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러 최소 한달 이상 써야 종이컵 1개 대체 효과
#직장인 A씨는 동료가 이벤트를 통해 유명 커피숍 텀블러를 얻었다고 자랑하는 것을 들었다. 게다가 이 동료는 텀블러를 얻으려고 이벤트마다 응모해 현재 집에 10개 넘는 텀블러가 있다고 한다. A씨는 일회용품을 줄이는 차원이 아닌 잇템이나 굿즈 차원에서 텀블러를 모으는 동료가 의아스럽게 생각됐다.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으로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점점 삶의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잘못된 방법으로 이를 실천한다면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마트나 편의점에서 비닐봉지 사용을 자제하기 위해 쓰는 '에코백'과 커피숍이나 사무실에서 일회용 컵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텀블러'가 대표적이다.
6일 '자원순환의 날'을 맞아 에코백과 텀블러의 원래 취지인 지구보호를 위해서는 이들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 '에코백' 131번 이상 써야 환경에 도움
'에코백'은 무분별하게 낭비되는 비닐봉지와 가방에 쓰이는 가죽을 줄이고자 만들어진 상품이다. 최근에는 일상복과 잘 어울린다는 점과 다양한 디자인을 강점으로 패션 아이템으로도 많이 쓰이고 있다. 하지만 에코백을 너무 많이 사거나 용도에 맞지 않게 쓴다면 오히려 추가적인 환경파괴를 야기할 수 있다. 특히 기업이나 단체가 에코백을 홍보용으로 사용하면서, 정작 실생활에서 쓰이지 않고 쓰레기만 양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1년 영국 환경청의 포장 가방 수명 주기 평가에 의하면 에코백을 1개 만드는 대에는 비닐봉지 131개를 만드는 것에 달하는 환경오염이 발생한다. 즉 에코백 하나를 사서 131번 넘게 사용해야 비닐봉지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비닐봉지 소비량이 460장인 것을 감안할 때 일년에 에코백을 3.5개 이상 구매한다면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셈이다.
또 에코백을 본래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시 말해 에코백은 평소 패션용 가방으로 사용하고 정작 장을 볼 때는 비닐봉지를 따로 사용하는 것은 취지에 어긋난다.
소재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헌 옷이나 폐 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한 에코백이나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는 소재로 제작된 제품도 있다.
◇ '텀블러' 한달 이상 써야 종이컵 1개 대체
커피나 음료수를 마실 때 주로 사용하는 텀블러 또한 올바르지 못하게 사용하면 환경에 독이다. 텀블러는 여행기념품으로 구입하는 경우도 있고, 한정판 굿즈 아이템으로 구입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구입해놓고 사용하지 않는다면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 소위 말하는 '굿즈'의 한 종류로 텀블러를 판매하고 구매하는 행위는 오히려 환경을 해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환경보호를 위해 텀블러를 사용한다면 하나를 구매해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텀블러 1개를 한달 이상 꾸준히 사용해야만 종이컵 1개를 대체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소재도 무시할 수 없다. 흔히 플라스틱이 가장 환경에 나쁜 영향을 줄 것같은 통념과는 달리 텀블러의 경우 스테인리스가 가장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 캐나다 소재의 환경보호·재활용단체 CIRAIG에 따르면 폴리프로필렌(PP) 텀블러는 50회 이상 사용될 경우 일회용 종이컵 하나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반면 스테인리스 소재의 텀블러는 220회 이상 사용해야 동일한 효과가 있다. 일각에서는 플라스틱 재질의 텀블러에 뜨거운 음료를 담을 경우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냐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PP재질의 내열온도는 약 130°C이기 때문에 사용해도 괜찮다.
텀블러를 세척할 때 세제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수질오염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식초와 물을 2:8의 비율로 섞어 10여분간 소독하는 것이 좋다. 다만 텀블러의 경우 6개월 이상 사용하면 내부에 세균이 번식해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관련업계에서는 1개의 텀블러를 반년 주기로 교체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 "무엇이든 무분별한 사용자제해야"
'비닐봉지의 역설'이 있다. 원래 비닐봉지는 석유 찌꺼기로 만들기 때문에 제작과정에서 산림을 파괴하지 않고 계속 사용해도 변형되지 않아 오랫동안 쓸 수 있는 '친환경' 제품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사용하면서 비닐봉지는 결국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말았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어떤 제품이든 과잉생산과 소비가 이뤄진다면 결국 환경을 파괴시킨다는 것이다.
최근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에코백과 텀블러를 사용하기 시작한 직장인 B씨는 "소비자들이 잘 알고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들도 무분별한 판촉이나 패션아이템으로 접근해 나눠주거나 판매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진심으로 환경을 생각한다면 덜 소비하고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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