거부하던 두 사람, 서로 얼굴 맞대고 대화해
▲경제인협회 연례포럼 환영만찬전 서로 눈을 맞추고 있는 펠리페 6세 국왕(가운데)과 아라고네스 카탈루냐 주지사(오른쪽). 문재인 대통령(왼쪽 뒷모습)이 이 자리에 함께 했다. (사진=엘 문도)


스페인 언론이 한국이 스페인과 카탈루냐의 해묵은 갈등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17일(현지시간) 스페인 최대 일간지 '엘 문도'(El Mundo)는 "세계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사진을 기다렸지만, 바르셀로나에서는 펠리페 6세 국왕과 아라고네스 주지사의 재회 사진이 화제가 됐다"며 1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화제의 사진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경제인협회 연례포럼'(Cercle D'economia)에서 서로 적대시하던 펠리페 6세 국왕과 페레 아라고네스 카탈루냐 주지사가 눈을 맞추고 있는 장면이다. 그 사이에 문재인 대통령의 뒷모습이 담겨있다.

엘 문도는 '한국이 바르셀로나로 가져온 평화'(Paz Coreana en Barcelona)라는 제목을 내걸고, 양측이 보인 제스처가 "스페인 왕가와 카탈루냐 자치구의 화합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엘 문도가 이 3자대면 장면을 놓고 '한국이 가져온 평화'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동안 스페인과 카탈루냐는 심각한 갈등상황에 놓여있었다.

카탈루냐주는 스페인 중앙정부의 차별대우와 높은 세율에 반기를 들며 2017년 10월 독립공화국을 선포했다가 의회와 정부를 해산당했다. 펠리페 6세 국왕은 카탈루냐주의 독립 행보를 격렬히 규탄하며 이례적으로 정치 개입을 행사했다. 더욱이 펠리페 6세 국왕은 경찰 단속 과정에서 900여명이 부상을 당한 사실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아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카탈루냐에서는 최근까지도 펠리페 6세 국왕의 초상을 불태우는 과격 시위가 이어졌다.

지난 12일에는 카탈루냐 분리주의자들을 석방하자는 스페인 중앙정부의 제안에 펠리페 6세 국왕이 승인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카탈루냐는 스페인에서 국내총생산(GDP) 비율이 높은 지역 중 하나다. 카탈루냐주가 세금 납부를 중단하면 스페인의 복지에는 큰 공백이 생기고, 국가 기강이 무너진다는 우려로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극구 반대하는 여론 역시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6일 '위대한 재건'을 주제로 카탈리냐의 주도 바르셀로나에서 코로나19 이후 무너진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경제인협회 연례포럼'(Cercle D'economia)이 열렸고, 때마침 스페인을 국빈방문중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이 행사에 초청됐다.

이 포럼은 스페인에서 가장 권위있는 경제행사로, 스페인 국왕과 총리, 스페인 주요 기업 총수 35명 등이 참석했다. 그런데 주최측인 카탈루냐 주지사 페레 아라고네스는 행사장에 도착한 펠리페 6세 국왕을 맞이하지 않았다. 만찬행사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냉랭한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마찰은 피할 수 없어 보였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펠리페 6세 국왕은 국가원수로서 주최측에 국빈을 인계해야 했고, 아라고네스 주지사로서는 국빈을 직접 맞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국빈을 그냥 내쳐 외교적 참사를 일으킬 수 없는 노릇이었다.

엘 문도에 따르면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와 우르즐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한국만큼 중요한 나라의 대통령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바르셀로나에 국빈방문하는데, 모든 공공기관의 인사가 나서서 맞이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나"고 아라고네스 카탈루냐 주지사에게 말했고, 주지사는 이에 동조했다. 한국과의 전략제휴가 좋은 기회라고 여기는 경제인들의 압박도 없지 않았다.

결국 아라고네스 주지사는 행사장인 W호텔의 테라스에 나와있던 문 대통령과 펠리페 6세 국왕을 만나 2분 넘게 대화를 나눴다. 이렇게 세기의 앙숙이 하나의 카메라 프레임 안에 찍히게 되면서 보기드문 그림이 완성된 것이다.

포럼 행사에서는 경제협력 외에도 내부적인 대화의 필요성이 강조됐고 분리독립자들의 석방문제도 논의됐다. 행사장은 스페인과 카탈루냐가 관계회복을 통해 불필요한 정쟁으로 인한 출혈을 줄이고 경제재건에 전념할 수 있는 화합의 장으로 거듭났다. 스페인 판매부수 1위 신문인 '엘 파이스'(El País)도 "아라고네스가 왕과 함께 해빙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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