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임금 남성의 61%..."기업가치에 성평등 반영해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평가에서 상위등급을 받은 국내 기업들의 여성임원 비율은 4%에 그치고, 임금에서도 남녀격차가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9일 뉴스트리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평가 가운데 S(사회) 부문에서 'A+' 등급을 받은 25개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평균 45명의 임원 가운데 여성임원은 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임원의 4% 비중이다. 심지어 여성임원이 단 1명도 없는 기업이 8곳이나 됐다.
올해 이코노미스트에서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여성임원 비율이 25.6%인 점을 감안하면, 여성임원 4% 비중은 OECD 평균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여성가족부가 올 8월 공개한 국내 상장법인의 여성임원 비율도 이보다 높은 5.2%였다. S(사회) 평가에서 상위등급을 받은 기업들이 국제는 물론 국내 평균에도 못미치는 셈이다.
여성직원과 남성직원의 임금격차도 심각했다. 조사대상 25개 기업의 남성 임직원 평균연봉은 1억552만원인데 비해 여성 임직원들의 평균연봉은 6430원으로, 여성의 평균임금이 남성의 61% 수준에 머물렀다. 이 역시 2020년 여성가족부 조사결과인 67.7%에 비해 낮은 수치다.
남성과 여성의 임금격차가 절반 가까이 차이나는 곳이 24%에 달했다. 남성과 여성 임직원의 임금격차가 가장 심한 곳은 BNK금융지주였다. 이 회사의 여성 임직원 평균임금은 남성의 45% 수준에 머물렀다. 남성이 100만원을 받을 때 여성은 45만원을 받는 것이다. 대한항공도 여성 임직원의 평균임금이 남성의 51%에 그쳤고, LG상사는 56% 수준이었다.
기업의 성별 불평등은 실제 경영에서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2018년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임원의 성별 다양성이 상위 25%인 기업은 하위 25%인 기업보다 영업이익이 21% 높게 나타났다. 또한 모건스탠리는 임직원의 성별 다양성이 높은 회사가 그렇지 않은 회사에 비해 주가 변동률이 낮으며 여성 임직원 비율과 영업이익에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발표했다. 실제 다국적 게임회사인 블리자드는 사내에 성차별적 문화와 성폭력이 만연하다는 제보가 나왔다. 이후 정부가 회사를 상대로 고소한 이후 주가가 13% 폭락했다.
최근들어 ESG 평가에서 최근 'S'에 대한 평가도 매우 중요한 항목으로 여겨지고 있다. '성차별 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글로벌 투자사들도 있다. 세계적인 자신운용사 블랙록이 "여성이사가 2명 미만인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나스닥의 경우 2020년에 "여성이사 1명과 소수인종 출신 또는 성소수자 이사 1명 이상이 있는 기업에만 상장을 허가하겠다"고 밝혔다.
비(非) 재무적 리스크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기업 광고나 게시물에서 여성, 소수자 혐오적인 표현이 사용되거나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다면 기업 이미지는 실추될 수 있다. 이사진을 비롯한 의사결정 집단이 일반 소비자 층과 괴리가 있을 경우 다양한 이슈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몫한다.
동물실험 반대운동과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증진을 위해 꾸준히 활동해 ESG 모범기업으로 평가받았던 러쉬는 매장 매니저가 부하 직원에게 10년간 성희롱과 폭언을 일삼았다는 제보가 나오면서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생활·건강용품 쇼핑몰 즐건생활도 밥을 먹고 체격이 커지고 목소리가 굵어진 여성이 효소를 먹고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광고를 실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이 광고는 온라인과 소셜서비스(SNS) 등지에서 "여성에 대한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최근 남양유업은 육아휴직에서 복직한 여성 직원을 창고지기로 발령하는 과정에서 총수가 개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 사건으로 남양유업은 또다시 불매운동에 직면했다.
임희정 한양사이버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21년 젠더리뷰 여름호에 게재한 'ESG 경영 관점에서 여성임원할당제 의미와 과제'라는 글을 통해 "(임원의) 성 다양성은 남성 일색의 획일적인 이사회가 범할 수 있는 집단사고 오류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면서 "여성임원을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여성인재 발굴뿐 아리라 여성관리자들의 경력단절을 예방하는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정슬아 여성노동팀장은 뉴스트리와 전화통화에서 "제도마련도 매우 중요하지만 이를 구성원이 마음놓고 쓰기 위해서는 사내문화의 전환이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경영진이 젠더적 관점에서 기업을 경영하고 기업평가에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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